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세때의 경제논설들, 막스 베버-벤저민 프랭클린과 같은 주장 펼쳐
  • "이승만 대통령은 대한민국 역대 유일한 실물경제인 출신 대통령이다."
    "20대 이승만의 경제철학은 독일의 막스 베버나 미국의 벤저민 프랭클린과 맥을 같이한다."

    이것은 이승만 연구가 손세일씨(청계연구소소장)가 지난 11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11회 이승만 포럼에서 '경제대통령 이승만'을 조명하면서 주장한 말들이다.

  • “오늘날 세계를 움직이는 기본 원리는 자본주의”라며 “조미수호통상조약 체결 130주년이자 한미FTA로 미국과 협력하는 올해, 양국 관계에 가장 큰 역할을 한 이승만의 경제 사상은 어떠했는지 살펴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 손 소장은 '월간 조선'에 '이승만과 김구'를 10여년간 연재하고 있다.

    이날 '이승만의 자본주의 정신'을 주제로 발표한 손 소장은 이승만 박사가 20대시절 한성감옥에서 복역하면서 자신이 창간한 '제국신문'에 기고한 논설들을 바탕으로 이승만의 근대적 자본주의 체제에 관한 주장들을 소개했다. 배재학당을 졸업한 이승만은 1898년 8월 10일 이종일과 함께 <제국신문>을 창간하여 주필로 활약했다. 그의 대표적인 저서인 ‘독립정신’의 모태가 바로 이 ‘제국신문’의 논설들이다.

    그는 “이승만 박사의 뛰어난 경제 인식으로 인해 우리나라가 지금과 같은 번영을 누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신기하게도 이승만 박사가 ‘멕스 베버’의 책을 읽었을리 없겠지만 신기하게도 그는 베버와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며 “글을 보면 이승만 박사가 근대적 자본주의 체제에 대해 상당히 연구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승만이 한국 유일의 '실물경제인 출신 대통령'이라는 주장에 대하여 손 소장은 1920년대 하와이 독립운동시절 이승만이 학교설립 운영, 농장 경영, 대규모 숱공장 경영, 미국 기업들에 납품등 생산 및 무역을 장기간 담당했던 사실을 들었다.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승만은 대한민국 건국후 경제분야를 직접 챙겼다고 예를 들어 설명했다.

    다음은 이승만이 제국신문에 게재한 경제관게 주제별 논설을 중심으로  손세일씨가 설명한 요지다.

    ◇ '노동' <제국신문> 1901년 4월19일자 논설

    손 소장에 따르면 이 박사는 ‘노동’을 매우 신성한 것으로 여겨 ‘직분’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박사는 "일하러 가세 일하러가 삼천리 강산위해"라는 후렴구의 찬송가 371장(독립운동가 남궁억 작사)을 가는 곳마다 불렀다고 한다. 그가 노동을 얼마나 중시하는지를 보여주는 일화인 것.

    손 교수는 “이승만 박사는 시간의 가치와 직업에 대해 막스 베버와 똑같이 이해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막스 베버는 자본주의 정신을 실현한 이상형으로 ‘벤저민 프랭클린’을 제시했다.

    “구라파 풍속에 말하기를 시각이 곧 돈이라 하얐으니, 그 사람들은 만일 한 시각이라도 허비하야 놀고 볼 지경이면 곧 돈을 몇원씩 내어 버린 줄로 알기 때문에 ...” -이승만-

    “명심하라, '시간'은 돈이다. 하루 노동으로 10실링을 버는 자가 산책을 하거나 방 안에서 한나절을 게으르게 보냈다면 설사 6펜스밖에 쓰지 않았더라도 단지 그것만을 쓴 게 아니라 그에 더해서 5실링을 더 지출한,아니 내다버린 셈이다.” -벤자민 프랭클린-

    또 베버는 칼뱅의 소명설을 언급하며 직업을 단지 돈벌이 수단이 아닌 그 이상의 엄숙함으로 이해했다. 소명(vocation)이란 신이 부름이란 뜻으로 손 교수는 “이승만 박사가 ‘직분’을 언급한 것도 이와 같은 의미에서 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무슨 일을 하든지 남에게 유조하고 제게 이롭게 하야 제 몸과 집안을 보호하야 가는 사람이 참 직분을 지키는 사람이라 할지니” -이승만-

    ◇“상업” <제국신문> 1901년 4월19일자 논설

    손 소장은 “대통령 10명 중에 실물 경제를 해본 자는 이승만 박사 밖에 없다. 월급 줄 걱정을 해 본 실업인, 진짜 자기가 돈을 만들어 이를 남에게 월급을 줄며 사업을 한 사람은 역대 대통령 중 이승만 박사가 유일하다”며 이 박사가 왜 ‘상업’을 중요시했는지를 설명했다.

    “농사에서 생기는 이익은 땅에서 나는 것인즉 한정이 있지만, 장사의 이익은 사람이 내는 것이라 한량이 없다”

    “당장의 급선무로 나라가 정부를 안돈하고 백성들이 집안을 보존할 량이면 아무쪼록 장사길을 널리 열어서 해마다 항구에 들어오는 돈이 나가는 것보다 몇 천배나 되게 하기를 바라노라”

    ◇ '기업경영' <제국신문> 1902년 9월20일자 논설

    이글에서는 ‘기업경영’에 관한 이 박사의 구체적인 견해를 엿볼 수 있다. 이 박사는 “(기업을) 처음 시작할 때 자본이 적은 것을 한탄하지 말고 장구히 유지하는데 힘쓰고, 남보다 싸고 매매하기가 남보다 편리한 물건을 만들어 구매자가 믿고 살 수 있는 물건을 만들 것”을 강조하고 있다.

    손 소장은 "이승만 박사 신(信)을 강조한 것은  '신용이 곧 돈'이라는 벤저민 프랭클린의 '자본주의 정신'과 일맥상통한다"고 말했다.

    "상업의 기초가 처음 시작이 큰데 달리지 않고 장구히 유지하기에 있으며, 장사의 이가 돈 많이 남기기에 있지 아니하고 물건 많이 팔리기에 있으며 물건이 많이 팔리기는 물건 사는 사람이 이로워서 신(信)이 생겨야 될지라." -이승만-

    "명심하라, 신용에 영향을 미칠 만하면 아무리 사소한 행동이라도 주의해야 한다. 채권자가 오전 5시나 저녁 8시에 그대가 작업하는 망치 소리를 듣는다면,그는 앞으로 반년이라도 흔쾌히 참아줄 것이다. 이런 일은 네가 채무를 기억하고 있는 증표이며, 네가 주의 깊고도 성실한 사람이라는 점을 남에게 보여주어, 그로써 너의 신용은 증대될 것이다." -프랭클린-

    ◇ ‘농업’ <제국신문> 1901년 6월7일자 논설

    이승만 박사는 이 글에서 조선이 당장 제조업에 힘쓸 수 없는 이유로 제조하는 학문이 없고, 큰 자본이 없으며, 물건을 제조해도 외국과 겨루기 어렵다는 점을 들어 농업에 힘쓸 것을 강조하고 있다.

