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대광법 개정안 관련 국회 세미나서 교통학계 한목소리“시행주체 상관없이 광역철도 국비지원 비율 75%로 확정을”
  • ▲ 8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광역철도 제도개선 방안 세미나’에서 김동선 대진대 교수가 ‘광역철도의 효율적 추진을 위한 국비 부담 개선방안’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 뉴데일리
    ▲ 8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광역철도 제도개선 방안 세미나’에서 김동선 대진대 교수가 ‘광역철도의 효율적 추진을 위한 국비 부담 개선방안’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 뉴데일리

    “광역철도 건설 주체가 국가이건 지자체이건 국비지원 비율을 75%로 확정해야 한다!”

    진접선, 별내선 등 수도권 내 광역철도 건설을 조기에 추진하려면 건설비용에 대한 국비지원 비율을 60%에서 75%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8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광역철도 제도개선 방안 세미나’에서 김시곤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진접선·별내선 건설이 추진되면서 국비지원 비율에 대한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이견이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며 “‘대도시권 광역교통관리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이하 대광법)을 개정해 국비지원 비율을 75%로 확정해야 광역철도의 조기 추진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진접선은 당고개역과 남양주 집접지구를 잇는 연장 14.5㎞ 구간이고, 별내선은 암사∼구리∼남양주 별내를 잇는 12.8㎞ 구간이다. 진접선은 내년에 타당성 조사와 기본계획 용역이 실시되고, 별내선은 오는 11월 기본계획이 고시될 예정이다.

    이날 세미나에서 ‘진접선·별내선 광역철도 조기추진 방안’을 발제한 김시곤 교수는 “진접선· 별내선 모두 서울시와 경기도를 넘나드는 광역교통수요가 80% 이상일 것으로 분석됐다”며 두 노선이 ‘도시철도 연장형 광역철도’인 만큼 국가가 광역철도 기준인 75% 비율로 건설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또 “‘도시철도 연장형 광역철도’는 택지개발, 보금자리주택 등 정부 주택정책에 따른 광역교통개선대책 일환이므로 개발분담금, 광역교통시설부담금을 확보하고 있다”며 “재정지원 비율을 75%로 확정해도 국가로서는 부담될 게 없다”고 설명했다.

    국비지원 75%는 광역교통시설부담금 등을 뺀 총사업비에 대한 지원 비율이다. 따라서 광역교통시설부담금이 총사업비의 20%를 차지하면 정부는 나머지 80% 사업비의 75%를 지원하면 된다. 이는 곧 총사업비의 60%에 해당하는 지원 비율로 도시철도에 대한 국비지원 비율과 같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김 교수에 이어 ‘광역철도의 효율적 추진을 위한 국비 부담 개선방안’을 발제한 김동선 대진대 교수도 “건설 후 운영적자를 해당 지자체가 분담하는 것을 전제로 광역철도 건설비는 국가 시행 광역철도 분담비율인 75%를 적용해야 한다”며 “동일한 기능을 하는 광역철도임에도 시행주체에 따라 차등 지원하는 것은 논리적 모순”이라고 주장했다.

  • ▲ 8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광역철도 제도개선 방안 세미나’에서 김동선 대진대 교수가 ‘광역철도의 효율적 추진을 위한 국비 부담 개선방안’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 뉴데일리

    철도는 일반철도와 광역철도, 도시철도로 크게 나뉜다. 광역철도는 2개 시·도에 걸친 광역 교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도시권 광역교통계획에 의거해 국토부 장관이 국가교통위원회 심의를 거쳐 지정·고시한다.

    이를 법적으로 규정한 게 1997년 7월부터 시행된 대광법이다. 철도전문가들은 대광법의 문제점으로 광역철도 건설사업의 시행주체가 국가냐 지자체냐에 따라 국고 지원비율을 75%와 60%로 구분한 것을 지적한다. 광역철도의 시·종점 간 노선거리를 50㎞ 이내로 제한한 것도 고쳐야 할 부분이라고 입을 모은다.

    대광법에 따라 일반철도 건설비용은 국가가 전액 부담한다. 도시철도는 지자체가 건설운영주체여서 국가 60%, 지자체 40%로 나눠 건설비를 부담한다. 광역철도는 국가가 건설운영주체일 때 국가 75%, 지자체 25%로 국비 부담이 도시철도보다 늘어난다. 그러나 건설운영주체가 지자체이면 도시철도 기준과 같이 국가가 60%만 부담하면 된다.

