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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장쯔이 될래요"
'원조 길라임' 배우 김효선"제 입으로 이런 얘기를 꺼내는 게 부끄럽긴 한데…. 사실 제가 '원조' 길라임이에요. 드라마 '시크릿 가든'을 집필한 작가님께서 정두홍 무술감독님으로부터 제 얘기를 듣고 길라임이란 인물을 써내려 가셨다고 해요. 바꿔말하면 제가 길라임의 롤모델이 된 셈이죠."
실제로 '시크릿 가든'에서 하지원(길라임 역)의 액션 대역은 서울액션스쿨 소속 유미진씨가 담당했지만 길라임의 성격이나 인물배경은 배우 김효선에게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참 시크릿 가든이 방영될 때 절 아시는 분들께서 전화를 많이 주셨어요. 저거 니 얘기 아니냐구요. 사실 반은 맞고 반은 틀려요. 액션스쿨에서 남자들과 함께 훈련을 받는 모습이나, 누가 뭐래도 자신의 꿈을 향해 달려가는 당돌한 모습은 정말 많이 닮았는데 가정 환경은 전혀 달라요. 저희 집은 그냥 평범한 가정이거든요(웃음)."
"'시크릿 가든'이 인기 절정을 달릴 무렵, '강심장' 같은 예능프로그램에 나와 '내가 진짜 길라임이다'라고 말하고도 싶었지만 당시 개인 사정으로 방송 출연을 하지 못해 정말 아쉬웠어요."
뒤늦게 수줍은 고백으로 말문을 연 김효선은 '한국 액션여배우 1호'라는 수식어와는 달리 무척이나 여성스러운 모습이었다.
'무술에 능한 연기자'란 프로필만 받고, 에너지가 넘치는 '당당한' 이미지를 상상했건만 취재진 앞에 나타난 그녀는 흡사 박시연과 유선을 섞어놓은 외모에 가녀린 몸매를 지닌 천상 여자였다.
"원래 액션배우가 꿈은 아니었어요. 고2 때 길거리를 걷다 한 연예기획사에 캐스팅 돼 가수 준비를 했었어요. 1년 정도 트레이닝을 받고 4곡까지 녹음을 했었는데요. 나중에 그 기획사가 좋지 않은 곳이라는 판단이 들어 계약 5일 전에 뛰쳐나왔어요."
가수의 꿈을 품고 매진하다 잠시 다른 길을 모색하던 중 우연히 눈에 밟힌 곳이 바로 정두홍 사단이 이끄는 액션스쿨이었다고.
"아는 분의 소개로 우연히 액션스쿨을 구경할 기회가 생겼는데 한 마디로 신선한 충격을 받았어요. TV에서나 보던 배우들이 눈앞에서 현란한 무술을 펼치는 광경이란…, 그전까지 막연하게 연기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는데, 액션스쿨을 접한 뒤로 '무술 연기를 내 장점으로 삼아보자'는 엉뚱한 목표를 세우게 됐어요."
그때부터 정두홍 감독을 졸라 액션스쿨에 입문한 그녀는 첫날부터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혹독한 훈련을 받았다. 중도에 몇 번이나 포기하고 싶었지만 이대로 주저앉을 수 없다는 생각에 이를 악물고 벼텨온 시간이 벌써 10년째. 멋 모르고 한국의 장쯔이가 되겠다며 칼을 휘두르던 '철부지 소녀'는 불과 십년 만에 국내 액션여배우의 상징같은 존재로 훌쩍 커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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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스타' 변신‥대륙 진출 초읽기
무술·연기·노래, 3박자 두루 갖춘 팔방미인"처음 정두홍 감독님을 뵀을 때가 생각나요. 감독님이 액션스쿨 학생들과 축구를 하다 운동장 한켠에서 잠시 쉬고 계셨는데 당돌하게도 제가 다가가 '여기 나와서 운동해도 되느냐'고 물어봤죠. 그때 감독님께서 씩 웃으시더니 '그래'라고 하셨어요. 아마도 속으론 '네가 며칠이나 버티겠어'라는 생각을 하셨겠죠(웃음). 첫날부터 전, 기어서 나갔어요. 친구들이 양쪽에서 저를 붙들고 겨우 집에 들어갔어요. 평소 운동도 거의 하지 않던 제가 프로선수들처럼 쉬지 않고 5km를 뛰고 2시간 동안 발차기를 연신 해대니 몸이 견디질 못한거죠. 당연히 엄마가 말리셨지만 왠지 모르게 오기가 발동했어요. 그래서 다음날도, 또 다음날도 계속 나갔어요. 끝까지 해보자는…. 시간이 흘러 2~3년 뒤 제가 TV에 나오고서야 부모님의 반대가 누그러지셨죠."