    “조선은 땅이 기름지고, 전국에 묵은 땅이 72%나 되며, 땅 값이 싸고, 자본이 많이 들지 않으며, 제조하는 학문보다 배우기가 쉽다”

    손 소장은 "이승만 박사는 농사의 종류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하고 있고, 직업의 다양성을 주장할정도로 식견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나라에 벼슬하고 월급 타먹는 사람은 외국말로 생재하는 백성이 아니라 식재하는 백성이니 식재민이 생재민보다 많을 지경이면 그 나라는 오래 지탱치 못하는 법이라."

    손 소장에 따르면 이 박사는 사회복지적인 공동생활을 강조하며 하와이 섬에 ‘동지촌’을 설립했다. ‘동지촌’은 사탕수수농장에서 더 이상 일 할 수 없는 노인 노동자들이 ‘자작농’을 해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만든 촌이었다. 손 소장은 “이승만 박사는 1925년부터 1932년까지 동지촌에 전력을 다했는데 이는 최근 회자되고 있는 ‘자본주의 4.0’ 사고 방식과 유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재정’ <제국신문> 1901년 5월19일자 논설

    손 소장은 이 글이 이 박사의 자본주의 정신을 종합하고 있는 '백미'라고 평가했다. 그는 "종로에서 빤히 앉아 대소변 보던 시절에 이승만 박사는 가장 이상적인 산업국가의 '상'을 이 글에서 제시했다"며 극찬하기도 했다.

    "지금 세계상에 개명하야 부강한 나라들은 밤낮으로 재정의 근원은 확장하야, (중략) 이 모든 것을 성취하기는 다른 힘이 아니라 도무지 재물 힘으로 말미암아 이렇게 굉장한 일들을 이루었나니, 국민이 유지할 방침에는 재정을 확장하는 것이 근본이라."

    또 그는 "이승만 박사는 산술 교육을 천대시하는 사회분위기에 경종을 울리고, 산술 교육을 강조했는데 이는 막스 베버와 같은 늬앙스로 설명한 것"이라고 했다.

    "지금 문명한 각국들이 학교에서 산술 과목을 특별히 마련해 학도들을 가르치니 그 나라들이 점점 부강해 가고 망했단 말은 없다"

    손 소장에 따르면 이 박사는 자금을 쓰는데 있어서 매우 투명했다고 한다. 비서가 장보러가서 쓴 영수증까지 받아놔 지금도 존재한다고 한다. 또 손 소장은 “이승만 박사는 한인중앙학교를 만들어 자금 관리를 직접 했는데 그때 벌써 복식부기 방식의 회계제도를 시행했다”고 말했다. 손 소장은 “이승만 박사는 한인중앙학교 교장인 민찬호가 장부를 어설프게 해놓자 ‘남의 돈을 함부로 그렇게 쓸 수 있느냐’며 교장을 바꿔버렸는데 이는 고향친구이자 배재학당 친구조차에게도 이렇게 엄격할만큼 이승만 박사는 ‘자금 문제’에 있어서 완벽을 추구했다”고 전했다.

    ◇ '통상' <제국신문> 1903년 3월13일자 논설

    손 소장은 "이승만 박사는 상업을 통해 외국인에게 잃었던 상권을 회복할 것을 주장했다"고 밝혔다.

    “각 국이 그 나라의 상업관계가 있는 곳은 전쟁이 없게 하고, 나에게 없는 것과 남에게 있는 것을 서로 바꾸면 피차에 이익을 보는 것이며, 상업이 발달되면 세납의 증대로 철도, 윤선 등 모든 사업이 흥성해 지게삯꾼, 모군(募軍)꾼 등이 다 새 직무를 얻어 천역을 면하고 벌어먹는 도리가 생긴다”

    이 박사는 32세에 조지 워싱턴 대학교에서 학부를 졸업하고, 하버드 대학 석사과정을 수료하였으며, 프린스턴대학 박사과정에서 국제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손 소장은 "이승만 박사는 미국 명문대 3곳을 졸업하고 역사와 정치, 경제 등을 공부했을 정도의 뛰어난 '국제 경제 전문가'였다"고 강조했다.

    ◇ '공산당의 당부당(當不當)'<태평양 잡지> 1923년 3월호(제31호)

    손 소장은 이 논설에 대해 “이승만 박사는 공산당의 합당성과 부당성을 조목조목 설명했는데 공산당을 비판한 최초의 기념비적인 논문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자본주의 4.0에 대한 논의가 한창인데 이승만 박사는 이때 벌써 그런 개념을 설명했다”고 했다.

    이 박사는 공산주의의 ‘인민의 평등성’에 대해서는 합당성을 인정했다.

    “노예로 말할지라도, 법률로 금하야 사람을 돈으로 매매는 못한다 하나, 월급이라 공전이라 하는 보수 명의로 사람을 사다가 노예같이 부리기는 일반이라. (중략) 가난한 자는 호구지계를 잘 못하고 늙어 죽도록 땀 흘리며 노력하야 남의 종질로 뼈가 늘도록 사역하다가 말 따름이오. 그 후생이 나는 대로 또 이렇게 살 것뿐이니, 이 어찌 노예생활과 별로 다르다 하리오.” -이승만-

    하지만 공산당의 ‘균평성’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내며 ‘경쟁’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모든 부자의 돈을 합하여다가 나누어 가지고 살게 하면 부자의 양반 노릇 하는 폐단은 막히려니와, 재정가들의 경쟁이 없어지면 상업과 공업이 발달하기 어려우니, 사람의 지혜가 막히고 모든 기기미묘한 기계와 연장이 다 스스로 폐기되어, 지금에 이용 후생하는 모든 물건이 다 진보되지 못하며, 물질적 개명이 중지될지라.”

    손 소장은 “이승만 박사가 비판한 내용은 60년 지난 후에 소련공산당 서기장 고르바초프도 똑같이 언급한다”고 말했다. 고르바초프는 1989년 소련공산당대회에서 “자본주의체제 안에서 기술혁신이 이토록 발달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실토했다.

