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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명 건국대 총장은 한국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I)의 지난 25일 첫 발사를 '절반의 성공'으로 규정했다. ⓒ 연합뉴스
    "기술이전, 특히 최첨단 우주기술이란 건 협정, 문서 상으로 되는 게 아닐 뿐더러 나로호는 300㎞ 이상 진입만으로 성공입니다."

    오명 건국대 총장은 한국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I)의 지난 25일 첫 발사를 '절반의 성공'으로 규정했다.

    그는 지난 2004년 9월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으로 재임할 시 러시아와의 우주기술협력협정을 직접 체결함으로써 2002년 시작된 첫 우주발사체 개발 사업을 본궤도에 오르게 한 주역으로 꼽힌다.

    오 총장은 "위성보호덮개인 페어링의 미분리는 우주선진국인 미국도 올해를 포함해 모두 8번이나 경험했던 일"이라며 "앞으로 나로호 2차 발사도 남아 있는 만큼 러시아 측을 절대 자극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주문했다.

    다음은 오 총장과의 인터뷰 문답 요지.

    --나로호의 7년여만 발사를 지켜본 감회는.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지켜보면서 가슴이 벅찼다. 나로호가 엄청난 굉음과 함께 화염을 뿜으며 올라가는데 멀리서 봐서 그렇겠지만, 생각보다 오래 올라갔다. 선진국에서도 처음 로켓을 발사해 성공 확률이 30%밖에 안되니까, 올라가다가 폭발할 수도 있고, 추락할 수도 있다. 조마조마했는데 발사가 성공하고 나니 가슴이 뛰고, 벅찬 감동이라는 표현이 이런 때 쓰는 것이구나 싶었다.

    --나로호 발사에 대한 평가를 한다면.

    ▲조선시대 신기전 등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먼저 로켓을 개발했다고 주장할 정도로 로켓기술에서 앞서 있었으나 그동안 강대국의 견제와 군사적 문제 등 여러 가지 제약 때문에 어려움이 많았다. 그런 어려움 속에서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 다시 민간 쪽에서 로켓 기술 연구를 시작했고 이것이 결실로 나타나 우리 힘으로 우리가 만든 인공위성을 우리 로켓에 실어 우리 땅에서 쏘아 올려 보낸 것이다. 우리 땅에서 우리 기술로 로켓을 쏘아 올린 것만으로도 절반은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거리 제약을 받지 않는 로켓을 발사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그렇다면 이번 발사는 어떤 의미가 있는지.

    ▲우주기술은 우리가 선진국으로 가려면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것이다. 우주산업은 기계ㆍ화학ㆍ전자 등 첨단기술이 복합적으로 결합해야 하는 과학기술의 총 집합체다. 로켓 발사와 우주분야에서 얻은 기술은 IT나 생명공학 등 모든 분야로 파급 효과가 엄청나다. 나로호 발사를 통해 우리가 그동안 얻은 것은 엄청난 가치가 있다. 우선 지난 7년간 연구과정 속에서 우리 과학자들은 우주기술 강국인 러시아로부터 우주 발사체와 발사대를 만드는 기술을 확보한 것이다.

    --러시아 1단 로켓을 들여와 발사하는데만 급급하다는 지적도 있는데.

    ▲비록 하단 발사체는 러시아에서 만들어진 것을 들여온 것이라 해도 그것을 하나의 큰 부품으로 본다면 러시아의 액체로켓 관련 기술 노하우를 우리가 가져온 것이고, 지금까지 우리 과학자들이 확보한 어마어마한 기술은 우주기술 개발 경쟁에 뛰어들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자체 추진력을 가진 로켓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중요한 것이고, 과학기술뿐 아니라 안보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이미 액체연료 추진 로켓을 개발한 우리로서는 이번 고 추진력의 러시아 1단 액체로켓을 현장에서 보며 느낀 이른바 '체득기술'이 엄청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책임 논쟁도 있는데

    ▲나로호 발사과정에서 러시아에 많은 돈을 주고 결과적으로 실패한 것 아니냐고 말하는 분들도 있는데 그것은 세계적 우주기술 판도를 모르는 이야기다. 이번 발사를 통해 우리가 확보한 기술은 어마어마하다. 선진국들이 우주 산업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발사체 기술은 절대로 다른 국가로 넘기지 않는다. 기술, 특히 첨단 우주기술은 단순히 협정 혹은 문서 상으로 넘어올 사안이 아니며, 전문 기술자들 간의 고유영역으로 남겨둬야 하는 측면이 강하다는 점만 지적하고 싶다.

    --우주기술협력 파트너로 러시아가 선택된 특별한 이유는 있나.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우주기술, 발사체 기술, 로켓기술을 다른 나라에 넘겨주는 곳은 어디도 없다. 2004년 9월 러시아와 협정에 서명할 때만 해도 러시아 경제상황이 어려운 편이어서 러시아가 공동개발에 동의했다. 지금은 더 많은 것을 주고도 그 기술을 절대 사오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 면에서 러시아와의 파트너십은 매우 '럭키(lucky)'한 일이었다. 지금도 상당수 러시아 기술진이 한국에 체류하는 만큼 러시아 측을 자극하지 않는 신중함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부총리 시절 우주개발 부문에서 역점을 둔 부문은.

    ▲우리나라가 국가 우주개발 중장기 기본계획을 내놓은 것은 1996년이다. 그동안 단계별로 우주개발사업을 추진해오다 과기부총리를 하던 2004∼2005년을 전후해 우주개발 프로젝트를 본격화했다. 다목적 실용위성 아리랑 2호를 성공적으로 발사하고 이를 기반으로 우리 땅의 우주센터에서 우리 기술로 개발한 발사체에 우리 위성을 우주에 실어 보내는 것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한국인 최초의 우주인 후보를 선발하고, 우주개발진흥법을 제정해 우주개발을 체계적으로 뒷받침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현재 한국 우주 항공계의 해결과제라면.

    ▲외국에서도 다 그렇지만, 실패했을 때도 우리 모든 국민이 격려해주고 손뼉을 쳐 줘야 한다. 과학자들에겐 나로호 발사 과정에서 쌓은 기술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지금보다는 더 발전된 발사체 기술을 개발하는 막중한 임무가 남아 있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나로호 발사과정에서 확보한 기술을 바탕으로 확실한 우주강국의 대열에 진입할 수 있도록 주도면밀한 계획을 다시 짜는 것이다.

    우리는 우주기술자도 부족하고 교육 프로그램이 부족하다. 우주기술 교육프로그램을 만들어 10년 후에는 당당한 우주대국이 되면 좋겠다. 이를 위해선 우수한 인재가 과학기술계로 몰릴 수 있도록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고 국가 차원의 정책적 지원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