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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찾은 현대건설, 옛 영광 재건하겠다.”
16일 현대건설 우선협상대상자로 현대자동차를 제치고 현대그룹이 선정된 가운데 현정은 회장은 이 같이 밝힌뒤 “모든 임직원과 함께 현대그룹의 적통성을 세우겠다”고 밝혔다.현대건설 채권단은 이날 운영위원회를 열고 우선협상대상자로 현대그룹을 지명했다. 현대그룹은 현대차와의 경쟁이 치열해지자 애당초 시장에서 예상한 인수가격(3조5000억원~4조억원)보다 훨씬 많은 4조8천억원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현대기아차그룹은 4조3000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는 가격 부분이 가장 크게 좌우된 것으로 보인다. 현대그룹은 당초 독일 기업을 컨소시엄에 참여시킬 계획이었지만 막판에 차질이 빚어져 자금 동원에 위기를 겪는 듯 했으나 동양종금증권이 투자자로 나서면서 고비를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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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정은 회장 “현대건설은 현대그룹의 모태” 뚝심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2003년 취임 이후부터 현대건설에 대한 인수의지를 밝혀왔다. 특히, 취임 100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장기적으로 현대건설을 되찾아 와야 하지 않겠느냐”면서 “故 정몽헌 회장도 건설을 끝까지 지키려 노력했다. 그 같은 모습을 지켜본 나 또한 애착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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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6년 금강산에서 열린 故 정몽헌 회장 3주기 추모식에서도 “현대건설은 현대그룹의 모태로 정몽헌 회장이 지키려고 사재까지 털었던 회사다. 현대건설 인수에 매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현 회장은 매년 신년사에서 현대건설 인수의지를 밝혀왔다. 올해 신년사에서도 “현대건설 인수는 그룹의 미래를 위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확실한 신성장 동력”이라며 “언젠가 매각이 시작될 때 차질없이 인수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본격적인 인수전이 시작된 직후 취임 7주년을 맞아 전임직원들에게 이메일을 통해 ‘미션완수’를 뜻하는 스페인어 ‘미시온 꿈플리다(Mision Cumplida)’를 이용, 현대건설 인수에 힘을 모으자고 당부하기도 했다.
◇ 현대그룹 재계 14위로 ‘도약’…시너지 효과 클 듯
현대그룹은 현대건설 인수로 자산규모 22.3조, 매출 21.4조로 재계순위 12위(2009년 기준, 공기업 제외) 그룹으로 도약하게 됐다.
기존 현대상선 중심의 매출 구조에서 탈피, 안정적인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 있게 됐다. 현대그룹 측은 “사업 경쟁기반이 두 배로 늘어나 글로벌 경쟁시장에서도 그룹의 위상과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그룹 내에서는 대북 인프라 개발 및 북방사업 추진을 위한 성장동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도 잇따르고 있다.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비전 2020’ 달성과 그룹 재도약을 위한 발판이 마련됐다는 것이다.
계열사와의 시너지 효과에 대한 기대도 크다. 현대상선·현대로지엠은 건설자재·플랜트 설비 등의 국내외 수송을 담당할 전망이다. 현대상선은 중량화물 운송 및 해양 엔지니어링 사업에 동반 추진도 가능하다.
현대증권은 현대건설과의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통해 수익증대를 꾀할 전망이며 현대건설 역시 현대증권의 선진금융기법을 활용해 투자위험 관리, 투자자 유치를 강화한다.
또한 북한의 전력·통신·철도·비행장 등 7대 남북경협사업권을 갖고 있어 현대그룹은 향후 30년간 150조~400조원에 이르는 북한SOC사업에 우선적 참여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 ‘자금조달’이 문제…구체적 청사진 내놔야
장밋빛 전망만이 뒤따르는 것은 아니다.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자마자 현대건설 주가는 6만2200원으로 전일대비 1만900원(14.91%)이나 떨어진 상태다. 현대그룹주도 급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현대상선,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증권 등 계열사주 역시 하한가에 근접 폭락을 면치 못했다.
반면 인수 불확실성에서 벗어난 현대기아차그룹주는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이 보합권이 머물며 안정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그룹은 채권단에 4조원 후반대의 인수가격을 제출했다. 현대기아차그룹보다 5000억원가량 높은 인수가를 제시했다. 이에 따라 현대그룹의 자금력에 대한 우려가 주가폭락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그룹이 자금 조달방법 등을 밝히기 전까지는 당분간 현대그룹의 주가를 파악하기 어렵다”면서 “현대건설도 현대그룹의 재무구조 악화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