정두홍 감독으로부터 '끈기'와 '노력'를 인정받은 김효선은, 액션스쿨에서 차근차근 수업을 쌓으며 조금씩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장혁의 'Hey Girl (헤이걸)' 뮤직비디오를 시작으로 드라마 '대망', '무인시대', 영화 '내츄럴 시티' 등에 연달아 출연하며 '무술 연기에 능한 여배우'로 입지를 다져나갔다.
"2003년에 방영됐던 KBS 사극 '무인시대'에선 박용우(경대승 역) 선배의 심복으로 출연했었는데요. 당시 오만석씨도 호위무사로 함께 출연해 친분을 쌓았어요. 그때 오만석씨의 대사가 '소인의 뜻도 같사옵니다…' 뿐이었는데, 지금은 연기파 배우로 이름을 날리고 계시죠(웃음). 이후 스카이 휴대전화 '헤드업' 편 광고에선 시원한 발차기를 선보여 주목을 받았죠. 차은택 감독께서 찍어주셨는데 지금까지도 많은 분들이 기억해 주시더라구요. 당시 반응이 좋아서 2개월에서 6개월로 계약을 연장하기도 했어요."
크고 작은 단역과 CF에 출연,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자 다양한 장르에서 캐스팅 문의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가수 신승훈, 정철, 견우의 뮤직비디오에 연속 출연하는가하면, 영화 '주먹이 운다', '아라한 장풍 대작전', '짝패' 등 흥행작들에도 얼굴을 내밀기 시작했다.
"사실 아쉬웠던 작품들이 많아요. '아라한 장풍 대작전'에는 여주인공 역 오디션에 응시했다가 최종 심사에서 미끄러진 기억이 있고, '짝패'에선 야심차게 준비했던 '연검' 결투신이 류승완 감독님의 피로누적(?)으로 불발된 적도 있어요. 연출에 연기까지 직접 하셨으니 촬영 막판엔 거의 녹초가 되다시피 하셨죠. 원래 제 흰색 허리띠에 휘어지는 연검이 감춰져 있었어요. 마지막에 허리띠를 열어서 칼이 '팅' 하고 튀어나오면 화려한 액션을 펼칠 계획이었는데, 감독님 컨디션이 말이 아니었어요. 촬영 스태프들도 마찬가지였구요. 그래서 무산됐죠. 사실 중국에 가서 직접 배워온 솜씨를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하지만 김효선이 흩뿌린 땀방울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연검을 펼치는 대신 '바리스타'로 변신, 중국 대륙에 진출하는 기회가 찾아온 것.
특히 그녀의 무술 솜씨를 눈여겨 본 중국 제작진이 '사극' 출연 제의까지 할 정도로, 중국 현지에서 한국 배우 김효선에게 거는 기대가 상당히 큰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 제가 바라는 건 '연기를 하는 무술 배우'가 아닌, '무술도 잘하는 배우'로 인정받는 거예요. 그런 점에서 연기와 무술 실력을 겸비한 장쯔이가 부러워요. 앞으로의 제 목표도 뮤지컬, 영화,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에서 제가 가진 모든 것들을 보여드리는 거예요. 기회가 된다면 할리우드에도 꼭 도전하고 싶구요.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하나하나 단계를 밟아 올라간다면 못 이룰 꿈은 없다고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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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액션여배우 1호' 김효선, 알고보니 ‘천상 여자’
'무술 전문 배우' 아닌, '무술도 잘하는 배우' 되고파- 얼마 전 OCN 드라마 '뱀파이어 검사'에 초절정 무에타이 고수로 출연하셨는데요. 방송 전후로 포털사이트 검색키워드에 오른 사실은 알고 계셨나요?
