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낙제점' 발언 이후 미묘한 시점 주목삼성 "해마다 몇개 정기 조사"..확대해석 경계
  • 국세청이 삼성그룹의 핵심 계열사 3~4곳을 세무조사하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은 통상적인 3~5년 주기의 정기 세무조사로, 계열사가 많아서 번갈아 받으면 해마다 몇 곳씩은 반드시 포함된다고 설명했으나 재계 일각에서는 삼성과 대기업그룹이 처한 최근의 미묘한 상황과 무관치 않을 것이란 시각도 보인다.

    5일 국세청과 삼성그룹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 2월 삼성물산을 시작으로, 호텔신라 삼성중공업 등 삼성 계열사에 대한 세무조사에 나섰다. 호텔신라는 4일부터 국세청 조사2국이 2개월가량의 일정으로 세무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관계자는 "2006년 상반기 정기 세무조사를 받았기 때문에 올해 초부터 이제 다시 세무조사 나올 때가 됐다는 얘기가 돌았다"고 전했다.

    국세청 조사1국은 삼성중공업에 대해서도 4일 서울 서초동 삼성생명서초타워에 있는 서울사무소를 시작으로 세무조사에 들어갔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2006년 하반기 이후 5년 만에 하는 것이어서 정기 세무조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각 기업이 원래 4년 정도마다 받는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에 대해서는 2월부터 세무조사가 이뤄지고 있는데 이 회사 관계자도 "별 문제없이 진행되고 있고, 5~6월께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재계와 관가에서는 삼성의 핵심인 삼성전자에 대해서도 세무조사가 착수됐다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지만 삼성전자 측은 "현재까지 세무조사와 관련된 아무런 움직임도 없고 통보받은 바도 없다"고 공식 부인했다.

    삼성전자는 2007년 정기 세무조사를 받은 바 있다.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계열사들은 3월 초 이건희 회장의 '낙제점' 발언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재계 일부에서는 삼성 계열사에 대한 세무조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에 대해 이 회장의 '경제성적 낙제점' 발언과 관련짓는 시각도 보인다.

    특히 최근 재벌기업의 계열사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나 비상장 계열사의 오너 일가에 대한 과도한 배당 등이 동반성장이나 국민 정서에 반하는 것이어서 정부가 모종의 '액션'을 취할 개연성이 크다는 점도 이번 세무조사를 주시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그러나 삼성은 이번 계열사 세무조사는 해마다 몇 곳씩 돌아가면서 꼬박꼬박 받는, 통상적이고 정기적이라고 강조했다.

    삼성 관계자는 "다른 대기업도 마찬가지이지만, 수십개 계열사를 둔 입장에서는 늘 세무조사가 진행된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