    이 박사는 이 외에도 '재산을 나누어 가지자 함', '지식계급을 없이하자 함', '종교단체를 혁파하자 함', '정부도 없고 군사도 없으며 국가사상도 다 없이 한다 함' 등의 부당한 점을 들어 공산주의 사상의 부당성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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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만 논설 8편 全文]

    1. 논설(노동)             《제국신문》1901년 4월18일자

      혹 어떤 사람들이 말하기를 세상 사람의 부자되고 가난한 것이 다 하늘이 정하야 준 분북(分福)이라고 한즉 그 말이 유리(有理)한 말이라고 할런지 무식한 말이라고 할런지. 내 생각에는 그 사람의 말이 매우 무식한 줄로 아는 것이, 하늘이 사람을 내실 때에 다 각기 사지백체와 이목구비를 마련하야 주기는 다 일반인즉 그 품부(稟賦)한 사지백체와 이목구비로 벌어먹게 마련이지 사람이 날  때에 재물을 가지고 나온 것이 아니라, 세상에 생겨 차차 자란 후에 무슨 제조든지 한가지씩 배워가지고 벌어먹는 것이라. 혹 어떤 사람이 물밑에서나 땅속에서나 공(空)한 재물을 얻어가지고 부자되는 이가 있다 한즉, 그런 사람으로 말하면 하늘이 정한 부자라고도 할 듯하나, 그런 사람이 만에 하나가 될런지 천에 하나가 될런지, 그런 요행의 일만 믿고 가만히 앉았으면 모두 굶어 죽지 아니할 사람이 없을터이라. 그런즉 사람이 부하고 빈한 것이 사람마다 자기의 부지런하고 게으른 것에 있는 줄로 아노라. 그러하기에 동양글에도 말하기를 부귀는 반드시 부지런함을 좇아 얻는다고도 하얐고, 또 한번 부지런하면 천하에 어려운 일이 없다 하얐으며, 또 구라파 풍속에 말하기를 시각이 곧 돈이라 하얐으니, 그 사람들은 만일 한 시각이라도 허비하야 놀고 볼 지경이면 곧 돈을 몇원씩 내어 버린 줄로 알기 때문에 아무라도 놀고 먹는 사람은 세상에 쓸데없는 사람으로 알고 대접하는 고로 사람마다 없는 일이라도 있는 모양을 하야 바쁜 것으로 행세투를 삼거늘, 우리나라 사람들은 시각이 이같이 긴요한 줄을 모르고 편히 놀고 호의호식하는 사람들을 제일 귀한 재주 있는 사람으로 아는 까닭에, 저마다 일하기만 싫어할 뿐 아니라 혹 무슨 생애에 관계한 일을 했을지라도 남 알리기를 부끄러이 여겨서 친구가 물으면 의례히 하는 일 없이 논다고 대답하는 것이 점잖은 행세보로 여기니, 이러하고 앉아서 내 나라 빈약한 것을 어찌 괴이히 여기리오.
      서양서는 가령 한 사람이 열두시씩 한달 삼십일 동안에 일을 하고 월급을 십원을 받을 지
    경이면 하루 동안 버는 돈이 34전3리가량이 되니, 우리나라 인구로 말하면 이천만 인구 수효에 놀고 먹는 사람이 태반인즉 날마다 잃어버린 돈을 통계하야 보면 불소할 터이니, 이렇게 좋고 값진 시간을 가지고 인구수효대로 부지런히만 일들을 하였으면 어찌 나라가 부강치 않으리오. 이 좋은 돈을 다 내어 버리고 앉아서 다만 시골구석에서 몇만명 농민이 겨우 밤낮 버는 곡식섬을 믿고 지내니 어찌 어려워 죽기를 면하며, 그리하고 살 수 없다는 사람을 누가 불쌍타 하리오. 남은 제 일생에  차지한 시간을 잠시도 허비치 않고 이같이 긴요하게 쓰거늘, 우리나라 사람은 당장 남의 덕이라든지 전래하는 조상의 유업이 있어서 날마다 호의호식할 도리가 있다고 아무것도 아니하고 시간을 헛되이 보내는 사람들은 다만 쓸데없는 사람이라고만 할 것이 아니라 나라에 한가지라도 이롭게 하기는 고사하고 도리어 국중에 있는 재물만 축내는 죄인이요 또 부지런히 벌어먹는 사람의 원수가 될지라. 그런즉 무슨 일을 하든지 남에게 유조(有助)하고 제게 이롭게 하야 제 몸과 집안을 보호하야 가는 사람이 참 직분을 지키는 사람이라 할지니, 우리나라 이천만 인민들은 이 말을 허수히 알지 말고 아무쪼록 전에 잃어버린 것을 다 각기 제 손으로 벌어 충수(充數)하기로 작정하고, 저마다 먹고 입고 쓰는 외에 날마다 몇푼씩만 만들어 놓을 것 같으면 불과 몇십년 안에 자기 집만 부요(富饒)할 뿐 아니라 전국이 다 부요할 터이니, 이 같이 실지를 삼아 직분을 지킬 것이오, 부자되고 가난한 것이 하늘에 달렸다고 하는 사람의 말은 조금도 믿지 말지어다. ●

     

    2. 논설(상업)        《제국신문》1901년 4월19일자

      옛글에 말하기를 농사란 자는 천하에 큰 근본이라 하였은즉, 이 말이 이전세월에는 극히 통리(通理)한 말이라. 그러하되 그 때에는 세계 각국이 바다에 막혀 서로 내왕을 통하지 못하고 각기 한 지방만 지키고 있으매 백성들이 다만 그 땅에서 생기는 곡식만 믿고 살았은즉 이로 말하면 나라에 유익한 것이 농사에서 제일 큰 것이 없었거니와, 지금으로 말할 지경이면 세계 만국이 서로 통상이 되었은 즉 나라의 흥망성쇠가 상업흥왕한데 달렸으니, 지금은 천하에 큰 근본을 장사라고 할 수 밖에 없도다. 대저 농사에서 생기는 이익은 땅에서 나는 것인즉 정한 한정이 있거니와 장사의 이익은 사람이 내는 것이라 한량이 없는 고로, 지금 영국으로 말할 지경이면 그 나라의 부강함이 천하 각국 중에 제일인데 그 토지인즉 불과 조그마한 섬이요 기후가 고르지 못하고 땅이 기름지지 못하야 농사에는 힘을 쓰지 아니하고 전국 백성들이 상업에 종사하야 기교한 물품을 만들어 남의 나라 금은을 바꾸어다가 자기 나라를 부요케 만들어 놓고 앉았으니, 자기나라에는 곡식이 많지 아니할 지라도 돈만 가지면 세상의 무슨 물건을 못 바꾸리오. 그런 고로 부강한 여러 나라들이 각처 개화되지 못한 나라에 틈틈이 처들어가서 긴요한 곳에 항구를 열고 자기나라 상민을 보내어 살게 하면서 자기나라 백성을 보호 한다 칭탁하고 일변 공영사(公領使)를 보내며 군함과 포대를 두어 그 나라의 진액을 뽑아내는 고로 나라는 점점 빈핍하야 갈 수 밖에 없는지라.
      일국의 제물은 곧 그 나라의 혈맥이라. 몇달 안에 전국의 혈맥을 말릴 권리를 가졌으니 그 나라는 필경은 점점 쇠약하야 정부와 백성이 구제할 수 없을 터이니, 나중은 싸우지 아니하여도 전국의 권리가 다 그리로 돌아갈 것이니, 이 같은 이익이 어디 있으리오. 이런 이치를 깨닫지 못하는 나라에서는 농사의 이익이 어떠할지, 장사의 이익이 어떠할지 모르고 앉아서 나라가 해마다 빈핍하여 갈 지경이면 그 때가서 어리석게 하는 말이 전국에 사람이 하도 많으니까 저마다 살 수 없다고 걱정이나 하며, 소위 장사라 하는 것은 거리마다 막걸리 장사나 담배 장사나 엿 장사나 졸망하고 남부끄럽게 간신히 하여서 제 나라 사람끼리나 서로 주고 바꾸며, 또 혹 점잖은 사람들은 말하기를 아무리 양반이 죽게 되기로 어찌 장사야 할 수 있느냐 하고 앉아서 일푼이라도 돈을 내 나라에 갖다 놓을 생각은 못한즉, 아무리 농사를 힘써 하여도 남의 나라에서 실어내는 까닭에 곡식이 별로이 흔하야 볼 수는 없는지라.
      그런 즉 어언간 나라가 점점 빈약하야 백성들이 도탄에 들어 필경은 지탱치 못할 지경에 까지 이르니, 이런 고로 지금은 상업을 불가분 천하에 큰 근본이라 할지라. 그런즉 나라의 흥망이 또한 거기 달렸은즉, 사람마다 심상히 알고 있을 것이 아니라 대저 오늘날 세계 큰 싸움과 다툼이 모두 이익과 권세 까닭인데 이익과 권세는 장사에서 더 큰 것이 없은 즉, 우리나라에서도 문명개화한다는 것은 나중 일이어니와 당장의 급선무로 나라가 정부를 안돈하고 백성들이 집안을 보존할량이면 아무쪼록 장사길을 널리 열어서 해마다 항구에 들어오는 돈이 나가는 것보다 몇 천배나 되게 하기를 바라노라. ●