▲호호..전혀 몰랐네요. 방송 이후 친구들이나 선배분들의 격려 전화는 받았어요. 아무튼 기분은 좋네요. 그런데 제가 워낙 작품을 뜨문뜨문 하다보니 이같은 열기를 이어가지 못하는 거 같아요.
- 어떤 분들은 '개그콘서트 - 최종병기 그녀'에 나오는 개그우먼 김혜선씨를 보고 김효선씨를 떠올렸다는 분도 계시더군요. 해당 개그 코너는 올해 초 종영한 SBS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도 상당 부문 아이디어를 차용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드라마 속 길라임과 효선씨도 많은 부분에서 공통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말을 제 스스로 꺼내기가 좀 쑥스럽지만…. 사실 제가 '원조' 길라임이에요. 언론상에는 처음으로 공개하는 거예요. 정두홍 감독님께서 '시크릿 가든' 작가님과 인터뷰를 하던 중, 제 얘기를 많이 하셨는데 나중에 저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드라마 소재로 사용한 것 같다고 말씀하시더라구요. '시크릿 가든'이 인기 절정을 달릴 무렵, '강심장' 같은 예능프로그램에 나와 '내가 진짜 길라임이다'라고 말하고도 싶었지만 당시 개인 사정으로 방송 출연을 하지 못해 좀 아쉬웠어요. 이런 얘기를 진작했더라면 인지도를 높이는데 조금 도움은 됐었겠죠.
- '시크릿 가든'을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옛날 생각이 많이 났죠. 드라마는 전편을 다 봤는데, '그래 예전엔 저렇게 연습을 했었지‥'하고 마치 제 3자가 돼 제 모습을 바라보는 묘한 기분이었어요. 초창기 액션스쿨은 보라매 공원에 있었는데 그땐 정말 시설이 열악했어요. 삐그덕 거리는 체육관에서 하루 종일 기압 소리가 끊이질 않았죠. 그래도 그 속에서 수많은 스타들이 무술 연기를 배우고 땀을 흘렸어요. 제 20대 청춘도 액션스쿨과 함께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 드라마 속 길라임이 효선씨와 정말 많이 닮았나요?
▲한참 시크릿 가든이 방영될 때 절 아시는 분들께서 전화를 많이 주셨어요. 저거 니 얘기 아니냐구요. 사실 반은 맞고 반은 틀려요. 액션스쿨에서 남자들과 함께 훈련을 받는 모습이나, 누가 뭐래도 자신의 꿈을 향해 달려가는 당돌한 모습은 정말 많이 닮았는데 가정 환경은 전혀 달라요. 저희 집은 그냥 평범한 가정이거든요. 재미있는 점은 길라임이 자주 했던 말 중에 "괜찮습니라"란 대사가 있는데, 그건 정말 제가 자주 썼던 말이에요. 당시 남자들과 똑같이 배도 맞고 혹독한 훈련을 받았거든요. 그래서 동료들에게 지지 않으려고 "괜찮습니다!"를 자주 외쳤던 거 같아요. 이외에도 못하는 영어로 프로필 영상을 찍는 장면이나, 드라마에서 비쳐진 성격과 말투 중에도 저랑 비슷한 부분이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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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습니다!' 길라임 대사, 사실 내가 많이 했던 말"
"정우성 선배가 칼을 돌리고, 유해진 선배가 도끼를‥"
"전도연 선배에게 팔씨름 완패‥다른 분들은 다 이겨"- 액션스쿨을 오래 다니다보니 데뷔 전 부터 연예인들을 많이 만나셨을 것 같은데.
