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라인·팰리서·FCP 등 기업 대상 행동주의 시동밸류업 기대감에 매수세 유입…SK스퀘어 주가↑“행동주의도 영리 조직…지분 정리 시 변동성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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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 3월 주주총회 시즌이 다가오면서 국내 기업을 흔드는 행동주의펀드들의 칼끝도 날카로워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행동주의 캠페인이 최근 박스권 장세가 지속되고 있는 국내 증시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행동주의가 단기성 호재로 인식되고 있는 만큼 재료 소멸 시 급락세로 전환하는 등 오히려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은 최근 두산밥캣에 주주환원 강화를 골자로 한 주주서한을 보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두산밥캣 발행주식총수의 1%에 해당하는 100만3500주를 보유하고 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두산밥캣에 ▲두산로보틱스와의 포괄적 주식교환 계획 철회 ▲1조5000억원 규모 특별배당 실시 ▲주주환원율 개선 등 밸류업 계획 발표 ▲지배주주로부터 독립적인 이사회 재편·제도적 장치 도입 등을 제안했다.

    다만 스캇성철박 두산밥캣 대표는 지난 21일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포괄적 주식교환은 앞으로 1년간 추진하기 어렵겠지만, 향후 주주·시장의 의견을 보고 추진 여부를 재검토하겠다”고 언급했다.

    이에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 대표는 “시가 비율에 의한 포괄적 주식교환을 영구적으로 포기할 것을 즉시 공표해야 한다”며 “두산그룹이 주주와의 소통 의지에 진정성이 있다면 오는 11월 15일까지 얼라인파트너스의 주주서한에 서면으로 성실하게 답변하라”고 압박했다.

    또한 영국 팰리서캐피탈(Palliser Capital)은 SK스퀘어 지분 1%를 확보해 주주제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플래시라이트캐피털파트너스(FCP)도 KT&G의 자회사 KGC인삼공사 지분 100%를 인수하겠다며 공세를 가하고 있다.

    행동주의는 가치가 저평가된 기업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경영 개입을 통해 기업·주주가치가 향상될 수 있도록 요구하는 캠페인이다. 투자자들은 행동주의펀드들의 주주제안 소식이 최근 박스권 장세가 지속되고 있는 국내 증시에 활력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업계 관계자는 “행동주의펀드들의 개입으로 주주환원·기업가치 제고 등의 효과가 나타난다면 저평가돼있던 주가도 상승할 수 있다”며 “행동주의펀드의 주주제안은 기본적으로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취지에도 부합해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2022년 얼라인파트너스가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를 상대로 행동주의 캠페인을 전개할 당시 SM엔터의 주가는 최고가를 연일 갈아치운 바 있다. SK스퀘어의 경우 지난 16일 팰리서의 지분 확보 소식이 알려진 이후 24일까지 4.17% 상승했고 이날에도 4%대 강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행동주의 캠페인이 오히려 기업가치를 하락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지난 2000년 이후 행동주의 캠페인을 겪고 시총과 자산이 10억달러 이상인 미국 상장사 970개사를 대상으로 행동주의 캠페인 성공 여부에 따른 기업가치를 분석한 결과 캠페인이 성공한 기업들은 단기간에는 기업가치가 일부 개선됐지만, 장기적으로는 캠페인 성공 이전에 비해 기업가치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경협은 “행동주의 캠페인이 성공하면 단기적으로 고용과 투자를 줄이고 배당을 늘리는 현상이 나타나지만, 장기적으로 고용과 투자 감소 등 기업 펀더멘털이 악화해 기업가치 저평가가 심화할 수 있다”며 “기업이 경영권 방어에 천문학적인 자금과 자원을 낭비하지 않고 본질적인 사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상법 개정 등 행동주의펀드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입법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행동주의펀드가 시장에 단기적인 호재로 인식되고 있는 만큼 투자 시 변동성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행동주의펀드도 결국 이익을 중시하는 영리 조직인 만큼 특정 이슈로 단기 주가 부양 이후 지분을 정리하면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며 “단순히 뉴스플로우를 따라가기보다 행동주의펀드가 제시한 주주제안이 실질적인 기업가치 제고에 긍정적인지 등을 잘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