    국비지원 분담비율에 대한 갈등은 수도권에 대규모 주택단지가 속속 조성됨과 맞물려 시·도간 도시철도를 잇는 연장형 광역철도가 등장하면서 불거졌다. ‘도시철도 연장형 광역철도’는 국가가 75%의 건설비용을 부담하느냐, 60%를 부담하느냐에 사업 추진 여부가 좌우될 정도로 큰 영향을 받는다.

    국비지원 비율 차이는 15%지만, 철도건설에 드는 막대한 비용을 고려할 때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재원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지자체로서는 국비지원 확대에 목을 맬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자체들은 광역철도 건설비용의 75%를 시행주체와 상관없이 정부가 부담해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중앙정부는 광역철도 건설에 재정 부담이 늘어나면 다른 철도건설 사업에 악영향을 줄 수 있고, 지자체들이 ‘도시철도 연장형 광역철도’를 무분별하게 추진할 수도 있다며 현행법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날 주제발표에 이어 열린 토론회에서도 지자체와 중앙정부의 이같은 시각차가 여실히 드러났다. 김태정 경기도 철도과장은 “수도권 인구가 급증한 요인은 정부가 서울인구를 주변부로 분산하기 위해 자족 기능 없는 주택공급 위주의 정책을 펼쳐왔기 때문”이라며 “광역철도 건설은 정부가 전적으로 지원하고 경기도는 보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장영수 국토해양부 광역도시철도과장은 “수도권 교통난 해소의 필요성에는 전적으로 공감하지만, 정부 재원상 어려운 점이 많고 지역 간 형평성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며 “실무자로서 기존 원칙을 고수해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지자체와 교통학계는 광역철도 건설 시 국가부담을 확대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하고 있다. 이병한 서울시 교통정책과장은 이날 세미나 토론회에서 “서울시의 경우 각종 경전철 건설사업에 약 6조원을 투자해야 하지만, 다른 지자체처럼 재정상황이 좋지 않다”며 “광역철도 사업을 지자체가 시행한다 하더라도 국가지원 비율을 75%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기민 중앙대 교수는 “광역철도 건설 지원기준을 당연히 통일시켜야 한다”며 “다만, 운영적자가 발생할 때 해당 지자체가 전적으로 책임지기는 쉽지 않은 문제”라고 밝혔다.

    박용걸 서울과학기술대 철도전문대학원장도 “광역철도 건설도 문제지만, 지자체가 운영비를 100% 부담하는 것도 다시 고려해봐야 한다”며 “현행 철도요금체계로는 광역철도 운영에 따른 적자와 부채를 줄일 수 없다. 기획재정부에서 더 고민해볼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는 경기도와 민주당 박기춘 국회의원(남양주, 국토해양위)이 공동주최하고 대한교통학회가 주관했다. 세미나 주제가 수도권 최대 현안인 교통난 해소와 관련된 만큼 여야를 막론한 정치권에서도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박희태 국회의장, 박지원 민주당 전 원내 대표 등이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함께 참석했다.

    김문수 지사는 축사에서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게 교통문제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가 철도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철도에 대한 국가의 책임, 계획, 부담을 늘리지 않으면 지방자치단체가 모두 재정파탄으로 끝난다”며 광역철도와 관련한 제도 개선의 시급성을 정부와 국회에 호소했다.

    이날 세미나를 주최한 박기춘 의원은 지자체 시행 광역철도의 국비 부담비율을 60%에서 75% 상향 조정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대광법 개정안을 지난 4월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은 6월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회부돼 지난달 24일부터 심사 중이다. 박 의원 측은 이 개정안이 내달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해 법제사법위원회에 올라가면 올해 안에 본회의 의결을 추진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광법이 개정되면 ‘도시철도 연장형 광역철도’는 물론, 경기도의 제안으로 국토부가 추진 중인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교통전문가들은 특히, 대광법에서 광역철도 노선길이를 50㎞ 이내로 제한한 규정이 해제되면 3개 노선 추진이 확정된 GTX 노선의 연장 가능성도 그만큼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시곤 교수는 “노선길이를 50㎞로 제한하지 말고, 시·종점 간 운행소요시간을 광역철도의 기준으로 삼자는 의견이 많은데, 그런 방향으로 대광법이 개정되면 파주시 등 GTX 건설을 원하는 지역까지 GTX 노선이 연장될 수 있는 법적 토대가 마련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