    3. 논설(기업경영)        《제국신문》1902년 9월20일자

      경장 이후로 대한 사람들이 외국제도를 모본(模本)하야 각색 명목으로 회사를 조직한 것이 무수하나 항상 성취하는 것이 드물어 혹 중간에 불공자파(不攻自坡)되는 것도 있고 혹 몇해 안에 스스로 쇠하여 없어지기도 하야 확실한 기초를 세우는 자는 자주 보기 어려우니, 이는 당초에 회사 기초 잡는 본의를 알지 못하고 시작하는 연고이라. 처음 시작할 때에 위선 일이년래로 이(利)남기기를 바라고 장원한 경영은 꾀하지 못한즉 시작하기에 그 자본과 힘을 다 한지라, 자본이 미처 돌아들어오지 못하야 뒤를 받칠 힘이 없은즉 일이 유시무종(有始無終) 될 수밖에 없고, 설령 첫번에 제조있게 하여 일이 일이년 안에 이를 남긴다 한들 그 이가 길지 못한 법이라. 이는 상업의 참 이가 아니오 도리어 해를 받음이라. 그 연고를 말할진데 가령 만원 자본을 들여가지고 일이년 동안에 이삼만원을 만들면 문부(文簿)상으로는 이가 되었으나 그 물건을 사다가 써본 사람이 이를 비교하여 본즉 만원 자본에 일만오천원 만든 회사에서 사온 물건만치 이롭지 못 한지라, 그 다음부터는 일만오천원 만든 회사 물건을 찾을 터인즉 내 물건은 찾는 사람이 드문지라. 인하여 사업이 쇠하나니 이는 한번에 이보기를 위하야 남에게 상권을 빼앗김이라. 그런즉 상업의 기초가 처음 시작이 큰 데 달리지 않고 장구히 유지하기에 있으며, 장사의 이가 돈 많이 남기기에 있지 아니하고 물건 많이 팔리기에 있으며 물건이 많이 팔리기는 물건 사는 사람이 이로워서 신(信)이 생겨야 될지라.
      이것이 대개 상업의 근본이어늘 이것을 모르는 이는 당장에 자본 적은 것만 한탄하며 혹 자본이 넉넉하면 한번에 힘을 다하야 후일을 생각지 않고 혹 물건이 당장 팔리지 않는 것을 걱정하니, 그 일이 어찌 성립되기를 바라리오.
      외국의 회사 기초잡는 자들의 사적을 본진대 시작은 항상 적어가지고 나중에 커진 것이라. 미국의 몽고매리 와드(Montgomery Ward & Co.)라 하는 회사는 의복 음식과 각색 일용집물을 발매하기로 각국에 유명한 회사인데, 그 회사의 광고는 남의 신문에 붙여 내는 것이 아니요 특별히 그 집에서 책을 박여 내는 데 매권이 일천여장이라. 각식 물건을 다 사진 박여 본보기로 돌리고 〇본에 설명하야 대소 광협(廣狹)과 물품의 재료와 값을 매겨 이 물건의 값과 거주성명을 자세히 적어 보내면 어디든지 그 물건을 보내어 줄 것이니, 이 광고와 같지 않거나 혹 마음에 불합하거든 다시 보내고 바꾸어 달라거나 돈을 도로 찾고자 하거나 원대로 하여 줄 것이니 태가(駄價)와 우비(郵費)는 본 회사에서 담당하겠고, 물건의 고하를 따라 몇회씩 보험을 매여 놓았으니 그 한 안에 무단히 병이 있거든 보내면 고쳐주마고 하야 매개에 담보를 매어 놓고 이런 책을 여러 만질을 박여 각국 각처에 전파하되 값을 받지 않고 공으로 주는지라. 그 광고책 첫장에 채색을 올려 거의 삼십층 되는 집을 사진박이고 그 옆에 광고하야 왈, 이십칠년 전에 우리가 처음 시작할 적에 장이 이십척이오 광이 십팔척되는 단칸방에서 어른 둘과 아이 하나가 협력하야 전방을 내고, 제조소에서 물건을 사다가 낱개로 팔아 차차 자라서 오늘날 집이 이 책장 겉에 박인 사진이라, 시카고 지방에 제일 높은 집이오 미국의 상업 회사로는 제일 화려함에, 세계에 또한 이보다 지날 회사의 집이 몇이 못 될 것이오, 고용하는 서기가 이천명이오 금전이 백만원 되는 물화의 주식표가 항상 통행하는 지라, 첫해에는 일년에 물건판돈 통이 이천여원이러니 작년 일년 안에 일천만원어치를 넘겨 팔았은즉 그 일이 잘한 것이 어떻게 굉장하뇨. 이렇듯 성취된 것을 볼진대, 다른 도리 없이 다만 진실 두자로 위주하야 물건이 남보다 좋고 값이 남보다 싸고 매매하기가 남보다 편리하야 조금도 협사(挾詐)함이 없이 항상 우리가 사는 사람되고 사는 이가 우리가 되기를 바꾸어 생각하야 사람마다 사다가 팔든지 쓰든지 이를 보도록 마련함에 당초에 열입꾼을 놓아 물건사기를 권치 안하되 소문이 자연 퍼져서 물건 사는 자가 서로 전파하야 열명이 백명이 되고 백명이 천명이 되야 이름이 각국에 퍼짐에 상호가 날로 들어 이렇듯 되었으니, 이 광고책을 박이는 것은 멀리 있어 보고 듣지 못하는 이들을 위하야 전파함이니, 보시는 이들은 시험하야 보시오 하였는지라. 지금 우리나라에서도 상업을 확장코자 하는 이들이 이 법만 모본할 진대 큰 기초가 어렵지 않으리로다. ●

