한은, 27일 성장률 수정 전망-1% 안팎으로 낮출듯… 비현실적 낙관론 접어3·4분기 소비회복 무산시 -2%대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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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되면서 한국은행이 올해 우리나라 예상 경제성장률을 기존 -0.2%에서 -1% 안팎으로 낮출 전망이다.

    코로나19 상황이 더 악화하고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등이 시행돼 올 3·4분기 내수 소비 반등이 무산되면 성장률은 -2% 부근까지 추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2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조사국 등 실무부서는 오는 27일 수정 경제성장률 전망 발표를 앞두고 하루에도 수 차례 회의를 열어 최종 수치를 조정하고 있다.

    한은 기본 매뉴얼상 발표 예정일 6일 전까지 관련 각 팀의 보고서를 취합해 발표 하루 전까지 전망 모형과 전망치를 확정하는데 최근 코로나19 국내 확진자 수가 급증하자 수치 결정에 많은 논의와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수정 전망치는 기존(-0.2%)보다 낮아질 것이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한은은 앞서 5월 29일 올해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0.2%로 예상했다.

    지난달 16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올해 GDP 성장률이 5월 전망치(-0.2%)를 하회할 것으로 보인다"고 공식적으로 밝혔기 때문이다.

    당시 이주열 한은 총재는 "5월 전망 당시 코로나 확산세가 하반기 들어 진정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지금(7월 둘째주 시점) 확산세가 오히려 가속하고 있다"며 "따라서 6월까지 좋지 않았던 우리나라 수출의 개선도 지연될 수 있고 이 경우 성장률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최근 들어 하루에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300명을 넘어 서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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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들은 한은의 수정 전망치를 -1% 안팎으로 전망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위원은 "코로나 재확산 이슈가 터진 게 며칠 되지 않아 한은은 이를 반영한 전망 모델 세우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한은이 '중립' 시나리오에서 -1%를 제시하고 '부정적' 시나리오에서 더 낮은 성장률을 제시할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전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한은의 수정 전망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수정 전망치 -0.8%(8월 11일·2차 유행 없는 시나리오)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이라며 "한은의 다소 낙관적인 성향으로 미뤄 올해 성장률과 물가를 -0.8%와 0.3%, 내년 성장률과 물가를 3.5%, 1% 정도로 내놓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 코로나19 상황 등을 반영하면 한은도 전망치를 대폭 낮춰야 할 것"이라며 "하지만 이 경우 금리동결 명분이 약해지기 때문에 실제 예상되는 것보다 다소 높여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1% 수준의 성장률은 지난 6일과 11일 LG경제연구원과 OECD가 각각 발표한 수정 전망치 -1%, -0.8%와 비슷하다.

    국제금융센터가 집계한 7월 말 기준 9개 해외투자은행(IB)의 한국 올해 성장률 전망치 평균도 -0.8%다.
  • ▲ 9개 해외투자은행 한국 등 아시아 주요국 성장률 전망. ⓒ국제금융센터
    ▲ 9개 해외투자은행 한국 등 아시아 주요국 성장률 전망. ⓒ국제금융센터
    한은의 내부 분석에 따르면 올해 성장률 -1% 선을 지키려면 3분기와 4분기의 전분기 대비 성장률이 최소 각 1.8% 정도 나와줘야 한다.

    즉, 3, 4분기 성장률이 2% 가까이 반등해야 그나마 역성장을 -1% 정도에서 방어할 수 있다.

    관건은 수출과 소비인데, 수출의 경우 아직 반등의 '희망'을 기대할 수 있다.

    7월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 줄었지만 4개월 만에 처음 감소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4월(-25.5%), 5월(-23.6%), 6월(-10.9%)을 거쳐 조금씩 살아나는 추세다.

    문제는 내수 소비다.

    한은의 2분기 GDP 성장률(속보치) 집계를 보면 민간소비가 전국민 긴급재난지원금과 개별소비세 인하 등에 힘입어 내구재(승용차·가전제품 등) 위주로 1.4%(전분기 대비) 늘었다. 이런 소비 회복에 힘입어 전체 내수의 성장 기여도도 0.7%포인트로 1분기(-2.1%포인트)보다 올랐다.

    하지만 지금처럼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고 경제활동이 크게 위축되면 소비 회복세가 3·4분기에도 유지될 것으로 장담하기 어렵다.

    소비 부진 탓에 3·4분기의 GDP 성장률(직전분기 대비)이 반등에 실패하고 모두 0%에 머무를 경우, 계산상 올해 연간 성장률은 -2.35%까지 떨어진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2%대 역성장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로나19 사태가 금방 끝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지금까지 한은, 정부,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내외 기관들의 전망이 비현실적으로 낙관적이었다고 생각한다"며 "가장 현실적 수치는 지난 6월 OECD가 코로나19 2차 확산을 가정하고 내놓은 -2.5%다. 지금 이미 2차 대유행이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