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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컴퓨터 중독, 절반은 부모 책임?
"절 좀 해방시켜 주세요"
"저는 중학교 남학생입니다. 인터넷 중독으로 더 이상은 저의 하나뿐인 인생을 망치기 싫어서 상담을 요청합니다. 저는 컴퓨터를 한번 하면 10시간 이상씩 합니다. 눈이 아파도 몸이 아파도 게임의 목표가 정해지면 그 목표가 완수 될 때까지는 절대로 중단을 못합니다. 컴퓨터 때문에 몸도 많이 망가졌습니다. 매일 앉아 있어서 몸무게도 부쩍 늘었고, 친구 없이 게임만 죽도록 합니다. 학원도 끊고 부모님은 이젠 절 포기한 상태입니다. 성격은 망가질 대로 망가지고 폭력적인 걸 좋아하는 것 같고 인터넷 은어가 생활언어인지 뭐가 뭔지 구분도 잘 안됩니다. 6년 전의 저의 모습으로 살고 싶습니다. 중학교 3학년이라 공부도 해야 하는데 성적은 꼴등이에요. 인터넷중독 어떻게 해야 될까요? 고민 또 고민입니다. 제발 절 인터넷중독에서 해방시켜 주세요(연우성·가명·15)."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지난해 공모한 인터넷중독 극복 수기 수상작 포스터. ⓒ 뉴데일리 "여섯 살 아들이 컴퓨터 게임에 빠졌어요", "쇼핑을 멈추고 싶어요", "게임중독인 아들을 어찌해야 하나요" 같은 각양각색의 사연을 털어놓은 뒤 해결책을 간구하는 이들은 하나같이 절박한 심정으로 가족이나 본인의 치료 및 상담을 호소하고 있었다(아름누리 상담콜 1599-0075).
본인 스스로 인터넷 중독 증상을 인지하면서도 한번 컴퓨터 게임에 빠져들면 좀처럼 헤어나오기 힘들다는 점에서 인터넷 중독의 부작용은 약물 중독 이상으로 심각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인터넷 중독은 심리적인 변화를 가져올 뿐 아니라 대뇌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쳐 판단력을 흐리게 하는 등 마치 마약 중독과 유사한 증상을 유발하기도 한다.
게임에 몰두하게 되면 감정조절중추에 이상이 생겨 현실과 사이버세계를 구분키 힘들어지며 일종의 황홀감을 경험, 더욱더 강한 자극을 찾게 된다. 따라서 폭력적이거나 음란성이 짙은 게임을 즐기다보면 보다 강도가 높은 게임으로 이동하는 행태를 보이기도 한다.
온라인 게임에 중독된 젊은 부부가 생후 3개월 밖에 안 된 딸을 집에 방치해 숨지게 하고 게임비를 마련하기 위해 부모에게 폭력를 행사하는 어린 학생이 등장하는 등, 인터넷과 게임에 지나치게 몰두함으로써 빚어지는 일련의 사회적 병폐들은 오늘날 IT강국으로 불리는 우리나라가 극복해야 할 부끄러운 성장통 중의 하나다.
◆초등생 절반 이상, 게임 목적 인터넷 접속
최근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정의 90%가 초고속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으며 전국에 3만개에 가가운 PC방이 성업, 국민 대다수가 컴퓨터·인터넷과 밀접한 생활 환경 속에 살고 있다. 특히 국내 게임시장이 날로 급성장, 세계적인 게임대회를 국내에서 주최하고 온라인 게임이 수출 효자 종목으로 부상하는 등, 인터넷·게임·휴대폰 등으로 대변되는 IT 분야는 이제 대한민국의 상징이자 주요한 성장동력이 돼 버린지 오래다.
하지만 IT산업의 성장곡선이 가파른 만큼 그에 따른 '사회적 그림자'는 더욱 짙게 드리워지는 모습이다. 특히 "초등학생의 52%가 게임을 하기 위한 목적으로 인터넷에 접속 중"이라는 한 교육단체의 통계조사는 충격적이다.