    4. 논설(농업)        《제국신문》1901년 6월7일자

      세계에 나라마다 지형과 기후를 좇아 나라 백성들이 생재(生財)하는 법이 다 다른지라. 그런 고로 영국 같은 나라에서는 땅이 좁고 인구가 많은 고로 곡식을 많이 이루지 못하야 인민이 생재하기를 물건 제조하는데 힘을 써서 그 물건을 외국으로 보내어 장사를 하야 세계 제일가는 부강한 나라가 되었고, 미국 같은 나라에서는 토지가 넓고 기후가 좋은 고로 농사를 힘써서 땅에서 나는 물건을 외국으로 보내어 장사하야 세계에 제일가는 부강한 나라가 되었는지라. 그러하나 영국에도 농사하는 백성이 없는 것은 아니오 미국에도 물건 제조하는 데가 없는 것은 아니라. 그러하되 대저 영국서는 큰 돈이 제조하는데서 생기고 미국서는 큰 돈이 농사하는 데서 생기는 지라. 조선은 토지가 넓고 기후가 세계 상등이요 각색 물건이 잘 되는데라. 전국에 묵은 땅이 백분의 칠십이분이나 그저 남아 있고 인구보다 땅이 넓어 좋은 산과 들을 쓸 줄을 몰라 버려두는 데가 허다하야, 그 땅을 가지고 돈을 벌지 못하니 어찌 나라가 부강하야 지며 인민의 마음들이 어찌 자주독립이 되리오. 조선서 지금 영국모양으로 제조도 힘쓰지 못할 일이 첫째는 제조하는 학문이 없고, 둘째는 큰 자본이 없고, 셋째는 물건을 제조하야 외국과 겨뤄보기가 어려운지라. 그런 고로 조선서 제일 큰 돈 만들기는 농업을 힘쓰는 것이 마땅한 것이 첫째는 땅이 기름지고, 둘째는 땅이 많이 있고, 셋째는 땅 값이 싸고, 넷째는 농사하는데 자본이 많이 들지 아니할 터이오, 다섯째는 제조하는 학문보다 배우기 쉬운지라.
      농사라는 것은 곡식만 심는 것이 농사가 아니라 소와 양과 말과 닭과 실과 기르는 것이 다 농사이라. 실상 곡식에서는 돈이 얼마 나지 않고 돈 많이 나는 것은 소 기르는 데와 나무 기르는 것과 면화 심는 것과 담배 심는 것과 실과 기르는데 큰 돈이 생기는 법이니, 지금 우리나라에서 이런 일을 하자하게 되면 과히 어렵지 아니한 것이 첫째 외국학문이 없더라도 이런 일은 우리나라 경계(經界)대로만 하여도 몇해가 아니되야 국중에 이(利)가 있을 터이오, 이런 물산만 많이 만들어 외국에 팔 것 같으면 물건은 제조를 못하더라도 돈이 많이 생겨 외국 제조물을 넉넉히 사 쓰고라도 백성들이 구차치 아니할 터이니, 누구든지 오륙년 후 일을 경영하는 사람들은 외국장사 할 생각도 아직 말고 외국물건 제조할 마음도 아직 먹지 말고 농무를 힘쓰는데, 다만 논을 풀어 쌀 만들 생각만 말고 밭을 많이 만들어 밀을 많이 심으며, 삼남으로는 면화를 많이 심으고, 북도에서는 담배와 실과를 많이 기르며, 또 재목을 많이 기를 것 같으면 우선 다섯해 후부터 큰 이가 생길 터이오. 나무 중에는 솔나무보담 잡목이 이가 더 있고, 잡목 중에도 참나무와 호두나무와 밤나무와 단풍나무와 피나무가 제일 세계에 많이 쓰는 나무요 값이 많은지라. 공한지대에 곡식 할 수 없는 데는 이런 나무들을 해마다 심을 것 같으면 논 사두는 이 보담 이가 더 있을 터이니, 이런 일은 힘도 과히 들지 아니하고 자본도 과히 들지 아니할지라. 사람들이 조금만 생각이 있고 조금만 부지런하였으면 몇해 아니되어 큰 효음을 볼터이오.
      나라 위하는 법이 벼슬하야 가지고만 나라를 위할 것이 아니라 백성이 되야 재물 생길 일을 하는 것이 나라 위하는 근본이라. 나라에 벼슬하고 월급 타먹는 사람은 외국말로 생재(生財)하는 백성이 아니라 식재(蝕財)하는 백성이니 식재민이 생재민보다 많을 지경이면 그 나라는 오래 지탱치 못하는 법이라. 비유컨대 사람 열이 사는데 하나는 생재를 하고 아홉은 그 한사람의 버는 재물을 먹고 살 것 같으면 그 열사람이 다 가난한 법인즉, 만일 다섯사람은 농사를 하야 생재를 하고 또 삼인은 농사한 사람의 생재한 물건을 저자에 매매하야 주고 벌어먹고 살고, 이인은 법률과 장정과 의리를 가지고 그 농사하고 장사하는 사람 틈에서 시비곡직을 다스릴 것 같으면, 다섯사람 농사한 이도 편히 살고 장사하는 사람 셋도 경계있게 벌어먹고 살 터이오, 또 두 사람은 그 백성들의 일을 공평하게 하야 주고 얻어먹고 살터이니, 그리하고 본즉 국중에 자연히 돈이 많이 생길 것이오 돈이 많이 생기고 보면 자연 나라가 부강할 터이라. 지금 우리나라 형편으로 말하면 생재하는 중에는 농사가 제일이니 아직은 물건 제조하는데 힘을 덜 쓰더라도 천조물을 많이 생기게 사람마다 유의하기를 바라노라. ●
    5. 논설(재정)        《제국신문》1901년 5월19일자

