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배터리, 정부 지원 업고 글로벌 1위 韓 배터리, 기술력으로 버티지만 한계실효성 있는 직접환급 지원 절실
  • ▲ 'K-배터리 재도약을 위한 산업전략 국회토론회'ⓒ한국배터리산업협회
    ▲ 'K-배터리 재도약을 위한 산업전략 국회토론회'ⓒ한국배터리산업협회
    전교 1등을 놓치지 않던 학생이 있었다. 밤낮 독학으로 정상에 오른 학생이다. 그런데 어느 날 전학생이 왔다. 전문가 컨설팅과 과외, 든든한 부모의 지원을 등에 업은 전학생은 어느새 1등 자리를 차지했다. 독학으로 버텨온 학생은 따라잡으려 애쓰지만 격차는 쉽게 좁혀지지 않는다.

    지금의 K-배터리가 처한 현실과 닮았다. '독학생'은 한국이고, '지원받는 전학생'은 중국이다.

    중국 정부는 2015년 '중국제조 2025'를 내놓고 10년 넘게 배터리를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해왔다. 재정·세제·금융 지원은 물론 인재 양성과 규제 완화까지 총동원했다. 휴대폰용 소형전지 사업에서 출발한 CATL은 정부 지원을 발판으로 세계 1위 기업으로 성장했다. 반면 과거 글로벌 1위였던 K-배터리 3사의 합산 점유율은 CATL 한 곳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그런데도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다. 현재 배터리 업계는 미국 IRA나 캐나다 청정기술 투자세액공제처럼 현금 지원이 가능한 '직접환급형' 세액공제를 요구하고 있다. 국내 세액공제는 납부할 법인세 범위 내에서만 공제가 가능하고, 남은 혜택은 이월된다. 적자를 내는 기업은 당장 체감하기 어렵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기술 경쟁력 우위 확보를 위해 막대한 투자를 이어왔다. LG에너지솔루션은 세계 배터리 업계에서 처음으로 특허 10만건을 돌파했고, 적자에도 불구하고 배터리3사는 연구개발에 조 단위를 투입하고 있다. 

    배터리는 단순히 전기차 부품이 아니다. 자율주행과 피지컬 AI, 조선, 방산 등으로 활용 범위가 확대되는 한국 미래 한축을 담당할 전략산업이다. 그러나 정부의 배터리 R&D 예산은 전무한 실정이다. 직접환급제 도입을 담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역시 몇년째 기획재정부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업계는 추가적인 점유율 하락이 기술·인력·자산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지금이 경쟁력 회복을 위한 골든타임이라는 것이다.

    중국은 국가가 산업을 키웠고, 한국은 기업이 버텨왔다. 하지만 기업의 체력만으로 버티기에는 경쟁 환경이 너무 달라졌다. 골든타임마저 놓친 뒤 지원을 논한다면, 그때는 지켜야 할 점유율조차 남아 있지 않을 수 있다.

    "중국처럼 파격적 지원을 해달라는 게 아니다. 어려운 시기에 가장 현실적인 직접환급제를 도입해달라"는 배터리 업계의 절규를 정부는 귀담아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