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의 재정 긴축안에 항의하는 그리스 노동계의 파업 투쟁이 멈추지 않고 있다.
    게오르게 파판드레우 총리가 유럽과 미국 순방에 나서 재정 긴축안에 대한 지지를 얻었지만, 그리스 국채 가산금리는 그리스 정부 기대만큼 떨어지지 않고 있다.
    ◇ 양대 노총 세 번째 총파업 = 각각 50만명과 200만명을 조합원으로 둔 그리스 공공노조연맹(ADEDY)과 노동자총연맹(GSEE) 등 양대 노총이 11일 24시간 총파업에 나섰다.
    정부가 2012년까지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2.8%로 낮추기 위한 '안정 및 성장 프로그램'을 처음 내놓은 지난 1월 중순 이래 양대 노총의 세 번째 동시 총파업이다. 재정 긴축안에 따른 타격이 심한 ADEDY는 네 번째 총파업이다.
    관제사들이 10일 자정부터 파업을 시작해 항공편 운항이 전면 중단된 가운데 이날 오전 아테네 국제공항 등 그리스 주요 공항들은 썰렁한 모습을 연출했다.
    또 지하철, 시내버스, 철도, 여객선 등 교통수단이 다시 전면 마비에 가까운 상황을 보였고 국공립학교도 휴교했다.
    세관ㆍ세무, 국립병원, 중앙·지방정부, 법원, 은행, 호텔 등도 노조원들의 파업으로 비상체계로 운영됐다.
    한편, 양대 노총과 그리스공산당(KKE) 산하 노조단체인 전노동자전선(PAME) 등의 노조원 약 6만명(집회주최 측 추산.경찰 추산은 2만명)이 이날 오후 아테네 도심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날 행진에는 경찰, 소방공무원, 해안경비병 등도 참여했다.
    그러나 시위대가 국회 앞 광장까지 평화 행진을 벌인 뒤 헬멧과 검은 두건을 쓴 젊은이들을 포함해 무정부주의자들로 추정되는 수백명의 일부 시위대가 폭도진압 경찰을 향해 돌과 화염병을 던졌고, 이에 맞서 경찰이 최루탄을 쏘면서 폭력 시위로 이어졌다.
    또 쇠뭉치를 든 일부 시위대는 수십여 개의 상점과 은행지점 등의 유리창을 깨부수고, 경찰차량들과 오토바이들을 파괴했다. 이들은 또 쓰레기통과 차에 불을 지르고, 경찰에 던지려고 난간과 건물 외벽의 대리석들을 깨부쉈다.
    2008년 12월 시위에 참여한 10대 소년이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숨진 이후 무정부주의자 등 일부 극렬 세력의 폭력 시위로 점철된 지난해 상반기 시위 양상이 재연되는 듯했다.
    양대 노총이 총파업에 나섰던 지난 5일 도심 시위에서도 이런 과격 시위가 불거진 바 있다.
    경찰은 이날 최소 16명을 연행했으며 2명의 경찰이 다쳤다고 밝혔다.
    그리스 제2의 도시 테살로니키에서도 이날 1만4천여명이 참여한 시위가 있었으며 일부 시위대와 경찰 간 산발적인 충돌이 빚어졌다.
    그리스 정부는 올해 재정적자 감축 목표(GDP 대비 4%. 약 100억유로)의 절반에 해당하는 48억유로 규모의 추가 긴축안을 지난주 내놨고, 의회 승인을 얻었다.
    추가 긴축안은 △부가가치세 인상(19%→21%) △공무원의 부활절·성탄절·휴가철 특별보너스 30% 삭감과 복지수당 삭감폭 확대(10%→12%) △2010년 연금 동결 △유류세 8% 추가 인상 △담뱃세·주류세 추가 인상 △고소득자·부유층 소득세 인상 및 사치품 과세 등을 담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들은 추가 대책을 포함한 재정 긴축안에 대한 그리스 국민의 찬반 여론이 팽팽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게오르게 파판드레우 총리에 대한 지지율도 52.0%로 지난 1월의 62.8%에서 10%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이런 가운데 사회불안에 대한 그리스 국민의 우려도 고조돼 있다.
    ◇ 유럽 지지..국채금리 여전히 높아 = 파판드레우 총리는 추가 긴축안을 발표한 직후 독일, 프랑스, 미국 등을 잇달아 방문해 재정 긴축안에 대한 지지와 '정치적 지원'을 촉구했다.
    그는 그리스 정부가 원하는 것은 직접적 금융지원이 아니라 다른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과 비슷한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는 것이라며 이를 가로막는 국제 투기세력에 대한 공조를 요청했다.
    이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등이 지지 의사를 표현했고 유로존이 파생금융상품인 신용디폴트스와프(CDS) 등의 투기적 요소에 대한 규제에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투기자본이 특히 국가를 겨냥하는 것을 저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고, 주제 마누엘 바로수 EU 집행위원장도 EU가 "순전히 투기적인" 성격의 CDS 거래를 금지할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리스 국채 가산금리는 재정위기가 크게 누그러졌다고 평가하기 어려운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리스 정부는 지난주 추가 긴축안을 발표한 직후 50억유로의 10년 만기 국채를 발행하면서 6.25%의 수익률을 조건으로 내걸어야 했다.
    전날 독일 국채 대비 그리스 국채 수익률의 가산금리는 파판드레우 총리의 순방 직전보다 오히려 상승한 3.10%포인트를 나타냈다.
    이 같은 가산금리는 재정위기가 한창 고조됐던 지난 1월말(3.96%포인트)에 비해선 많이 떨어진 것이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올해 만기도래하는 530억유로의 국채를 상환하기 위해 다시 국채를 발행해야 하는 형편에서 이런 이자비용은 재정적자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게 만들 것이라는 시각이 금융시장에 존재하고 있다.
    시몬 존스 전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로이터통신에 "그리스의 근본적 문제와 EU 차원의 조직적 행동이 없는 점을 고려하면 그리스 국채 가산금리가 지금처럼 낮은 수준에 있는 것이 놀랍다"고 말했다.
    뉴욕 소재 리서치 회사인 'SGH 마크로 어드바이저스'의 알리 주르피갈 대표는 "그리스의 일부 국영은행이나 준정부기관이 개입 차원에서 그리스 국채 매입에 나설 경우에야 비로소 그리스 가산금리가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