놀이미디어교육센터가 지난 5월 서울지역 초등학교 4~5학년 5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컴퓨터 사용 실태 조사에서 응답자의 75.3%가 게임에 접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 중 31.5%는 3개 이상의 게임에 접속하고 있으며 21.3%는 도검류나 총기류가 등장하는 폭력적인 게임을 즐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린아이넷(www.greeninet.or.kr)'에 올라온 유해사이트 차단 프로그램. 사이트 접속 후 해당 프로그램을 무료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 뉴데일리 '인터넷 중독률' 조사에서도 초등학생 고위험 사용자가 점차 증가세를 보여 인터넷 중독 연령층이 청소년층에서 초등학생층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행정안전부가 청소년과 성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2009 인터넷중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인터넷 중독률은 8.5%를 기록(191만3000명), 전년과 비교해 0.3%포인트 하락한 수치를 보였다.
그러나 전문적인 치료를 요하는 '인터넷 중독 고위험 사용자' 중 초등학생은 8만명(3.0%)으로 집계됐으며 전년 수치(1.6%)보다 오히려 1.4% 포인트 증가한 모습을 보였다.
이번 조사에서 청소년 인터넷 중독률은 12.8%(중독자 수 93만8000명)로 집계, 성인 중독률 6.4%(중독자 수 97만5000명) 보다 2배 정도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 초등학생의 인터넷 중독률은 28만5000명(10.8%)인 것으로 나타나 인터넷 중독의 연령이 점차 낮아지고 있는 추세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청소년 성범죄 주요인도 인터넷?
하지만 인터넷 사용의 폐단은 비단 '게임 문제'만이 아니다. 성전문가 구성애는 지난 3월 한 강연에서 "대한민국 청소년의 성범죄 비율이 미국의 2배"라고 밝히며 한국 청소년들이 성범죄를 저지르는 주 원인으로 음란물의 시청을 꼽았다.
구성애는 "지난 2008년 연세대학교와 합동으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2001년에는 청소년들이 인터넷 음란물에 우연히 노출됐으나 2008년도 조사에선 청소년들이 자발적으로 찾아 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변화의 흐름을 설명했다.
구성애는 "2008년 경찰청 통계에서도 2005년에 비해 미성년자들의 '성폭행 가해자' 수가 104% 늘었다"는 사실을 공개한 뒤 "10대 가해자가 해마다 50% 증가, 지난 2008명에는 2700여명이 아동 성범죄를 일으켰는데 미국의 경우 청소년 인구 10만명 중 성범죄자 비율이 6명, 일본은 1.1명인 반면 우리나라는 11.5명에 달하는 것으로 이는 범죄율이 가장 높다는 미국보다도 2배나 많은 수치"라고 강조했다.
구성애는 자신이 직접 150명의 성범죄 가해자를 직접 만나 상담한 결과 4명 중에 1명이 '음란물 때문에 충동적으로 성폭행을 했다'고 시인한 사실을 밝혔다.
따라서 구성애는 "아이들이 음란물에 노출되지 않도록 부모들이 최대한 차단하는 것이 의무"라고 강조하며 "남자 아이들이 청소년 성폭행의 가해자가 되지 않도록 부모들이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실제로 구성애의 지적대로 경찰 조사결과 청소년 성범죄의 상당수가 성인들의 잘못된 행동이나 인터넷 사이트 등에 기인한 '모방범죄'인 것으로 나타나 청소년들의 교육 환경 제고가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교육과학기술부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청소년 안전망 '그린아이넷(www.greeninet.or.kr)'을 통해 13개의 유해사이트 차단 프로그램(맘아이 www.momi.co.kr, 해피모션 www.happymotion.co.kr, 엑스키퍼 www.xkeeper.com 등)을 무료로 보급, 청소년들에게 건강한 인터넷 환경을 조성키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들 프로그램은 음란물 차단 기능은 물론 자녀의 인터넷 사용 습관을 체크, 생활 지도에 이용할 수 있는 리포트를 발송해주는가 하면 부모들로 하여금 실시간 PC원격제어가 가능토록 해 멀리 떨어져 있어도 자녀의 컴퓨터 이용 현황을 파악하고 적절히 컨트롤 할 수 있는 다양한 기능들을 담고 있다. 특히 '유스 키퍼(YOUTH Keeper www.mw.go.kr/front/al/sal0601vw.jsp?ZONE_SEQ=227)'는 성매매 제안을 받은 청소년들이 직접 신고를 할 수 있는 채팅 추적 프로그램이다.
