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가격 TF’ 분석결과 국제시세와 국내가격 ‘비대칭’정유사는 국제유가 적용으로, 주유소는 이에 마진 더해
  • 6일 정부 ‘석유가격 TF’가 발표한 조사·분석결과 국내 석유제품 가격의 결정 방식은 국내 실수요가 아닌, 정유사와 주유소 이익만 충실히 반영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석유가격 TF’에 따르면 정유사들은 제품가격을 결정할 때 국제제품가격(MOPS)에 관세, 유통비용, 이윤 등을 더해 기준가격을 산정하고, 영업단계에서 국내 시장상황을 반영해 추가조정을 해왔다. 이때 추가 조정은 정유사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지난 1주일 평균과 전날 국제유가 변동폭 등을 적용해 왔다고 한다.

    이 같은 방식은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함정’이 숨어 있다. 보통 정유사가 수입하는 석유는 30~45일 전에 사들인 것이다. 원유를 수입하는데 2주 내지 1개월, 정제 및 생산에 1~2주가 소요된다. 즉 오늘 국제유가가 배럴 당 100달러를 돌파했다 해도, 30~45일 전에 90달러였다면 현재 국내에 판매되는 석유의 원재료는 배럴 당 90달러짜리라는 말이다. 그럼에도 정유사는 지난 1주일 평균 또는 현재 가격을 원가로 계산해 판매하게 되므로 앉아서 10달러를 벌었다는 것이다.

    여기다 국제제품가격은 정유사의 생산비용과 관계없이 판매가격이 결정되는 구조라 정유사 들이 경쟁이나 비용절감을 통한 가격인하 노력을 할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고, 국제유가를 따르느라 실제 국내 수급상황은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고 한다.

    정유사가 주유소에 석유제품을 공급할 때 정하는 판매원가 산정에도 문제가 나타났다. ‘석유가격 TF’는 “주유소 가격은 분석기간과 상관없이 국제유가와 비대칭성을 나타냈다”며 “2010년 정유사 가격은 국제휘발유거래가격보다 리터당 38원, 주유소 가격은 리터당 29원이 더 올랐다”고 밝혔다. 이는 국제유가가 오를 때는 국내유가가 더 오르고 내릴 때는 덜 내린다는 소비자들의 지적이 옳았다는 걸 말한다. 

    ‘석유가격 TF’는 또한 “최근 국제 제품가격이 원유가격보다 크게 증가해 더 비싼데 정유사의 정제비용 인상요인이 없다면 국내 시장 상황에 관계없이 국내가격만 상승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2008년 국제제품가격이 원유가격보다 리터당 48.9원 비쌌는데 2010년에는 리터당 58.7원 더 비쌌고, 올해 1~2월에는 74.6원이 더 비쌌다고 한다. 이런 국내 정유사 공급가격과 국제제품가격의 차이는 주로 국내 유통비용과 유통마진이 차지하고 있었다.

    ‘석유가격 TF’측은 이 같은 국제제품가격과 원유가격의 차이에 대해 “이 부분이 정유사 간 경쟁촉진을 통해 가격인하를 할 수 있는 여력이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다 주유소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정유사의 공급가 인상보다 더 가파르게 가격을 올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석유가격  TF’는 “2011년 정유사 공급가 상승분은 리터당 103.4원이었는데 주유소 가격은 여기에 20.5원 더 상승한 리터당 123.9원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석유가격 TF’는 이런 가격인상요인을 해소하려면 국내 석유시장이 4개 정유사의 과점 상황을 고려해, 특정 정유사의 석유만 판매하지 않고, 타 정유사 제품도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정유사 간 석유제품의 품질차이 유무를 조사하고, 외국사례 조사, 국내유가 및 석유유통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연구용역을 실시하는 한편, 소비자 단체와 정유업계, 주유소업계 등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수렴과 공청회 등을 거쳐 석유제품 유통구조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