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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31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자유무역협정(FTA)에 관해 두 개의 눈여겨볼 만한 보고서가 나왔다. KOTRA의 보고서는 지난 4년간 한·칠레 FTA 성과를 ‘윈-윈 게임’으로 정리했다. 양국 간의 교역은 69억3700만 달러로 4.5배가 늘어났고, 한국 제품의 칠레시장 점유율은 7.23%나 됐다. 한국은 칠레에 자동차를 가장 많이 수출하는 나라가 됐다. 반면 칠레산 농축산물의 피해는 미미한 수준이다. 지난해 칠레산 농축산물은 한국이 수입한 전체 농축산물의 0.86%에 지나지 않았다. 국내의 포도 재배 면적은 FTA 이전보다 늘어났고 돼지고기 사육 마릿수도 증가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어제 보고서를 통해 대내 협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FTA로 인해 피해를 보는 이익집단보다는 농업을 보호해야 한다는 막연한 국민 정서가 무역자유화에 더 큰 걸림돌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지속적인 개방으로 국내 산업의 전반적 보호 수준은 많이 낮아졌다. 농축산업을 포함해 산업별로도 보호장벽의 차이도 상당히 줄어들었다. 한경연은 이제 피해 농민보다는 반(反)개방 심리를 자극하는 이념적 반대와, 이에 영합하는 정책이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칠레산 복숭아는 수입되지 않는데도 복숭아 폐업 농가에 600억원 이상이 지원되기도 했다. 이런 부작용을 막으려면 단호한 설득과 대내 협상이 절실하다는 주문이다.
그동안 여야는 수차례 한·미 FTA 체결 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는 사실에 공감했다. 그런데도 총선표를 의식해 국회 비준을 미뤄온 게 사실이다. 한·미 양국의 정치일정을 감안하면 더 이상 시간적 여유도 없다. 총선이 끝나는 대로 한·미 FTA부터 비준해야 한다. 우리가 맺은 어떤 FTA도 긍정적인 효과가 부정적인 측면을 압도하고 있지 않은가. 모든 산업의 경쟁력은 개방과 경쟁을 통해서만 길러진다. 여기에는 농업과 축산업도 예외가 아니다. 막연한 농업 보호 정서나 퍼주기식 FTA 피해 지원대책은 오히려 독약일 수 있다. 진정한 농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도 한·미 FTA는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