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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의 시가 1천억원대 빌딩을 자녀에게 고스란히 물려주려고 해외 유령회사를 만드는 등 온갖 '수'를 쓰던 기업인이 법정에 서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외사부(이흥락 부장검사)는 홍콩에 서류상 회사를 세워 투자금 형식으로 회삿돈 수백억원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으로 부동산 임대업자 이모(63)씨를 구속기소했다고 25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강남구 역삼동에서 대형 부동산 임대업체 H사를 운영하던 이씨는 2008년 10월 회사 빌딩을 담보로 빌린 은행 대출금 등 259억원을 홍콩 유령법인을 통해 중국 기업에 투자하는 것처럼 꾸며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시가 1천100억원 상당의 회사 빌딩을 자녀에게 증여하면 400억원 넘는 세금이 부과될 것으로 염려되자 세금을 줄이려고 머리를 굴렸다.
우선 회사가 홍콩 법인을 통해 중국 기업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것처럼 가장해 투자금 일부를 청산금 명목으로 회수했다.
또 나머지 빼돌린 돈은 홍콩에 유령회사들을 설립, 이들 회사가 H사 주식의 60%를 취득하게 해 회사 자체를 외국인 투자기업으로 바꿔버렸다.
이 과정에서 홍콩에 송금한 돈을 유령회사 간 자금이체를 통해 세탁함으로써 횡령 사실도 숨겼다.
이씨는 최종적으로 이들 유령회사가 취득한 회사 주식을 증여세가 없는 홍콩에서 자녀들에게 증여할 요량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 중국 기업에 대한 투자 실패로 회사 가치가 떨어지면 남은 주식은 국내에서 자녀에게 넘길 생각이었다.
이씨는 2009년 6월 해외투자 실패를 가장해 회사 청산 작업을 밟는 과정에서 세관이 은행에 대출 자료를 요청하는 바람에 범행을 중단, 자녀들에게 실제 주식을 증여하진 못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검찰은 회계사 오모(37)씨 등 2명도 공인회계사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오씨 등은 범행 전모를 알면서도 투자의견서나 세금계산서 등을 허위로 꾸며주고 대가로 1억700만원을 받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