'인터넷 레스큐(rescue) 스쿨' 교육 장면. ⓒ 뉴데일리 2008년 여성가족부(구 보건복지가족부)의 조사에 따르면 29%가 초등학생 일때, 96%가 중학교를 졸업하기 전에 음란물을 접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이들이 음란물을 접하는 장소는 92.1%가 본인의 집 또는 친구의 집이라고 응답한 바 있다. 결론적으로 많은 가정에서 부모의 손길이 닿지 않는, 통제되지 않은 컴퓨터와 인터넷 접속으로 음란물을 접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
따라서 전문가들은 아이들의 게임 시간을 철저히 제한하는 한편 컴퓨터를 방 안이 아닌, 거실에 두고 사용토록 해 자녀들이 부모 몰래 유해한 사이트에 접속하지 못하도록 강제적인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만일 집안에서 이같은 강제조치의 이행이 불가능한 경우 청소년 인터넷 중독 치료 기숙학교인 '인터넷 레스큐(rescue) 스쿨'을 이용해 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한국청소년상담원(www.kyci.or.kr)과 여성가족부가 공동 운영하는 '인터넷 레스큐 스쿨'은 올해로 4년째 운영되는 일종의 재활치료과정으로 청소년 인터넷 중독자 중에서도 치료가 시급한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실시된다.
'인터넷 레스큐(rescue) 스쿨' 교육 장면. ⓒ 뉴데일리 한국청소년상담원 관계자는 "지난해 '레스큐 스쿨'을 마친 학생들을 대상으로 3개월 뒤 인터넷 중독 검사를 실시한 결과 한 단계씩 상태가 호전된 모습을 보였다"며 "해당 학생 및 학부모들의 반응이 대단히 좋은 편"이라고 밝혔다.
◆SK브로드밴드, '해피인터넷 멘토링' 실시
민간기업들도 청소년들이 건전하게 인터넷을 즐길 수 있도록 온라인 게임에 '피로도 시스템'을 도입하고 자체적으로 인터넷 중독을 막기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서울, 인천, 대전, 광주, 대구, 부산 등 전국 10개 중학교에서 인터넷중독 예방을 위한 '해피인터넷 멘토링' 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한국정보화진흥원과 협력, 인터넷중독 현상 해소와 건전한 정보이용 문화를 만들기 위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SK브로드밴드는 지난 4월 '해피인터넷 멘토'로 선정된 SK브로드밴드와 한국정보화진흥원 직원 40명이 서울 인근 중학교에서 시간관리를 위한 멘토링 활동을 시작, 인터넷 중독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지도 관리에 나서고 있다.
SK브로드밴드의 '해피인터넷 멘토링' 활동 장면. ⓒ 뉴데일리 ◆스마트폰도 유해사이트 차단 서비스 개시
스마트폰에서도 청소년 보호장치가 구현됐다. SK텔레콤은 최근 스마트폰용 유해사이트 차단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완료, T스토어를 통해 무료 제공하는 서비스를 펼치고 있다.
SK텔레콤은 모바일 웹, 안드로이드 마켓, T스토어, 이메일, SMS 등을 통해 연결되는 웹 사이트의 유해성 여부를 고객이 사전에 검사할 수 있도록 하는 '유해사이트 검사' 서비스를 T스토어에서 애플리케이션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
유선 PC 이용 환경에서는 초고속인터넷이 대중화되면서 청소년들의 유해사이트 접근 방지를 위한 다양한 서비스가 보급돼 있지만, 스마트폰을 통한 무선인터넷 이용 환경에서의 유해사이트 차단 서비스가 제공되기는 국내에서 이번이 처음이다.
유해사이트 검사 서비스는 피싱 사이트(Phishing Site) 정보를 공유하고 검사할 수 있는 사이트인 피시 탱크(Phish Tank) 및 SK텔레콤이 관리하는 국내/외 음란, 사행성 등 유해사이트 DB와 실시간으로 연계돼 유해사이트에 대한 사전 차단 기능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안드로이드 기반 스마트폰 고객은 T스토어 홈페이지(www.tstore.co.kr)에서 유해사이트 검사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받거나, 스마트폰에서 T스토어에 접속해 메뉴 중 생활·위치>유틸리티에서 유해사이트 검사를 설치해 이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