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중국 1세대 외교관 '장덕이', 서방 여행하며 기록한 지구 일주 견문록각국의 기관·시설 상술 … 문물·지명·개념 등 음역·의역 표기한 게 특징
  • ▲ 구미환유기(재술기) 책 표지.ⓒ안양대
    ▲ 구미환유기(재술기) 책 표지.ⓒ안양대
    안양대학교 HK+ 사업단은 19세기 중국 지식인의 세계 여행기로 널리 알려진 '구미환유기(재술기)'를 출간했다고 16일 밝혔다.

    구미환유기(재술기)는 근대 중국의 1세대 외교관인 장덕이(張德彝, 1847~1919)가 1868년부터 약 1년10개월에 걸쳐 증기선을 타고 태평양을 건너 미국과 영국, 프랑스를 방문하며 보고 들은 것을 빠짐없이 기록한 지구 일주 여행 기록이다.

    장덕이는 북경의 외국어교육기관을 최우수 성적으로 졸업한 뒤 초기 중국 사절단을 수행하며 여러 차례 서양을 방문하고 특정 국가에 장기 체류하면서 중국의 외교 발전에 기여한 인물이다.

    저자는 책에서 조폐국, 조선소, 공장, 군사 시설, 문화 유적 등 자신이 방문한 각국의 여러 기관과 시설에 대해 상술한다. 대통령과 국왕, 주지사, 국회의원, 장군 등 최고위직부터 상공업자와 작가, 학자, 선교사 등 다양한 분야의 인사를 만난 기록을 빠짐없이 적었다.

    특히 이 책은 당시 서양의 많은 문물과 지명, 개념 등을 음역이나 의역의 방식으로 표기한 게 특징이다. 가령 샌프란시스코는 삼불란서사고(三茀蘭西司皐)로 음역했고, 미국은 합중국(合衆國), 증기기관은 화기(火機), 기차는 윤차(輪車) 또는 화륜차(火輪車)로 의역했다. 정치 제도와 관련된 용어로는 대통령을 총통(總統), 국회의원을 신사(紳士), 상원을 상회당(上會堂)으로 표기했다. 이들 중 일부는 당시 쓰이고 있던 표기를 수용한 것도 있으나 상당수는 저자가 고안한 것이다.

    안양대 관계자는 "이 책은 근대 중국인의 서양 문명에 대한 경험과 인식을 살피고 현대 중국어 어휘 형성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 가치가 매우 크다"면서 "책의 곳곳에서 장기간 여행을 하며 겪은 다양한 경험과 저자의 호기심 가득한 시선, 흥미로운 반응 등도 엿볼 수 있다"고 했다.

    이 책은 안양대 HK+사업단이 출간한 11번째 동서교류문헌총서로, 번역과 주해는 사업단 이정재 연구원이 맡았다.
  • ▲ 안양대학교 전경. 우측 하단은 장광수 총장.ⓒ안양대
    ▲ 안양대학교 전경. 우측 하단은 장광수 총장.ⓒ안양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