      자고이래로 보천지하(普天地下)에 어떤 나라이든지 어떤 집이든지 재물이 넉넉하여야 경영하는 대로 백만가지 모든 일을 임의로 성취하나니, 만일 재물이 부족하면 나라에서는 백관의 월봉을 주지 못하며 사가 집에서는 날마다 일꾼의 삯을 주지 못한즉, 나라에는 녹이 없는 고로 관인들이 공평한 마음이 없고 집에는 삯 줄 돈이 없는 고로 품을 파는 사람들이 오기를 기뻐하지 아니하매, 이렇게 재물이 군졸하는 지경에는 비록 지혜가 소명하고 주선이 유여(有餘)한 사람이라도 어찌할 수가 없어 준준한 우맹(愚氓)과 다를 것이 없어 한 일도 이루지 못하고 좋은 세월을 공연히 혼몽중에 보내나니, 이런고로 재물이란 것은 사람의 혈맥과 같아야 잠깐이라도 없으면 세상에 부지할 수가 없는지라.
      지금 세계상에 개명하야 부강한 나라들은 밤낮으로 재정의 근원은 확장하야, 금이 나는 땅이면 금광을 열어 금을 얻어내며, 쇠가 나는 땅에는 철광을 열어 쇠를 캐어내고, 석탄이 나는 땅에는 석탄광을 열어 석탄을 파서 내며, 바다에는 어선을 많이 제조하야 고기를 힘써 잡으며, 산에는 차(茶)감을 많이 심어 차농사를 확장하며, 강물이 맑은 데는 겨울에 얼음을 많이 떠서 빙고에 수입하며, 담배를 힘써 심어 권연을 제조하며, 들에는 상목을 많이 심어 누에를 번성하게 기르며, 물이 많고 풀이 무성한 땅에는 양과 닭을 많이 기르며, 물맛이 청렬한 곳에는 술을 잘 만들며, 토색이 아름다운 데는 사기를 정교하게 제조하야 노는 시간이 별로 없이 부지런히 돈벌 생애를 힘써, 날마다 물건을 항구에 내다 장사를 흥왕하게 하야, 사람마다 재물이 풍족하며 나라가 부강하야, 처처에 삼사층 벽돌집을 높이 짓고 유리창과 구슬발을 찬란하게 사면으로 달아서 사람의 눈을 현황하게 하며, 도회처마다 공원지를 열어 화목을 울밀하게 심으며, 청천백석의 물을 인도하야 사람의 정신을 맑고 시원하게 하며, 누대를 표연하게 건축하야 완호지물(玩好之物)을 벌여두며, 동물원을 배설하야 기이한 짐승과 희귀한 새를 여러 가지로 모아두고 구경하야 안목을 널리며, 수족원을 배설하야 천하 열국의 각종 물고기를 구하야 유리병 속에 길러 두고 구경하야 지식을 늘리며, 관립학교 사립학교를 곳곳마다 설치하야 인재를 배양하며, 전선을 총총하게 연락하야 인민의 통신을 편리하게 하며, 철갑 군함과 수뢰포(水雷包)를 많이 만들어 바다에 떠다니며 어모(禦侮)할 방책을 하니, 이 모든 것을 성취하기는 다른 힘이 아니라 도무지 재물 힘으로 말미암아 이렇게 굉장한 일들을 이루었나니, 국민이 유지(留志)할 방침에는 재정을 확장하는 것이 근본이라.
      우리나라는 중간 이래로 오활(汚闊)한 풍속에 젖어 총명이 있고 학식 넉넉한 사람은 말하기를 점잖은 사람이 어찌 재물을 알리오하며, 혹 자질(子姪)이나 친구 중에 재정에 유심(留心)하는 사람이 있으면 꾸짖어 가로되 선비가 재욕에 탐착(貪着)하니 그럴 도리가 어디있으리오 하며 재반 계책으로 기어이 그 사람들이 재물을 모르도록 인도하야 그 사람들로 하여금 세상에서 한갓 버린 사람을 만드니, 이런 오활한 일이 어느 학문에서 나왔는고. 자기만 빈한하고 버린 사람이 될 뿐이 아니라 다른 사람까지 빈한하고 버린 사람이 되게 하야, 이러한 사람의 행위를 차차 본받는 사람이 많아 전국이 빈한하야, 세상에 크게 해가 되니 어찌 애석하지 아니하리오. 심지어 풍속에 이르는 말이 엽전 한냥 수효를 세지 못하여야 참 점잖은 재상(宰相)이라 하니, 이렇게 돈 백푼을 세지 못하면 나라의 큰 경제하는 벼슬을 어떻게 하리오. 이런 사람들의 의논과 같을 진대 나라가 부강하기는 고사하고 전국 인민이 밥만 얻어먹기도 어려울지라. 지금 문명한 각국들이 학교에서 산술 조목을 특별히 마련하야 학도들을 가르쳐도 그 나라들이 점점 부강하야 가고 망하였단 말은 없나니, 외국 사람들은 후진에게 산술까지 교수하야 재정을 유심하게 하며 장사를 편리케 하거든 우리나라 사람은 돈을 셀 줄도 몰라야 점잖고 높은 사람이라 하니, 이런 높은 사람이 많아 나라가 오늘날 이같이 빈한한지. 우리동포들은 몽사(夢事)를 깨고 정신을 차려, 날마다 생애를 폐치 말고 돈을 벌어 남의 나라와 같이 여러층 높은 집을 짓고 철갑군함을 바다에 띄워서 세계에 행세할 생각을 열심으로 하였으면 매우 좋을 듯. ●

    6. 논설(통상②)        《제국신문》1903년 3월13일자

      …(상해 영자신문에 난 한국 수출수입 대비표 소개)… 본기자 이상 상업 비교표를 번등하매 보는 이는 다 지금 세상의 통상하는 관계가 어떠한지 가히 짐직하려니와, 모르는 이들은 우리나라의 궁핍함이 날로 우심한 것이 다 외국인들이 와서 장사를 통하며 쌀을 실어 가는 연고라 하나, 실상은 상업의 이익을 만국이 다 즐겨하는 바라. 우선 상업 확장하는 곳에는 난리가 가장 두려워하는 바인 고로 각국이 그 나라 상업관계있는 곳은 기어이 전쟁없게 하나니, 태평을 즐겨하는 이익이 한 가지요, 둘째는 나에게 있는 것과 남에게 없는 것을 서로 바꾸어 각국이 다 서로 귀천을 평균하매 한 지방에 흉년이 들어도 다른 곳 곡식이 들어와 흉년을 면하게 하며, 남의 곳에 곡식이 없을 때에는 나의 진진히 썩는 곡식을 가지고 가서 긴요한 재물로 바꾸어 올 것이니 피차에 다같이 이익을 보는 것이 두 가지요, 내 나라 좋은 땅과 인재를 배양하여 무궁한 이익을 일으키면 이것으로 내 나라에서 풍족히 먹고 쓰며 타국으로 실어 내어 남의 한없는 재물을 이끌어 오면 빈한한 나라가 재물을 얻어 내 나라 문명을 찬조할 것이니 이익이 세가지요, 출입하는 물화가 늘어 상업의 발달 될 지경이면 각 항구에 세납이 한없이 늘 터이니 이로 인연하여 철로, 윤선등 모든 사업이 무한하게 흥성할 터이니 전에 지게삯꾼, 모군(募軍)꾼 등이 다 새 직무를 얻어 천역을 면하고 벌어먹는 도리가 생길지라. 대강 이익이 이러하니 우리나라 사람들이 각기 이런 상업을 주의하여 보아 혹 제조도 하며 혹 출국도 시켜 외국인에게 잃었던 상권을 회복하여야 되리로다. ●

    *이상 6편의 논설은 26세 이승만이 한성감옥에서 종신징역형을 살면서 자신이 창간한 '제국신문'에 기고한 270여편중에 경제에 관한 몇편을 뽑은 것임.