▲처음엔 신기했죠. 저기서는 최민수 선배님이 힘들다고 누워있고, 이쪽에선 정우성 선배가 큰 칼을 머리 위로 돌리고 있고 또 한쪽에선 유해진 선배님이 도끼로 막 찍는 연습을 하고…. 여배우 분들과도 인연이 좀 있는데요. 여배우들이 오시면 같이 운동도 하면서 재미삼아 팔씨름을 많이 해봤어요. 전도연 선배가 나타나기 전까진 승률 100% 였는데…. 한 5분 정도 옥신각신하다가 제가 졌어요. 아마도 그 기에 눌린 것 같아요. 한참이나 용을 쓰다가 전도연 선배가 저를 보고 씩 웃자 그대로 무너졌어요. 그때 느꼈죠. 역시 대단한 배우구나…라고. 또 설경구 선배님이 한달 만에 살을 빼시는 모습을 봤을땐 정말 놀랐어요. 복싱 연습을 굉장히 많이 하셨던 유오성 선배님도 생각나구요. 제가 액션만 배운 게 아니라 실제 현장 분위기와 배우들의 마인드를 배우는 소중한 시간들이었죠.
- 액션스쿨에 오는 분들이 대부분 남자들일텐데, 그동안 '눈요기'는 많이 하셨겠네요.
▲한 50명 가량 되는 남자들 속에 여자라곤 저와 조주연급 배우들 몇명 뿐이었어요. 더울땐 많은 남자들이 웃통을 벗고 운동을 하는데요. 한 6년 이상 이들과 함께 하니 무감각해졌어요. 뭘 즐기거나 할 겨를이 없어요. 그냥 제가 하는 연습 만으로도 너무 피곤했거든요.
- 액션스쿨엔 어떻게 오게 됐나요?
▲원래 액션배우가 꿈은 아니었어요. 고2 때 길거리를 걷다 한 연예기획사에 캐스팅 돼 가수 준비를 했었어요. 1년 정도 트레이닝을 받고 4곡까지 녹음을 했었는데요. 나중에 그 기획사가 좋지 않은 곳이라는 판단이 들어 계약 5일 전에 뛰쳐나왔어요. 그러던 중 아는 분의 소개로 우연히 액션스쿨을 구경할 기회가 생겼는데 한 마디로 신선한 충격을 받았어요. TV에서나 보던 배우들이 눈 앞에서 현란한 무술을 펼치는 광경이란…, 그전까지 영화 '야반가성'을 보고 막연하게 연기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는데, 액션스쿨을 접한 뒤로 '무술 연기를 내 장점으로 삼아보자'는 엉뚱한 목표를 세우게 된 거죠.
- 정두홍 감독이 처음부터 받아주던가요?
▲처음 정두홍 감독님을 뵀을 때가 생각나요. 감독님이 액션스쿨 학생들과 축구를 하다 운동장 한 켠에서 잠시 쉬고 계셨는데 당돌하게도 제가 다가가 '여기 나와서 운동해도 되느냐'고 물어봤죠. 그때 감독님께서 씩 웃으시더니 '그래'라고 하셨어요. 아마도 속으론 '네가 며칠이나 버티겠어'라는 생각을 하셨겠죠(웃음). 첫날부터 전, 기어서 나갔어요. 친구들이 양쪽에서 저를 붙들고 겨우 집에 들어갔어요. 평소 운동도 거의 하지 않던 제가 프로선수들처럼 쉬지 않고 5km를 뛰고 2시간 동안 발차기를 연신 해대니 몸이 견디질 못한거죠. 당연히 엄마가 말리셨지만 왠지 모르게 오기가 발동했어요. 그래서 다음날도, 또 다음날도 계속 나갔어요. 끝까지 해보자는…. 시간히 흘러 2~3년 뒤 제가 TV에 나오고서야 부모님의 반대가 누그러지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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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석씨 첫 대사 '소인의 뜻도 같사옵니다'"
"'아라한 장풍 대작전' 캐스팅 최종심사서 고배"
"'짝패' 마지막 '연검 결투신', 아쉽게 촬영불발"- 첫 데뷔는 어떤 작품이었죠?
