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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기관장들과 은행장들은 기업 구조조정 작업이 현재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진단했다. 구조조정의 주체인 은행장들조차 대부분 `미흡하다'는 평가를 했다.
경기침체의 장기화에 대비해 구조조정이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데는 공감하지만 침체의 골이 얼마나 깊을지, 또 얼마나 오래갈지 가늠하기 어려워서 잠재적 부실기업을 골라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채권금융기관의 이해관계가 얽힌 데다 구조조정보다는 지원이 더 강조되고 있는 점도 한계로 지적됐다.
◇ 12명 중 10명 "구조조정 미흡"
5일 연합뉴스가 민간 및 국책연구기관장 6명과 주요 은행장 6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현재 진행 중인 구조조정에 대한 평가와 관련해 10명이 `미흡하다'고 응답했다. `제대로 되고 있다'고 답한 사람은 이종휘 우리은행장과 윤용로 기업은행장 2명뿐이었다.
정기영 삼성경제연구소장은 "당사자들의 이해 충돌로 시행이 부진한 것 같다"고 지적했고, 김태준 금융연구원장은 "채권금융기관이 주도하게 되면 구조조정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강정원 국민은행장, 이백순 신한은행장, 김정태 하나은행장은 공통으로 선제적 구조조정의 한계를 지적했다.
외환위기 때처럼 기업 부실이 이미 드러나 있는 것이 아니라 잠재된 경우가 많아 사전에 이를 발견하고 대응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강정원 행장은 "경제 상황의 불확실성 때문에 구조조정의 폭과 방향에 대한 사회적 합의 도출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김정태 행장은 "과감한 구조조정보다는 각종 지원 정책을 통한 현상유지가 더 강조돼 잠재적 한계기업을 퇴출시키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다만 윤용로 행장은 "많은 사람이 시끌벅적한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제대로 하는 것처럼 생각하지만, 이미 경쟁력 없는 중소기업들은 시장에서 사라지고 상시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종휘 행장도 "속도감에는 다소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원칙에 맞게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 "금융 부문도 구조조정해야"
대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은 시장 상황을 지켜보면서 천천히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10명)이 많았다. 정기영 삼성경제연구소장은 "성장의 주력인 대기업을 인위적으로 구조조정하면 경기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러나 현오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전반적으로 괜찮다고 하더라도 위험은 특정 부분에서 확대되는 경우가 많다"며 "대기업도 건전성이나 리스크 관리 등에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추가 구조조정 분야에 대해 김정태 하나은행장은 자동차 부품, 반도체 등 글로벌 차원에서 수요가 급감하거나 전반적인 산업 구조조정이 예견되는 분야를 꼽았다.
래리 클레인 외환은행장은 "2금융권 가운데 특히 저축은행은 인수.합병(M&A)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준 금융연구원장도 "금융 부문의 구조조정을 방치하면 금융 불안이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구조조정의 주체는 `채권금융기관이 돼야 한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채권기관이 보유한 전문성과 차입자 정보를 활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이백순 신한은행장은 "(구조조정에 대한) 법적 책임이 불확실한 상황이어서 민간 차원의 구조조정이 쉽지 않다"며 정부가 구조조정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 "본격적인 경기회복, 내년 상반기"
연구소장들과 은행장들은 내년 상반기(8명)에 가서야 본격적인 경기 회복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장은 "최근 지표가 좋아지는 것을 보고 경기가 회복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있지만 이는 너무 성급한 의견"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출이나 소비, 투자가 감소하는 폭이 줄어든 것일 뿐 하락세가 멈춘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좌승희 경기개발연구원장은 "지금 `경기 바닥론'이 나오는 것은 막대한 자금을 공급한 데 따른 유동성 효과일 뿐"이라며 "현재 의 위기 국면이 올해 중 해소된다면 내년 1~2분기에는 회복 기미를 보일 것"으로 관측했다.
강정원 국민은행장은 "올해 2~3분기 중 구조조정이 마무리되고 슈퍼 추경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그 효과가 4분기부터 나타날 것"이라며 내년 상반기 회복세를 예상했다.
정기영 삼성경제연구소장은 "우리 경제는 수출이 국내총생산(GDP)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세계 경제가 본격적으로 회복돼야 한국 경제도 제대로 된 회복이 가능하다"며 회복 시점을 내년 하반기로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