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할·매각 등 검토"사업 재조정 기정 사실화"메이저 고객사 삼성 찾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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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텔이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사업부 분할·매각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삼성전자 에 기회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간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업계 1위 TSMC와 SMIC, 인텔 등의 추격 사이에 끼여 ‘샌드위치 위기’에 놓여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2일 CNBC와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외신에 따르면 인텔은 월가의 투자은행과 함께 반도체 파운드리 부문 분할, 제조시설 확장 프로젝트 중단 등 다양한 구조조정 방안을 검토 중이다. 블룸버그는 “다음 달 열리는 이사회에서 구체적인 방안이 검토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아직은 초기 단계”라고 덧붙였다. 

    인텔이 야심 차게 추진해온 파운드리 사업 분리 매각 가능성이 검토된 배경엔 56년 역사상 최대 위기라는 판단이 자리한다. 

    인텔은 지난 2분기 파운드리 부문에서 매출액 43억달러, 영업손실 28억달러를 달성했다. 매출은 전년 수준을 유지했지만 영업손실은 크게 늘며 시장의 기대를 밑돌았다. 설상가상으로 3분기 순손실을 기록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주가가 50년 만에 최대 하락 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에 인텔은 무려 100억달러 비용 절감을 위한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고 대규모 해고를 진행하는 등 사업 재조정에 나선 상태다. 

    시장에서는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 축소를 기정사실화 하는 분위기다. 당장 매각은 아니더라도 결국엔 AMD처럼 칩 제조를 포기하고 반도체 설계기업(팹리스)로 남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앞서 2008년 AMD는 칩 제조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게 되면서 자체 반도체 공장(팹)을 매각했고, 이후 라이벌이었던 인텔을 시가총액으로 역전했다. 

    인텔의 위기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에 기회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간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업계 1위 TSMC와 SMIC, 인텔 등의 추격 사이에 끼여 ‘샌드위치 위기’에 놓여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매출 점유율은 TSMC가 62%로 압도적 1위를 이어갔다. 삼성전자는 13%로 2위, SMIC와 UMC가 각각 6%로 공동 3위를 달성했다. 특히 중국 SMIC는 올해 1분기부터 전 세계 파운드리 매출 점유율 6%를 기록하며 미국의 AMD의 자회사 글로벌파운드리와 대만 UMC를 모두 제치고 견조한 성장률을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인텔은 연초 2030년까지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서겠다고 공식선언한 상태였다. 과거 ‘반도체 제국’으로 불리던 인텔의 저력에 자국 우선주의 기조의 미국 정부와 기업들의 지원까지 ‘아메리카 원팀’으로 파운드리 패권을 수성하겠다는 구상이었다. 그러나 누적된 손실로 인텔의 반도체 사업 전체 로드맵 재편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우선 인텔의 대형 고객사를 삼성전자가 대신 유치할 가능성이 나온다. 파운드리는 고객인 팹리스가 없으면 존재할 수 없는만큼 수요가 견조한 대형 고객사를 유치하는 게 관건이다. 인텔은 지난 4월 150억달러에 이르는 외부 고객사 수주를 확보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2월 영입한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포함돼있다. 

    최근 슈퍼칩 생산 수요가 TSMC에 쏠리면서 지진 등 자연재해, 중국과 무력 충돌 등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데다, 삼성전자의 기술력을 감안하면 인텔에서 이탈한 고객사를 흡수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삼성전자는 당분간 TSMC를 대체할 수 있는 유일한 파운드리 업체로 손꼽힌다. 현재 3나노 공정에서 반도체를 만드는 회사는 두 곳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유일하게 3나노에서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구조를 사용하고 있다. 1~2나노대 기술 경쟁이 가능한 곳 역시 사실상 TSMC와 삼성전자뿐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종합반도체기업(IDM)의 강점을 살린 메모리와 파운드리, 첨단 패키징 등 AI 반도체 생산을 일괄 수행할 수 있는 ‘턴키(Turn Key)’ 전략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어 고객맞춤형 제조가 핵심인 AI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력이 뚜렷하다. 

    더불어 인텔이 미국 반도체법 지원 대상인 공장 규모를 축소하거나 투자를 줄이게 되면 관련 보조금이 미국에 대규모 반도체 공장을 짓는 TSMC나 삼성전자로 이전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인텔은 후발주자임에도 불구 미국을 등에 업은 빅테크 물량 수주로 삼성을 추격해올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돼왔다”면서 “파운드리 사업 축소가 구체화는 경우 삼성은 메이저 고객사 확보 등 반사이익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