▲제가 처음으로 카메라 앞에 섰던 건 장혁씨의 뮤직비디오 촬영 때였어요. 당시 전지현씨가 어떤 신부에게 벽돌을 던지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신부가 바로 저였어요. 그로부터 드라마 '대망', '무인시대', '바람의 화원', 영화 '내츄럴 시티', '주먹이 운다', '아라한 장풍 대작전', '짝패', 뮤지컬 '인어공주' 같은 작품에 출연했죠.
- 출연작 중 특히 애착이 가는 작품이 있다면?
▲애착보다는 재미있었던 기억인데요. 2003년에 방영됐던 KBS 사극 '무인시대'에 박용우(경대승 역) 선배의 심복으로 출연했었죠. 당시 오만석씨도 호위무사로 함께 출연해 친분을 쌓았어요. 그때 오만석씨의 대사가 '소인의 뜻도 같사옵니다…' 뿐이었는데, 지금은 연기파 배우로 이름을 날리고 계시죠(웃음). 이후 스카이 휴대전화 '헤드업' 편 광고에선 시원한 발차기를 선보여 주목을 받았죠. 차은택 감독님께서 찍어주셨는데 지금까지도 많은 분들이 기억해 주시더라구요. 당시 반응이 좋아서 2개월에서 6개월로 계약을 연장하기도 했어요. 영화는 '내츄럴 시티'로 첫 데뷔를 했는데요. 이 영화에서 전투용 사이보그 역을 맡았죠. 인상깊었던 장면은 제가 터널 안을 미친듯이 빠져나와 밖에 대기 중이던 헬리콥터에 뛰어드는 신이었어요. 제가 막 달리면 뒤에서 미리 심어놓은 폭탄이 펑펑 터지는 아주 위험한 촬영이었죠. 당시 정 감독님께서도 "우리나라에서 배우가 이런 시도를 한 건 네가 처음이다"라고 말씀하시며 대견해 하셨어요. 그때엔 위험하단 생각보단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더 강했던 거 같아요.
- 반면 아쉬웠던 작품이 있었다면?
▲'아라한 장풍 대작전'에는 여주인공 역 오디션에 응시했다가 최종 심사에서 미끄러진 기억이 있어요, 결국 최종 배역은 윤소이씨에게 돌아갔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제가 그 분의 무술 연기를 지도하게 됐어요. 소이씨와는 그때부터 친분을 맺게 됐죠. 솔직히 그땐 좀 씁쓸한 마음도 들었지만 막상 완성된 영화를 보니 윤소이씨가 적격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짝패'에선 야심차게 준비했던 '연검' 결투신이 류승완 감독님의 피로누적(?)으로 불발된 적도 있어요. 연출에 연기까지 직접 하셨으니 촬영 막판엔 거의 녹초가 되다시피 하셨죠. 원래 제 흰색 허리띠에 휘어지는 연검이 감춰져 있었어요. 마지막에 허리띠를 열어서 칼이 '팅' 하고 튀어나오면 화려한 액션을 펼칠 계획이었는데, 감독님 컨디션이 말이 아니었어요. 촬영 스태프들도 마찬가지였구요. 그래서 무산됐죠. 사실 중국에 가서 직접 배워온 솜씨를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사실 '짝패'에서 마지막 결투신이 오미트 된 데에는 영화 '킬빌' 같은 느낌이 들까봐 조심스러웠던 점도 작용했던 것 같아요. 제가 할 수 있는 칼 액션이 많았는데 단순히 손합이나 발차기 몇번에 그쳐서 아쉬웠죠.
- 중국 현지에서 무술을 배우셨다구요?
