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0자 단문 블로그인 트위터가 젊은 유권자들을 결집시키면서 6.2 지방선거의 판세를 완전히 바꿨다.
    정치에 별로 관심이 없었던 회사원 김미진(28) 씨는 당초 2일 거행된 6.2 전국 동시 지방선거 투표에 참여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업무 때문에 회사에 출근하기도 했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야당이 멀찌감치 뒤처지는 것으로 나와 투표할 의욕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후 들어 친구들이 트위터를 통해 선거가 초박빙이라며 투표를 독려하는 메시지를 연달아 보내자 갑자기 마음이 바뀌었다.
    김씨는 "업무 중 잠시 시간을 내 오후 5시께 투표를 했다"면서 "트위터가 아니었으면 그냥 넘어갈 뻔했다"고 말했다.
    직장인 최유정(31) 씨도 선거가 한창이던 2일 오전 소셜네트워킹 사이트인 페이스북의 '친구' 30여 명에게 투표를 독려하는 문자를 보냈다.
    최씨는 "젊은 세대의 투표율이 낮다는 점이 안타까워 이번에는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조그만 힘이라도 보태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메신저 제목도 2주 전부터 '선거로 말합시다'로 바꿨다"고 말했다.
    이번 6.2 지방선거에서는 트위터를 비롯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유튜브, 아이폰 등이 이변을 낳는 중요 변수로 작용했다.
    일반인뿐만 아니라 소설가 이외수를 비롯한 유명인과 연예인들도 앞다퉈 투표 '인증샷(증거사진)'을 트위터에 올리며 투표를 독려했다.
    아이폰 등 스마트폰과 결합한 SNS가 정치에 상대적으로 무심한 젊은 층을 투표소로 이끄는데 한몫했고, 이는 지지기반이 상대적으로 젊은 민주당의 선전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일부에서는 이를 '트위터 혁명'으로까지 표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SNS 사용자의 저변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2012년 총선과 대선 등에서는 폭발력이 배가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근거 없는 소문의 전파 매개로 악용될 가능성에도 우려를 표했다.

    ◇ 투표율 막판 급증 1등 공신은 트위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일 오전만 해도 2006년 지방선거 때보다 낮았던 투표율이 정오가 지나면서 4년 전 수치를 추월하기 시작했다.
    차이는 갈수록 벌어져 최종 투표율(54.5%)은 2006년 선거(51.6%) 때보다 2.9%포인트가 높았다. 지방선거로는 1995년 제1회 선거(68.4%) 이후 최고였다.
    연령별 투표율은 아직 집계되지 않았지만 투표율 상승이 트위터의 독려에 힘입은 젊은 층의 참여 증가에 따른 것이라는 게 여야의 공통된 분석이다.
    백원우 민주당 유비쿼터스위원회 위원장은 "트위터가 젊은 층의 투표율을 높이는데 의미 있는 도구로 사용됐다"고 털어놨다.
    한나라당 유은종 디지털팀장도 "트위터가 투표자를 집결시키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면서 "젊은 세대의 표출 욕구가 트위터 공간에서 폭발하면서 여론을 만들어냈다"고 분석했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 여야 가릴 것 없이 트위터를 비롯한 SNS를 젊은 유권자의 표심을 사로잡을 도구로 활용했다.
    하지만 그 폭발력은 지지층과 트위터 이용 층이 상당 부분 겹치는 민주당과 진보신당, 민주노동당 등에 훨씬 컸다.
    민주당 등 야당들은 트위터 외에도 사용자제작콘텐츠(UCC) 영상 포털인 유튜브에도 활발하게 홍보 동영상을 게시하는 등 각종 인터넷 서비스를 활용해 젊은 층의 표심을 사로잡았다.

    ◇ '트위터 혁명' 갈수록 거세진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집권한 지난 2002년 대선에서 인터넷 토론방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가 위력을 발휘했다면 이번 지방선거는 트위터가 힘을 떨친 최초의 선거였다.
    트위터는 지난 2008년 말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버락 오바마 후보를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당선시키면서 위력을 떨친 소셜네트워크서비스다.
    배영 숭실대 정보사회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정치와 생활이 별개의 영역이었다면 이번에는 트위터가 정치를 생활과 이어주는 매개체로 작용했다"면서 "유저들이 트위터를 통해 얻은 정보를 공유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고 신념을 강화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노기영 한림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도 "기존의 홈페이지가 브로셔의 역할을 대신했다면 SNS는 네트워크를 형성해 행동을 유발하는 힘을 가졌다"고 평가했다.
    트위터를 비롯한 SNS의 위력은 앞으로 선거에서 더욱 커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전망이다.
    한국의 트위터 이용자는 현재 50만 명 남짓으로 추정되는데 싸이월드의 회원 수(2천500여만 명) 등을 감안하면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의 보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것도 트위터의 성장에 무게를 실어준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 이마케터에 따르면 올해 미국 인터넷 이용자의 57.5%가 한 달에 한 번 이상 SNS 서비스를 사용할 것으로 예상됐는데, 이 수치는 2014년 65.8%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배 교수는 "방송처럼 SNS도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당연한 상수처럼 여겨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 교수도 "앞으로 몇 년 지나면 중년층까지 SNS를 많이 활용할 것"이라며 "다음 선거에서는 그 영향력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근거 없는 의견 전파 수단 될 수도
    트위터의 가장 큰 특징은 한 사람이 게시한 글이 리트윗(글 퍼 나르기)을 통해 기하급수적으로 퍼진다는 점이다.
    이번 선거에서도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민심이 표출된 곳도 바로 트위터였다. 천안함 침몰 사건 등을 놓고 토론과 공방이 벌어진 것은 물론 선거 관련 소식도 실시간으로 전파했다.
    서울시 교육감으로 출마한 진보 측 곽노현 후보의 선고공보물 발송 누락 사실이 가장 먼저 알려진 곳도 바로 트위터였다.
    지난 2월 '희귀혈액을 구한다'는 글이 트위터에 오르자 순식간에 확산해 하루 만에 희귀혈액을 구한 사례에서 보듯 트위터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근거 없는 유언비어 확산에 악용될 여지도 적지 않다.
    실제 천안함 침몰 사건 때에도 트위터를 통해 '조사결과가 왜곡됐다'는 등의 악성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노 교수는 "트위터의 메시지는 한번 전달되면 돌이키기가 힘들며 그 진위를 확인하는 것도 쉽지 않다"면서 "잘못된 정보가 유통되는 것을 어떻게 막아낼지 사회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말했다.
    배 교수도 "자신이 생산하는 정보에 대해서는 각자가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