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자율배상 거북이 걸음…"배상수준 이견"대표사례 분조위 결과, 이달 내 못 볼 듯금감원 "당국 역할 지속…늦어지는 것 없어"
  • ▲ 홍콩ELS사태피해자모임 관계자들이 지난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홍콩ELS 피해를 야기한 금융기관과 임원, 전 금융위원장 등 180인 고발 및 전액배상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제공.
    ▲ 홍콩ELS사태피해자모임 관계자들이 지난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홍콩ELS 피해를 야기한 금융기관과 임원, 전 금융위원장 등 180인 고발 및 전액배상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제공.
    금융감독원이 이달 말 홍콩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대표 사례에 대한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 결과를 공개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감감무소식이다.

    은행들은 자율배상을 진행 중이지만 공신력있는 분쟁조정 사례가 없다 보니 배상 비율을 둘러싼 고객과의 이견으로 좀처럼 속도가 붙지 않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4.10 총선 전 은행권의 자율배상을 관철시킨 만큼 금감원의 사태수습 의지가 느슨해진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NH농협·하나·우리은행 등 5대 은행은 홍콩ELS 자율배상을 진행 중이지만 실제 지급 건수는 많지 않은 상황이다.

    가장 먼저 자율배상을 결정한 우리은행의 배상 사례가 약 20건,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국민은행은 각각 10건 내외로 알려졌다. 농협은행은 여전히 고객별 배상 수준을 내부적으로 논의하는 단계다. 지난해 말 기준 홍콩ELS 판매 계좌가 약 39만6000개라는 점을 고려하면 배상 사례는 극소수인 셈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기준안에 따라 100%까지 배상 가능하다는 게 알려지면서 고객에 따라선 이보다 훨씬 낮은 배상 수준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홍콩 H지수 ELS 대표 사례 분조위 결과가 공개되면 배상 작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감원이 지난달 발표한 분쟁조정 기준안은 배상금 산정 방식과 배상 비율에 대한 임의적 사례만 포함됐다. 이 때문에 같은 사안에도 각 은행의 해석에 따라 배상 결과가 다를 수 있고, 고객들은 은행의 제안이 합당한지 의구심이 생기는 상황이다.

    배상안 적용 방식에 대한 당국의 판단을 볼 수 있는 분조위 결과가 나오게 되면 이를 참고한 은행의 배상 제안에도 공신력이 더해져 합의가 이전보다 원만해질 수 있다.

    은행들은 배상을 위한 비용도 이미 마련한 상태다. 전날 1분기 실적발표를 한 국민은행은 홍콩ELS 자율배상 비용 8620억원을 충당부채로 반영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투자자들의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한 사태 조기수습을 강조해 온 당국의 분조위 개최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금감원은 “구체적인 일정을 밝히기는 어렵다”면서 “신속한 개최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지난달 11일 분쟁조정 기준안 발표 이후 신속히 분조위를 열고 절차도 단축해 자율배상 부담을 최소화하겠다고 했으나 사실상 이달 결과 발표는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지난 1월부터 5개 은행과 6개 증권사에 대한 현장검사와 3월 분쟁조정 기준안 마련, 은행권 자율배상 독려까지 홍콩ELS사태 수습을 위한 속도전을 펼쳐왔다. 특히 총선을 앞두고는 은행들의 자율배상을 압박하며 하루가 멀다 하고 관련 메시지를 쏟아냈다.

    홍콩ELS 사태에 대한 당국의 속도감과 긴장감이 이전 만 못한 인상을 주면서, 일각에서는 판매사들에 대한 제재 수준도 낮을 수 있다는 기대감마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들의 자율배상은 원만하게 잘 진행되고 있는 편”이라면서 “당국도 꾸준하게 역할을 다하고 있고 늦어지고 있는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