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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한국선진화포럼」에서 오랜 현안인「복수노조· 전임자문제 어떻게 풀어야 하는가」토론회가 있었다.
노동계, 경영계, 학계 등 전문가들이 참여한 토론은 3시간 가까이 계속되었지만 입장의 차이만 드러날 뿐 합의점을 찾지는 못했다. 당시, 노동부장관으로서 입법을 주도한 입장에서 착잡한 마음뿐이었다. 1996년 12월 노동법 파동 이후, 이듬해 3월, 여야의 만장일치로 국회를 통과한 노동법이 이미 세 차례나 시행이 유예되었다. 그 후, 무려 13년의 긴 세월이 지난 오늘까지 서로 다른 시각의 주장만 되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 핵심은 경영계는 복수노조허용에 대한 우려와 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금지를 주장하고, 노동계는 조건 없는 복수노조 허용과 전임자 임금지급의 노사자율을 강조하는 것이다.
다만, 이번 토론에서 한가지 눈 여겨 볼만한 변화를 발견하고 나름 기대를 가져 본다. 함께하였던 노동조합 위원장의 토론내용이다. 즉, 교섭창구 단일화 조치와 함께 복수노조를 허용하여야 하고 노동조합의 자주성 원칙을 확인하면서 전임자 임금은 노동조합이 부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요지이었다.
13년 전, 노동법 개정은 말 그대로 헌법개정보다 더 어려운 일로「노동법을 개정하면 정권이 망하고 그렇지 않으면 나라경제가 망한다」는이야기가 회자될 정도로 매우 어려운 과제이었다. 그러나 우리 경제가 지속적으로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궁극적으로 근로자의 권익과 복지향상을 도모할 수 있는 체력을 키워가기 위해서는「대립과 투쟁의 노사관계」를「상생과 협력의 노사관계」로 바꾸지않으면 안된다는 판단과 시대적 소명의식으로 난제(難題)를 푸는 책임을 맡았었다. 투쟁적인 산업사회에서 상생하는 정보화시대로 진입에 걸맞게 노사관계를 노경(勞經)관계로「업그레이드」시켜서 이른바,「Win-Win」의 새 노사문화를 열고자 함이었다.
이제 참으로 작지만 소중한 변화의 싹이 보이고 있는 만큼, 더 이상 미루지 말고 대승적 차원에서 결단할 때이다.
첫째, 복수노조는 허용되어야 한다. 노조결성권은 시민주권 차원의 기본권이다. 또한 국제적 노동기준에 비추어도 보편적 가치에 해당된다. 그러면 단체교섭권 어떻게 하여야 하나?
당연히 배타적 교섭창구 단일화가 전제되어야 한다. 일부에서는 교섭창구 단일화가 노동조합의 단체교섭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현 노동법상 2인 이상의 노동자가 노동조합을 결성할 수 있도록 되어있는 상황에서 단체교섭에 대한 단일화 장치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노동조합간 갈등 및 노사교섭의 혼선으로 인한 피해는 누가 책임져야 하는가. 교섭대표는 공정대표의무를 부담해야 한다. 이는 오히려 다수 노동자의 교섭권을 보호해주는 길이기도 하다.
둘째, 노조전임자 임금지급은 금지되어야 한다. 전임자 임금지급은 과거 집단노사관계의 규제, 복수노조금지 등 권위주의적 노사관계의 보완책으로 나온 부산물이다. 이제는 노조도 자주성에 관한 원칙을 확립할 수 있을 만큼 성숙하였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OECD, ILO 기준도 노조전임자 임금지급금지는 노사가 결정할 사항임으로 법으로 규제 할 사안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현재 과도한 노조전임자와 임금지급이 노사자율에 의하여 결정된 결과인가? 외국에 입법사례가 없다고 하는데 우리처럼 노조전임자수와 임금지급이 과다한 사례는 있는가?
우리도 외국의 예처럼, 관계법령을 통해 산업안전이나 품질관리 생산성향상 등 회사발전을 위한 활동을 하는 경우 이에 참여하는 근로자 또는 노사협의회 위원에게는「인센티브」를 줄 수 있도록 되어있다. 그럼에도 활동여부에 관계없이 노동조합 간부라 하여 전임자임금을 지급하는 제도는 이제 바로 잡아야 한다.
지금 세계는 국경 없는 경제전쟁의 시대이다. 우리기업이 국제경쟁에서 승리하고 선진한국을 실현하기 위해서는「노사 패러다임」을 새롭게 바꿔야 한다. 경영계는 투명경영, 책임경영을 실천하면서 근로자를「파트너」로 존중하고 성장을 지원할 수 있도록 능력개발에 앞장서야 한다. 노동계는 신뢰와 존경으로 화답하면서 손을 내밀어「13년의 얽힌 매듭」을 함께 풀어 내는 「해지(解之)의 결단」을 내릴 때이다. 더 늦기 전에 다 함께 승리하는 상생(相生)의 기업문화를 세워야 한다.
성년을 넘어선 노사, 이제는「상생의 동반자」로 바로서야 한다.
이제는 결단할 때이다. 노와 사 그리고 우리 모두를 위하여.<기사제공: (재)한국선진화포럼, 02-6000-2482 http://kfprogress.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