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임위 표결 끝에 부결… '차등 적용' 반대 14표·찬성 11표·무효 1표숙박·음식업계 "감당할 수 없는 인건비 부담에 독소 조항 고착화"
  • ▲ 18일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열린 제7차 전원회의에서 사용자 위원들이 최저임금의 업종별 구분적용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 18일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열린 제7차 전원회의에서 사용자 위원들이 최저임금의 업종별 구분적용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내년에도 업종 구분 없이 동일한 최저임금이 적용된다. 숙박·음식업 등 영세 자영업자가 밀집한 업종에 한해 보다 낮은 최저임금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경영계의 요구가 올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소상공인들의 인건비 부담이 계속될 전망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7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의 업종별 구분 적용 여부를 표결에 부쳤지만 찬성 11표, 반대 14표, 무효 1표로 부결됐다. 이에 따라 2027년도 적용 최저임금 역시 모든 업종에 동일하게 적용된다.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 적용은 매년 최저임금 심의 과정에서 반복되는 쟁점이다. 현행 최저임금법은 사업의 종류별로 최저임금을 구분해 적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제도 시행 첫해인 1988년 이후 단 한 차례도 적용되지 않았다.

    경영계는 올해도 숙박·음식업 등 취약 업종의 경영 현실을 고려할 때 업종별 차등 적용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 이후 누적된 부채와 경기 침체, 소비 위축이 겹치면서 영세 사업자들의 경영 여건이 한계 상황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이날 회의에서 "숙박·음식업의 경우 최저임금 수준이 해당 업종 중위임금의 70~80%에 달하고 최저임금 미만율도 30%를 웃돈다"며 "이미 상당수 사업장이 현재 최저임금을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도달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소상공인들의 경영 상황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한국은행과 금융권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소매업과 숙박·음식업 대출 잔액은 356조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매출은 정체되거나 감소하는 반면 인건비와 임대료, 원재료비, 금융비용은 꾸준히 상승하면서 자영업자들의 수익성은 크게 악화된 상태다.

    중소기업계도 최저임금의 일률 적용이 현장의 현실을 외면한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양옥석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은 "소상공인들은 인건비 부담을 견디기 위해 가족 경영으로 전환하거나 무인주문기와 키오스크를 도입하며 버티고 있다"며 "폐업 후에도 수억원의 빚을 떠안는 사례가 적지 않은 만큼 업종별 지불 능력을 반영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노동계는 업종별 차등 적용이 저임금 노동자에 대한 차별을 제도화하는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자영업자의 어려움은 인정하지만 그 원인을 최저임금에서 찾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경영계는 OECD 주요국 상당수가 업종·지역·연령 등을 고려해 다양한 형태의 최저임금 차등 적용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산업별 생산성과 수익 구조가 크게 다른 상황에서 모든 업종에 동일한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현재 제도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최저임금 인상 필요성과는 별개로 업종별 지불 능력 차이를 제도적으로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생산성과 수익성이 크게 다른 업종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할 경우 고용 축소와 무인화 가속, 영세 사업장 폐업 증가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종별 차등 적용이 무산되면서 최저임금위원회의 논의는 이제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 결정으로 넘어간다. 노동계는 올해 시급 1만320원보다 16.3% 인상한 1만2000원을 요구하고 있으며, 경영계는 동결 또는 최소 수준 인상을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저임금 차등 적용이 또다시 벽에 가로막히면서 소상공인들은 내년에도 업종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단일 최저임금 체제 아래에서 인건비 부담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경영계는 최저임금 인상 논의와 별개로 업종별 지불 능력을 반영하는 제도 개선 논의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