    7. 논설 / 공산당의 당부당(當不當)        《태평양잡지》1923년 3월호(제31호) /하와이

      공산당주의가 이 20세기에 나라마다 사회마다 아니 전파된 곳이 없어, 혹은 공산당이라 사회당이라 무정부당이라 하는 명목으로 극렬하게 활동하기도하며, 혹은 자유권 평등권의 명의로 부지중 전염하기도 하야, 전제 압박하는 나라에나 공화 자유하는 백성이나 그 풍조의 촉감을 받지 않은 자가 없도다.
      공산당 중에도 여러 부분이 있어서 그 의사가 다소간 서로 같지 아니하나, 보통 공산당을 합하야 의론하건대, 그 주의가 오늘 인류 사회에 합당한 것도 있고 합당치 않은 것도 있으므로, 이 두가지를 비교하야 이 글의 제목을 “당 부당”이라 하였나니, 그 합당한 것 몇 가지를 먼저 들어 말하건대,
      인민의 평등주의라. 옛적에는 사람을 반상(班常)으로 구별하야 반은 귀하고 상은 천하므로, 반은 의례히 귀하고 부하며 상은 의례히 천하며 빈하야 서로 변동치 못하게 등분으로 방한을 정하여 놓고, 영영 이와 같이 만들어서, 양반의 피를 타고난 자는 병신 천치라도 웃사람으로 모든 상놈을 다 부리게 마련이오, 피를 잘못 타고난 자는 영웅 준걸의 자질을 탔을지라도 하천한 대우를 면치 못하였으며, 또한 노예를 마련하야 한번 남에게 종으로 팔린 자는 대대로 남의 종으로 팔려다니며 우마와 같은 대우를 벗어나지 못하게 마련이라. 이와 같이 여러 천년을 살아오다가, 다행히 법국[프랑스] 혁명과 미국 공화를 세운 이후로 이 사상이 비로소 변하야 반상의 구별을 혁파하고 노예의 매매를 법률로 금하였나니, 이것이 서양문명의 사상 발전된 결과라. 만세인류의 무궁한 행복을 끼치게 하였도다.
      그러나 근대에 이르러 보건대 반상의 구별대신에 빈부의 구별이 스스로 생겨서, 재산가진 자는 이전 양반노릇을 여전히 하며, 재물 없는 자는 이전 상놈 노릇을 감심(甘心)하게 된지라. 그런즉 반상의 명칭은 없어졌으나 반상의 등분은 여전히 있어서 고금에 다를 것이 별로 없도다.
      하물며 노예로 말할지라도, 법률로 금하야 사람을 돈으로 매매는 못한다 하나, 월급이라 공전이라 하는 보수 명의로 사람을 사다가 노예같이 부리기는 일반이라. 부자는 일 아니하고 가난한 자의 노동으로 먹고 살며, 인간 행락에 모든 호강 다하면서 노동자의 버는 것으로 부자위에 더 부자가 되려고 월급과 삭전을 점점 깎아서, 가난한 자는 호가지계(糊家之計)를 잘 못하고 늙어 죽도록 땀 흘리며 노력하야 남의 종질로 뼈가 늘도록 사역하다가 말 따름이오, 그 후생이 나는 대로 또 이렇게 살 것뿐이니, 이 어찌 노예 생활과 별로 다르다 하리요. 그러므로 공산당의 평등주의가 이것을 없이 하야 다 균평하게 하자함이니, 어찌하야 이것을 균평히 만들 것은 딴 문제거니와, 평등을 만들자는 주의는 대저 옳으니, 이는 적당한 뜻이라 하겠고,
      공산주의 중 시세에 부당한 것을 말한 진대,
      (1) 재산을 나누어 가지자 함이라. 모든 사람의 재산을, 토지 건축 등 모든 부동산까지 다 합하여다가 평균히 나누어 차지하게 하자 함이니, 이것을 가난한 사람은 물론 환영하겠지마는, 토지를 평균히 나누어 맡긴 후에 게으른 사람들이 농사를 아니하던지 일을 아니하던지 하야 토지를 다 버리게 되면 어찌하겠느뇨. 부지런한 사람들이 부지런히 일하야 게으른 가난장이를 먹이어야 될 것이오, 이 가난장이는 차차 수효가 늘어서 장차는 저마다 일 아니하고 얻어먹으려는 자가 국중에 가득 할 것이며,
      (2) 자본가(資本家)를 없이하자 함이라. 모든 부자의 돈을 합하여다가 공동히 나누어 가지고 살게 하면 부자의 양반 노릇하는 폐단은 막히려니와, 재정가(財政家)들의 경쟁이 없어지면 상업과 공업이 발달되기 어려우니, 사람의 지혜가 막히고 모든 기기미묘한 기계와 연장이 다 스스로 폐기되어, 지금에 이용 후생하는 모든 물건이 다 진보되지 못하며, 물질적 개명이 중지될지라. 자본을 ○폐하기는 어려우리니, 새 법률로 제정하야 노동과 평등 세력을 가지게 하는 것이 나을 터이며,
      (3) 지식계급을 없이하자 함이니, 모든 인민의 보통 상식정도를 높여서 지금에 학식으로 양반 노릇하는 사람들과 비등하게 되자 하는 것은 가하거니와, 지식계급을 없이하자 함은 불가능하며,
      (4) 종교단체를 혁파하자 함이라. 자고로 종교단체가 공고히 조직되어 그 안에 인류계급도 있고, 토지 소유권도 많으며, 이 속에서 인민압제의 학대를 많이 하였나니, 모든 구교 숭배하던 나라에서는 이 폐해를 다 알지라. 그러나 지금 새 교회의 제도는 이런 폐단도 없고 겸하야 평등 자유의 사상이 본래 열교[裂敎:改新敎] 확장되는 중에서 발전된 것이라. 교회 조직을 없이하는 날은 인류 덕의상 손해가 다대할 것이며,
      (5) 정부도 없고 군사도 없으며 국가 사상도 다 없이한다 함이라. 이에 대하야는 공산당 속에서도 이론이 많을뿐더러 지금 공산당을 주장한다는 아라사[러시아]로만 보아도 정부와 인도자와 군사가 없이는 부지할 수 없는 사정을 자기들도 다 아는 바라 더 설명을 요구치 않거니와, 설령 세상이 다 공산당이 되며, 동서양 각국이 다 국가를 없이하야 세계적 백성을 이루며, 군사를 없이하고 총과 창을 녹여서 호미와 보습을 만들지라도, 우리 한인은 일심 단결로 국가를 먼저 회복하야 세계에 당당한 자유국을 만들어 놓고, 군사를 길러서 우리 적국의 군함이 부산 항구에 그림자도 보이지 못하게 만든 후에야, 국가주의를 없이할 문제라도 생각하지, 그 전에는 설령 국가주의를 버려서 우리 2천만이 모두 다 밀리어네어[백만장자]가 된다 할지라도 우리는 원치 아니할지라.
      우리 한족에게 제일 급하고 제일 긴하고 제일 큰 것은 광복사업이라. 공산주의가 이 일을 도울 수 있으면 우리는 다 공산당 되기를 지체치 않으려니와, 만일 이 일이 방해될 것 같으면 우리는 결코 찬성할 수 없노라. ●

    8. “모범적 독립국을 건설하자”
       -과도정부 당면정책 33항-               《大同新聞》1946. 3. 4~9. /해방후 건국전야

