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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에 30요? 언제적 얘기를 하시는 거예요?”
지난해 하반기 공채에 서울로 취업을 성공해 부산에서 상경한 김상훈(30·남)씨는 얼마 전부터 직장 선배와 불편한 동거를 시작했다.
당분간 자취를 할 생각이었지만, 워낙 임대료가 비싼데다, 그나마 부담스러운 가격을 주고서도 구하기도 어려워 비슷한 처지인 선배와 월세와 보증금을 분담해 같이 살기로 한 것.
수입이 없던 대학 생활에서도 생각지 않았던 룸메이트가 생겨 처음에는 속도 상했지만, 같은 회사 내에서도 비슷한 처지의 신입사원이 많다는 사실에 ‘그나마 다행이다’고 생각 중이다.
김 씨는 “월세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라 나처럼 주변 사람들과 ‘동거’를 하는 케이스가 상당히 많다”며 “그래도 이마저도 서로 조건이 맞지 않으면 안양, 수원 등에 집을 구해 원거리 출퇴근을 하는 동료도 있다”고 최근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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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은 지금 월세 구하기 전쟁
수도권 주택 월세 가격이 꾸준히 오르면서 사무실이 밀집한 서울 일부 지역에는 값싼 임대 주택을 구하기 위한 사회 초년생들의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
출퇴근이 용이한 역세권 지역은 쳐다보기도 힘들다. 전철역이 가까운 지역 주요 오피스텔이나 원룸은 보증금 2천만원 이하로는 구하기 불가능한 실정이다. 지방에서 상경한 신입 사원들에게는 원룸 하나 구하기 위해서는 첫 월급을 받기도 전에 ‘대출’부터 알아봐야 할 처지다.
월세 시세도 상당히 올라 에어컨, 세탁기 등 필요한 옵션이 갖춰진 원룸은 최하 임대료가 50만원 선이다. 월급이 200만원도 채 되지 않는 신입사원들에게는 월세와 식비를 제외하면 저축은 꿈도 꿀 수 없는 셈이다.
실제로 국토부가 수도권 월세가격동향조사 시스템을 구축해 지난해 6월부터 조사 및 검증을 실시한 결과를 보면 지난 하반기(7~12월)에만 수도권 월세가격은 1.8%나 올랐다.
특히 서울은 2.3%나 올라 경기 1.5% 인천 0.2% 에 비해 가파른 상승률이다. 여기에 일반 주택보다 젊은 세대가 선호하는 소형 원룸이나 오피스텔의 가격 상승폭은 훨씬 더 크다.
가난한 사회 초년생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어색한 ‘동거’를 시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 新 풍속도… 이성끼리 동거가 더 편해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성간의 동거도 새로운 풍속도로 자리 잡고 있다.
불편한 동성 룸메이트보다는 마음이 맞는 이성간의 동거에 눈을 돌리는 신세대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피터펜의 좋은방 구하기’ 등 오피스텔·원룸 임대 전문 커뮤니티에는 이처럼 이성 룸메이트를 구하는 게시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얼마 전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만난 남성과 강남 신사역 인근에서 동거를 시작했다는 박선미(31·여)씨는 “이왕이면 동성보다는 이성이 편하고 좋지 않겠느냐”며 “처음에는 조금 어색하고 불편했지만, 혼자 있기 무섭지도 않고 든든해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사무실이 밀집한 서울 마포구 한 공인중개사 관계자도 “인근 회사에 다닌다면서 함께 방을 쓸 룸메이트가 있으면 연락 달라는 손님이 가끔 있다”며 “여성 손님들도 이런 분위기를 잘 아는지 의향을 물어보면 ‘만나보고 결정하겠다’며 크게 부담을 느끼지 않는 눈치였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처음에는 세태가 많이 변했다며 씁쓸한 기분도 들었지만, 워낙 임대료가 비싸다보니 그럴 수밖에 없을 거라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