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처분된 가축 사상 최대인 67만 마리에 육박
  • 구제역 피해가 갈수록 확산되면서 축산업계와 외식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조속히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할 여야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등 한심한 작태만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번 구제역 확산사태와 관련, 가축전염병예방법(가축법) 개정안 처리를 논의하기 위해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를 열기로 합의했지만, 책임을 둘러싸고 연일 서로 비난을 퍼붓고 있다.

    한나라당 안형환 대변인은 3일 비공개 최고 위원회가 끝난 뒤 논평을 통해 “민주당이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장외투쟁을 벌인 날짜가 구제역이 확산되는 시기와 겹쳤다”며 “민주당은 자제를 했어야 한다”고 밝혀 구제역 확산과 민주당 장외집회를 연관지었다.

    정부와 지자체에서 가급적 사람들이 모이는 행사를 자제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민주당이 장외투쟁을 위해 전국에서 사람들을 몰고 돌아다녔고, 이로 인해 구제역이 일부라도 확산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질세라 4일 오전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한나라당 안형환 대변인의 논평에 발끈하며 “대체 집권여당으로서 낯이 있는 소리인가. 철면피들 아닌가”라고 반박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가축전염예방법을 통과시켜 주지 않아 어렵다고 하는데, 그 법은 국민을 처벌하는 것이고 6개월 경과규정을 두고 있기 때문에 지금 구제역에는 아무 필요가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또 민주당 전병헌 정책위의장은 “민주당의 대 정부 항의 순방과 투쟁을 구제역 창궐의 원인인 것처럼 지적하는 것은 개그콘서트의 소재가 될 수 있는 코믹한 일이고 정치권의 책임전가에 가히 기네스북에 오를 정도”라고 비꼬았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는 정부를 타겟으로 삼았다. 이 대표는 구제역과 관련, “이명박 정부는 위기대응 및 위기대비 자세가 전혀 안 돼 있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4일 오전 당5역회의를 갖고 “지금 우리나라에서 구제역이나 조류독감이 발생하는 것은 거의 예견된 것”이라며 “그런데도 충분한 예방책이나 대응대책이 서있지 않아 우왕좌왕하고 결국은 전국 확산까지 손 놓고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대책 마련은 뒷전인 채 서로 책임 추궁하기에만 바쁜 여야를 두고 트위터를 비롯한 각종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에서는 “높으신 분들, 대체 정신이 있는지 없는지 답답하다”는 내용의 비난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한 누리꾼은 “전국적으로 구제역이 창궐해서 나라가 온통 난리다. 근데 높은 양반들은 아무 생각이 없어 보인다. 답답하기만 하다”며 한숨을 내쉬었고, 다른 누리꾼은 “하나같이 초등학생도 이해 못할 궤변만 늘어놓나”라고 꼬집었다.

    이밖에도 “구제역문제 등 시급히 해결해야 될 과제들에 대해 여러 의원들이 힘을 써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어쩌면 하나 같이 모양이신지. 구제역 때문에 난리인데 국회의원은 패싸움이나 하고. 국회의원님들은 구제역 안 걸리시나? 전염도 잘될 것 같은데”라며 하나같이 힐난했다.

    한편, 구제역 발생 지역이 전국 6개 시·도 37개 시·군으로 늘어나면서, 매몰 처분 대상 가축은 사상 최대인 67만 마리에 육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