      지나간 몇달 동안을 신병으로 인하여 직접으로 말하지 못하고 윤치영(尹致暎)으로 대신 방송하다가, 지금은 신병이 거의 다 쾌차되어 방송국의 주선으로 우리집에서 말한다.
      3・1기념이 임박한 이날에 한족의 복리를 위하여 진행할 대정방침(大政方針)의 대략을 설명하는 것이 적합할 줄로 믿는다. 우리 국민이 부강하며 세계의 존경할만한 나라를 이루자면 우리가 마땅히 행하여야 할 정책이 여러 가지이다. 오늘 저녁에 이 모든 정책의 대강만 말하고 일후에 상세한 조건을 해석하여 알리려 한다.
      (1) 우리 독립국의 건설은 민중의 빈부귀천을 막론하고 국법상에는 다 평등대우를 주장할 터이다.
      (2) 이 주의 내에서 최속한도내에 정부를 조직하되 남녀를 막론하고 18세 된 시민권 가진 자는 다 투표권과 또는 피선거권을 가지게 할 것이다.
      (3) 민주헌법을 기초하여 언론과 집회와 종교와 출판과 정치운동의 자유를 보호할 터인데, 이 헌장은 다수 민의를 따라서 결정하고 공포 실행할 것이다.
      (4) 지난 40년 동안에 왜적의 제국주의가 우리 법률과 사회와 교육 등 모든 기관에 다 섞여 있으니, 이 독해를 제어하기 위하여 청결할 방책을 행할 것이다.
      (5) 일인이나 반역자들에게 속한 재산은 공사를 막론하고 전부 몰수하여 국유로 할 것이다.
      (6) 경제책을 제도(制度)하여 우리 경제와 공업을 속히 회복 발전하며, 일용필수품의 물산을 속히 산출하여, 민중의 생산 정도를 개량시킬 것이다.
      (7) 중요한 공업과 광업과 산림과 은행과 철도와 통신과 운수와 모든 공익기관 등 사업을 국유로 만들어 발전시킬 것이다.
      (8) 모든 상업과 공업을 정부 검열하에 두어, 소비자와 생산자와 무역자에게 평균한 이익을 담보할 것이다.
      (9) 모든 몰수한 토지는 다시 나누어 민간의 이익을 증진시키되 토지소재지에 있는 농민에게 부쳐서 경작하게 할 것이고, 먼데 있는 지주에게 주지 아니하리니, 이는 농민이 자기 땅을 경작하면 소출을 많이 늘일 수 있는 연고이다.
      (10) 큰 농장은 나누어 여러 사람이 경작하게 하되 소유지농민에게 맡겨서 소출이 늘게 하게 장려하며, 그 토지의 가격을 상당하게 마련하여, 매년 얼마씩 분배하여서 여러 해를 두고 지주에게 갚기로 계획을 정하려 한다.
      (11) 다만 적몰(籍沒)한 땅을 농민에게 분배할 때에는 그 보수를 정부에 판납(辦納)하여 국민공용에 보충하리니, 이는 새 국가건설에 많은 경비를 요구하는 이유이다.
      (12) 민간의 전당과 부채조(負債條)에 매양 과도한 높은 변으로 이익을 도모하는 고로 빈민의 사정에 큰 폐단이 되나니, 법률을 제정하여 고리대금의 악습을 금할 것이다.
      (13) 화폐제도를 세워서 물가가 오르는 폐단의 한 가지 이유를 막을 것이며,
      (14) 물건 값을 제한하여 모든 식물(食物) 중에 특별히 미곡과 다른 필수품의 최고가격을 법으로 제한하여, 빈민으로 하여금 모든 곤란을 면하게 할 것이다.
      (15) 공평한 납세를 일정하게 만들어 궁민과 농민은 면세하는 법을 마련할 것이고, 특별히 소작인에게 격외징세(格外徵稅)하는 습관은 일절 금지할 것이다.
      (16) 상속세납에 관한 조례를 교정하여 많은 부담을 큰 농장에 징수하게 할 것이다.
      (17) 강제교육령을 발하여 학령에 참여한 남녀 아이는 학교에 안가지 못하게 할 것이며, 교육경비는 정부의 담보로 할 것이다.
      (18) 국민의 문화를 발전하되 정부가 경비를 담임할 것이다.
      (19) 무직업자를 도와서 모든 노동자와 고용자에게 직업을 담보할 것이다.
      (20) 최소고금령[最小雇金令: 最低賃金法]을 제정하여 노동자의 생계를 보호할 것이다.
      (21) 의약과 위생상 편의를 정부가 관할하여 모든 일꾼과 농민과 고용인들에게 일체를 돈으로 주게 할 것입니다.
      (22) 소아의 고용을 법으로 제한하여 남녀 아이 14세 이하는 노동을 금하게 할 것이다.
      (23) 모든 부녀와 아이의 16세 이하된 자는 하루 6시간이요, 모든 장정일꾼은 하루 8시간 노동외에는 금할 것이다.
      (24) 임산부를 위하여 모든 의약과 사회상 보조를 준비하여 생산의 도움을 줄 것이다.
      (25) 모든 자유를 사랑하는 나라들과 교제를 친근히 하며 외국통상을 장려하되, 모든 나라들을 동등으로 대우하고 어떤 나라에든지 특별 이익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26) 국방을 위하여 상당한 군사를 양성할 것이다.
      (27) 개인의 신분을 보호하여, 법정의 구인장이 없이는 아무나 구금하지 못하고, 오직 죄를 범하다가 잡힌 자만 구금할 수 있을 것이다.
      (28) 사사가정을 보호하며 무단히 수색하거나 그 재산을 법정의 명령이 없이는 침범하지 못하게 할 것이다.
      (29) 국내에서 어디든지 여행하거나 혹 물품을 운반하는 등사는 범법등절(犯法等節)이 있기 전에는 자유권을 막지 못한다.
      (30) 법률 안에서는 무슨 일을 하던지 생계를 돕기 위하여 행한 공작은 극히 보호할 것이다.
      (31) 일남일부(一男一婦)의 가정법을 보호하기 위하여 소실 두는 폐습을 금지하되, 법령이 반포된 이 후로 작첩하는 자는 벌칙을 제정하여 금지할 것이다.
      (32) 정부에 무슨 관원이 되거나 순검 병정으로 채용되거나 공립 대소학교의 교사 교장의 책임을 띄우는 자는 복무하기 전에 혹 법관 앞에서나 다른 공석에서나 선서식을 행하되, 그 선서의 대지는 대략 다음과 같이 할 것이다.
      “나는 대한시민의 자격으로 이에 선서하노니, 우리 헌법과 국법을 복종하며, 우리 정부를 옹호하며, 국내에 있는 민국의 원수를 항거하여 나라를 보호하기로 맹세함.”
      이상과 같이 모든 남녀가 일심보호하여 국권이 견고케 하여, 우리 민중이 자유권을 누리고 자유국의 보호를 받아, 우리의 화복을 우리도 누리고 우리 후생에게도 유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