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음달 1일 정식 발효되는 한-EU FTA(자유무역협정)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는 국내 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시장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FTA가 발효되면 교역이 확대되면서 관련 기업들이 새로운 성장의 계기를 맞거나 힘겨운 방어전을 치러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은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11.47%(작년 말)의 비중을 차지한다.

    중국(25.05%)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수출 지역이다. EU로서는 한국이 중국과 일본, 미국에 이어 네 번째로 큰 수입 대상국이다.

    한국과 EU의 교역 비중은 10.3%(작년 말)다. 2000년 이후 평균치인 12.2%를 밑돌고 있지만 FTA의 발효로 양측간 교역량은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2004년 한-칠레 FTA 발효 이후 양국간 연간 교역량은 175%(작년 말 기준) 급증했다. 교역비중도 평균 2.8%(발효전)에서 5%(발효 이후)로 크게 늘었다.

    교역량 증가는 결국 해당 기업에는 기회이자 성장의 발판이 된다. 주가 상승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한-EU FTA가 정식 발효되더라도 증시에 단기 모멘텀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중장기적으로 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대신증권 홍순표 시장전략팀장은 "한-EU FTA는 그동안 주가가 상승할 당시 간과했던 꽃일 수 있다. 증시가 더 높은 고지를 향해 재도약하는데 효과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고 평가했다.

    FTA 발효로 실질적인 혜택을 받을 종목과 업종이 무엇일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대(對) EU 수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품목은 선박 및 부품(31.78%)이다. 자동차 및 부품(13.03%), 전자제품(12.01%), 기계(8.14%) 등이 뒤를 잇고 있다.

    수출 비중이 크다는 것은 그만큼 수혜 가능성도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FTA 발효 즉시 관세(2.7∼14%)가 철폐되는 자동차 부품 관련 기업들이 가장 큰 수혜 대상이 될 것으로 꼽고 있다.

    유진투자증권 박상원 애널리스트는 14일 "관세 철폐로 유럽사업의 이윤이 개선되고 EU 지역 완성차업체들에서 수주 증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특히 EU에 2개의 공장을 보유한 현대모비스가 부각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모비스 외에도 평화정공, 만도, 성우하이텍, 한일이화, 세종공업 등 부품업체도 혜택을 볼 것으로 보인다. 한국타이어는 유럽 경쟁사보다 가격경쟁력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이투자증권 최대식 애널리스트는 "FTA는 자동차 부품주에 지속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긍정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현대차와 기아차 등 완성차 업체도 가격 경쟁력 때문에 수혜 종목으로 꼽힌다.

    양국은 자동차에 적용하던 8%의 관세는 3∼5년간 단계적으로 없어진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EU 수출 비중은 매출액 기준 18.5%, 판매대수 기준 15% 안팎에 이른다.

    정보전자(IT) 업종에도 FTA는 호재다. 특히 디스플레이와 2차전지 관련 기업들이 긍정적인 효과를 볼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삼성전자나 LG디스플레이 등은 이미 EU에 생산기지를 구축해 놓은 상태로 직접적인 수혜를 따지기는 어렵지만, FTA 발효로 EU의 까다로운 중복검사 등의 철폐로 영업환경이 크게 개선될 것이기 때문이다.

    2차 전지는 관세 철폐 때 생산기지 건설을 위한 중복투자를 줄일 수 있고 각종 규제 완화로 원가절감이 가능해 긍정적일 것으로 예상한다. 삼성SDI 등이 수혜 종목으로 꼽히고 있다.

    선박, 해양플랜트, 굴삭기 등은 이미 FTA 발효 이전부터 무관세 적용을 받고 있어 큰 영향은 없을 전망이다.

    다만, 공작기계의 관세가 없어지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어 판매 증가 효과를 볼 수 있다. 두산인프라코어가 수혜 종목이 될 수 있다.

    정유, 석유, 반도체 등은 관세 철폐로 긍정적 영향이 기대되지만, 유럽 수출 비중이 크지 않아 수혜폭은 제한될 것으로 예상된다.

    교역량 증가로 운송업체들에도 낙관론이 우세하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항공사와 한진해운, 현대상선 등 해운사가 수혜 대상이 될 전망이다.

    반대로 의류ㆍ패션업체는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

    대신증권 정연우 애널리스트는 "해외 중저가 브랜드가 도입되면서 의류ㆍ패션 업체들이 상대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럽산 와인은 FTA 발효와 함께 관세가 철폐되고 위스키는 3년, 보드카 등은 5년, 맥주는 7년 이내에 관세가 없어지게 돼 있어 주류관련 업체들의 피해도 예상된다.(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