▲전에 검술을 익히고 싶어 중국에 직접 가서 우슈를 배운 적이 있어요. 액션스쿨에서는 레펠이나 발차기 등 현대액션에 강점이 있지만 중국만의 느낌이 묻어나는 무술을 익히기에는 한계가 있거든요. 그래서 심양으로 건너가 태극권과 검술을 조금 배웠었죠. 중국어를 몰라 바디랭귀지로 어렵게 배운 동작들인데…, 언젠가는 분명 써먹을 날이 올거라 생각해요.
- 영화판에서 후배들도 제법 생겼을 것 같은데.
▲배우 정석원씨와 액션 영화를 찍기 전, 포토 테스트를 하는 시간이 있었어요. 전 그때 그 분을 처음 뵌 줄 알았는데, 갑자기 저에게 오시더니 "안녕하십니까? 저 액션스쿨 몇기입니다"라고 인사를 하시는 거예요. 깜짝놀랐죠. 알고보니 정석원씨가 11기 출신이더라구요. 기수로 따지면 저는 한 3~4기쯤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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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슨 포드 속한 美 에이전시와 계약 시도"
"프로필 영상 찍다 허리다쳐, 진출 계획 연기"
"러닝타임 20~30분, '저예산 영화' 2편 촬영"- 제 생각으론 영화 '주먹이 운다'나 '짝패'에서도 인상 깊은 연기를 펼쳤지만 2008년에 방영됐던 드라마 '바람의 화원'에서 김조년의 여자 호위 무사 '설청'으로 출연한 게 꽤 반응이 좋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때 좀더 활발히 후속 활동을 했더라면 김효선이라는 이름을 더 많이 알릴 수 있었을 것 같은데요?
▲2009년까지 활동을 하고 지금까지 2년 정도 방송을 쉬었죠. 사실 그동안 발목과 허리를 다친 게 화근이 됐어요. 몸이 불편해지니 자연스레 활동도 뜸해진거죠. 지난해 4월경 전 소속사에서 다른 곳으로 옮기려는 와중에 할리우드 에이전시로부터 러브콜이 왔어요. 해리슨 포드나 조니 뎁 등이 속해 있는 'UTA'라는 곳인데, 제 프로필을 보고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면서 현지 활동을 위한 미팅을 갖자는 제안이 들어왔어요. 3년 전 뮤지컬 '인어공주'를 할 때에도 브로드웨이 공연 관계자들이 제 연기를 보고 "뮤지컬 '와호장룡'을 계획 중인데 함께 해 볼 생각이 없느냐"는 제안을 한 적이 있었어요. 그때는 영어나 연기 등 모든 면에서 자신이 없어 정중히 거절을 했지만 이번에는 '한번 도전해보자'는 각오가 생기더군요. 그래서 다큐 형식의 홍보 영상을 만들어 제출할 의향으로 프로필 영상 작업을 하다 허리를 삐끗했어요. 결국 제가 할 수 있는 액션 동작을 보여드릴 수가 없어 UTA와의 미팅을 연기할 수밖에 없었죠. 하지만 영상이 준비되면 언제든지 다시 시도할 거예요.
- 몸 상태 때문에 미국 진출이 잠정 보류됐다는 얘기인데, 쉬는 동안에도 간간히 활동은 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요?
▲활동을 완전히 접었던 건 아니구요. 연기에 대한 감을 잃지 않기 위해 저예산 영화 2편과 CF 광고 한편을 찍었어요. 원래 미국 진출 계획이 잠깐 스톱된 상태에서 뭔가 다른 작업을 해보자는 생각이 들어 '옥탑방 고양이'라는 연극에 출연할 계획이었어요. 몸을 회복하는 사이에 연기적으로 많이 배우고 싶었던거죠. 그런데 그 와중에 조인성씨가 출연하는 휴대폰 광고 촬영을 하다가 이번엔 발목을 다친 거예요. 그래서 연극 출연도 무산됐죠(웃음). 이게 올 3월에 벌어진 일인데요. 나중에 몸을 좀 추스리고 나서 소규모 영화 2편과 '뱀파이어 검사' 등에 출연하게 된 거죠.
