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회장 취임 2년반도체 發 위기론 확산AI반도체 실기 뼈아파"초격차 당했다" 냉정 평가"이재용 회장 워딩으로 비전 제시할 때"
  •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뉴데일리DB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뉴데일리DB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7일 취임 2년을 맞는다.

    안팎의 기대속에 '뉴삼성' 기치를 들고 '책임경영'을 강조해 왔지만 그간의 성적은 그리 후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 회장은 취임직후부터 글로벌 확장에 힘을 쏟았다. 복합위기 속에서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규모 투자와 함께 사업 네트워크 확장에 공을 들였다. '사법족쇄'의 한계속에서도 '뉴삼성'의 초석을 다지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최근 삼성전자를 둘러싼 상황은 유난히 혼란스럽다. 한두번씩 등장하던 위기론은 어느새 '다반사'가 됐다. AI반도체 실기에 대한 후폭풍은 계속 진행형이다. 30년 넘게 굳건하게 1위를 지켜 온 메모리 반도체도 경쟁사에 밀리고 있으며, 스마트폰 사업도 애플과 중국의 공세에 위태롭다. 삼성 특유의 도전과 혁신 정신이 사라졌다는 비판과 함께 나아가야 할 비전·로드맵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승어부(勝於父·아버지를 능가함)’를 통해 더 탄탄한 초일류 기업 도약을 다짐했던 이재용 회장이 미래 먹거리 발굴과 기술 중심 경영으로 초격차 정신을 되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회장은 취임 후 2년간 국내외 비즈니스 네크워크를 유지·확장하고 굵직한 자금집행에 나서는 등 성과를 냈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10개월간 공식 출장국 기준 총 11개국, 12차례 해외 출장 일정을 소화했다. 2월 아랍에미리트(UAE)와 말레이시아를 시작으로 독일, 미국, 프랑스, 필리핀 등을 방문해 현지 사업을 점검하고 비즈니스 미팅을 통해 네트워킹을 확대했다. 유수의 최고경영자(CEO) 들을 만나 신사업 기회도 논의했다. 

    그러나 숫자로 드러난 성적표는 그다지 좋지 않다. 메모리 반도체의 ‘삼성전자 1위 체제’가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평가가 많다. 이례적으로 전영현 반도체(DS) 부문장이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해 죄송하다는 사과까지 냈다. 

    증권가가 추산한 삼성전자 DS 부문의 3분기 영업이익은 대체로 4조원대다. SK하이닉스 7조300억원과 2조원 넘게 차이가 난다. 성과급 충당금 같은 일회성 요인을 배제하고 봐도 하이닉스가 앞섰을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에서는 조단위 적자가 지속되는 가운데 글로벌 1위인 대만 TSMC와의 점유율 격차도 더욱 벌어졌다. 

    세계 1위 제품인 스마트폰과 가전사업 상황도 녹록지 않다. 스마트폰에서는 애플과 차이가 확연히 좁아졌으며 화웨이·샤오미 등 중국업체도 저렴한 가격과 애국소비를 앞세워 턱끝까지 추격해오고 있다. 여기에 삼성전자 TV 담당 VD 사업부와 생활가전 담당 DA 사업부의 올해 상반기 합산 영업이익은 약 49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 감소했다. 반면 경쟁사 LG전자의 영업이익은 16% 증가했다. 

    상황을 타개할 컨트롤타워가 절실한 상황이지만 사법 리스크는 이 회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2017년 2월 국정농단 사건으로 첫 구속된 후 8년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불법합병 및 불법 회계 혐의로 재판장을 오가고 있다. 경영을 화두로 하는 다른 오너들의 메시지와 달리 상생 등 재판을 고려한 메시지를 주요 화두로 내놓을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그러다보니 2017년 하만 이후 큰 인수합병(M&A)도 사실상 없는 상태다.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재판이 남은 만큼 이 회장의 등기 임원 복귀는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많다. 현재 4대 그룹 총수 중 미등기 임원은 이 회장뿐이다. 

    재계 안팎에서는 위기 극복을 위해 미래 먹거리 발굴과 기술 중심의 인적 쇄신을 통해 초격차 정신을 되살려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과거 삼성은 ‘기술의 삼성’, ‘삼성이 만들면 다릅니다’ 등 캐치프라이즈가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차별화된 기술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하지만 현재는 원가절감 등 재무중시 경영에 힘을 쏟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또한 관료주의와 부서 이기주의 같은 부정적인 조직문화에 기술 경쟁력이 가로막혀 동력을 잃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룹의 ‘2인자’ 정현호 부회장 책임론도 일고 있다. 정 부회장은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삼성의 최고 의사결정기구 역할을 담당하는 사업지원TF를 이끌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그 어느때보다 삼성이 나아가야 할 비전이나 로드맵을 세울 수 있는 컨트롤타워를 구상이 필요한 시점”이라면서 “삼성을 진정한 초일류 기업으로 키워 승어부(勝於父)를 이뤄내겠다는 이 회장의 포부를 실현시키기 위해선 선대회장의 ‘신경영’에 버금가는 강한 혁신이 필요해 보인다”고 전했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도 “이 회장 취임 2주년이지만 어닝쇼크로 사과문까지 낼 정도로 삼성의 상황은 좋지 않다”면서 “지금과 같은 타이밍에 그룹의 아이콘인 이재용 회장이 정중동 모드가 아닌 신구상을 발표하는 것도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좋은 방안이 될 것”이라 제언했다. 

    그러면서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도 1987년 취임 후 당장이 아닌 1993년에 프랑크푸르트에서 신경영을 선언했다”면서 “취임 3년에 접어드는 시점인만큼 이제 자신만의 워딩으로 비전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