- 출연하신 저예산 영화들은 어떤 내용인가요?
▲러닝타임이 20~30분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아주 짧은 작품이에요. 모든 것이 액션이죠. 제가 그동안 보여드렸던 액션신 중에 가장 많은 모습을 보여드린 영화가 될 겁니다. 역동적인 장면이 많아 누가봐도 지루하진 않을 거예요. 한 매력적인 여자가 등장하는데 뒤따라 오는 남자를 계속 피해다니죠. 그 남자가 "왜 나를 싫어하느냐"며 다가오면서 액션이 시작되는데요. 굉장히 독특한 작품이에요. 이명세 감독님과 함께 일했던 조감독님이 연출하시는 작품이죠. 며칠 전에 후시 녹음을 끝내고 왔으니 조만간 개봉을 하게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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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합작드라마 '퀸 오브 커피' 캐스팅"
"무술연기 아닌, 바리스타 여주인공 꿰차"
"제니퍼로페즈 같은 만능연기자 되는 게 꿈"-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좀 말씀해 주실까요?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미국 진출 계획이 뒤로 미뤄진 게, 어찌보면 전화위복이 된 것 같아요. 잠시 쉬는 동안 감사하게도 중국에서 오디션을 볼 기회가 생겼어요. 중국에 제 연기 선생님이 계신데요. 그 분께서 오디션이 있다며 한번 오라고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중국에서 이미 활동한 경험이 있는 윤주영 언니와 함께 현지로 날아갔죠. 결과는 OK에요. 다들 좋게 봐주셔서 한중 합작 드라마에 주인공으로 뽑혔어요. 중요한건 이번에 맡은 역할이 무술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점이죠. 나중에 제작진 측에서 제가 액션배우라는 사실을 알고 '사극' 같은 작품도 같이 했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하더군요. 그리고 고전 '춘향전'을 현대판으로 만드는 인터넷 영화 제의도 들어왔는데요. 드라마 스케줄과 겹쳐 아무래도 힘들 것 같네요.
- 한중 합작 드라마에서 어떤 역할을 맡았나요? 평범한 배역은 아닌 듯 싶은데.
▲커피이야기에요. 아직 중국에선 커피 문화가 우리나라처럼 보급화되진 않았는데. 저는 이 드라마에서 최고의 바리스타로 나와요. 그래서 제목도 '퀸 오브 커피(커피의 여왕)'예요. 한국 배우들과 중국 현지에서 인지도 있는 배우들도 많이 나오는데 제 상대역으로는 조연우 선배님께서 캐스팅 되셨어요. 이외에도 가수 청림이나 다른 신인급 연기자들도 대거 나올 예정이에요. 중국 호남TV에서 진행하는 드라마구요. 내년 4~5월경에 편성·방영될 계획이에요.
- 이제껏 맡았던 배역 중에 가장 새로운 역할인 것 같은데, 몹시 기대가 되겠어요.
▲당연하죠. 제가 액션연기를 잘 하지만 원래 가수 지망생이었고 연기도 나름 꾸준히 내공을 쌓아왔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번 드라마가 제겐 큰 의미가 있다고 봐요. 드라마 OST도 제가 부르기로 했어요. 한국어로 녹음을 하구요. 나중에 중국 현지 프로모션을 가게 되면 제가 직접 부르면서 홍보를 해야하는 날도 오겠죠. 또 제가 맡은 역할이 바리스타이기 때문에 관련된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어요. 어쨌든 제가 가진 다양한 면들을 보여드릴 수 있게 돼 기뻐요.
- 앞으로 하고 싶은 장르나 캐릭터가 있다면?
▲이번 드라마가 끝나면 다시 액션도 하고 싶고, 멜로 연기도 하고 싶어요. 뮤지컬도 기회가 된다면 다시 도전하고 싶구요. 제가 욕심이 좀 많죠? 사실 제가 바라는 건 '연기를 하는 무술 배우'가 아닌, '무술도 잘하는 배우'로 인정받는 거예요. 그런 점에서 연기와 무술 실력을 겸비한 장쯔이가 부러워요. 제니퍼 로페즈나 마이웨이를 부른 프랭크 시나트라도 처음엔 그냥 배우나 가수로 시작했다가 나중엔 노래도 하고 연기도 하는 만능 엔터테이너가 됐잖아요? 저도 그 분들처럼 제가 가진 것들을 다양한 작품에서 보여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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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언니, 액션 왜 해?'라고 물을 때 가슴 아프죠"
"선우선 언니 등과 뭉쳐 여자들만의 호쾌한 액션 찍고파"
"장태유 감독님 '액션 놓지 마세요' 말씀, 마음에 새겨"- 액션 연기도 계속하실거죠?
▲네. 그런데 식상한 내러티브의 영화는 사양할래요. 항상 아쉬웠던 게 국내에선 액션에 대한 한계가 분명하다는 거예요. 지금은 많이 오픈됐다고는 하지만‥. 소재도 많이 빈약하고.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여자들만의 재미난 액션물을 만들고 싶어요. 며칠 전에 한 음식점에서 우연히 '소녀K'에 나왔던 한그루씨를 보게 됐어요. 그러다 문득 저와 그루씨, 그리고 액션 연기에 능한 선우선 언니 같은 여자 배우들이 뭉쳐서 영화를 만들면 어떨까하는 생각도 해봤어요. 아직까진 저만의 몽상에 불과하지만(웃음).
- 가끔 부상에 시달릴 때면 가족들이 많이 걱정하시겠어요.
▲언젠가 제가 심한 부상을 입었을때 동생이 "언니, 도대체 액션은 왜 해? 언니보다 훨씬 세 보이는 분들도 다들 멜로 연기만 하는데"라고 말해 웃음보를 터뜨린 적이 있어요. 물론 제가 부상을 당하면 가족들에게 제일 미안하죠. 저도 맏언니로서 가족에게 부담을 주거나 아픔을 드리고 싶진 않아요. 그런데 드라마 '바람의 화원'을 찍을 때 장태유 감독님께서 하신 말이 아직도 귓가에 맴돌아요. "효선씨, 액션 놓지 마세요. 우리나라에 이런 액션을 할 수 있는 배우가 없어" 그 말씀을 듣고 '책임감'이란 단어가 제 뇌리가 박혔어요. 이게 나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었구나. 그래서 어깨가 무거워졌고 어떤 사명감마저 생긴 것 같아요. 20대를 그렇게 뜨겁게 액션에 매달렸는데‥. 제가 앞으로 좋은 배우가 되는 것은 물론, 액션을 잃지 말아야겠다는 각오를 다지게 됐죠. 체력도 아직 좋아요. 요즘 40대에도 액션 연기를 다들 잘 하시는데 저는 아직 멀었죠.
- 먼 훗날 자신을 되돌아 봤을때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나요?
▲지금 이처럼 다양한 작품에 참여하는 것도, 나중에 내가 나를 바라볼때 '아, 이렇게 열심히 걸어왔구나'하는 마음이 들었으면 좋겠다는 이유 때문이죠. 제가 무술 연기 외에도 재즈댄스도 4년 정도 배웠구요. 노래 연습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어요. 지금은 어떤 장르나 경계선이 많이 허물어진 느낌이에요. 배우들에겐 그만큼 도전거리가 많이 생긴 셈이죠. 앞으로 기회가 될때마다 제가 노력한 것들을 하나하나 보여 드릴 계획이에요. 하지만 반드시 성공해야겠다. 유명해지겠다는 욕심은 없어요. 예전엔 작품 하나에 아등바등 했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오히려 내 영향력을 키우되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이게 본질이고 정말로 중요한 부분이라는걸 최근에 믿음 생활을 하면서 깨닫게 됐죠.
취재 조광형 기자 ckh@newdaily.co.kr
사진 고경수 기자 coolsu7@new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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