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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달리진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에 의해 지방자치단체들은 대형마트와 SSM(기업형 슈퍼마켓)의 의무휴업일 조례제정을 강행하고 있다. 매주 둘째, 넷째 주 일요일 의무휴업과 자정부터 오전 8시까지 영업을 제한한다는 내용이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조례를 개정한 곳은 전주시의회지만 며칠 사이에 전국적으로 ‘대형마트와 SSM’ 규제 바람이 강하게 몰아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 새누리당은 비상대책위원회를 통해 대형마트와 SSM의 지방 중소도시 신규 진출을 5년간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중᠊소상공인 보호 대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처럼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을 보호하기위한 사회적 움직임은 날로 거세지고 있다. 전통시장 상인들과 영세업자들은 두 손 들고 환영 의사를 밝혔다. 당장 상인들의 매출에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대형마트와 SSM 규제’는 일시적인 대책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전통시장의 부활을 위해서는 전통시장 자체가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는 얘기다. 최근 우리사회의 쇼핑 패턴을 분석해 보면 전통시장의 해법을 찾을 수도 있겠다.
우선 온라인 진출을 모색하는 방법이다. 최근 대형마트에서 물건을 사는 30~40대 여성 중 약 70%가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해 장을 본다는 조사가 나왔다. 바빠진 주부들이 마트에 직접가지 않고도 손쉽게 장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마트의 의무휴업과 영업시간을 제한한다고 해서 마트에 갈 손님들이 전통시장으로 발길을 돌린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오류이지도 모른다. 일부는 시장을 찾겠지만 나머지는 온라인 쇼핑을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
마트와 비교했을 때 전통시장의 장점은 매일매일 들여오는 신선한 물건이다. 특히 지역의 특산물을 가장 먼저 확인할 수 있는 장소기도 하다. 전국 1517개의 시장을 하나의 온라인 쇼핑몰로 묶어 각 시장의 대표상품들을 판매한다면 전통시장은 또 다른 활로를 찾게 될 것이다.
강원도 주문진 시장에서 막 잡아 올린 오징어를, 경북 영천의 신선한 사과와 전남 나주의 배를 직송한다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지방 시장들은 전국으로 영업망을 넓힐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두 번째는 전통시장을 문화의 장으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마트가 물건 주워담기에 정신없는 쇼핑 공간이라면 전통시장은 개성과 문화가 숨 쉬는 공간이 돼야 한다. 예를 들어 신사동 가로수거리가 독특한 쇼핑문화 공간으로 유명해진 것처럼 전통시장도 ‘쇼핑을 하면서 놀 수 있는 공간’으로 바뀌어야 한다.
몇몇 앞서가는 전통시장들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관하는 문전성시 프로그램과 시장경영진흥원 등의 지원으로 젊은이들도 놀 수 있고 볼 만한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하동 5일장에서 열리는 판소리, 서울 우림시장에서 볼 수 있는 추억의 영화관 등 시장마다 지역마다 문화프로그램이 각양각색이다.
여기에 ‘정(情)과 덤’까지 있으니 전통시장은 ‘느리게 쇼핑하기’ 좋은 한국적 문화를 가장 잘 들여다 볼 수 있는 곳이다.
온라인 쇼핑과 여유있게 문화를 즐기며 ‘느리게 쇼핑’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신한다면 전통시장은 훌륭한 문화유산으로 살아남아 인근 주민과 관광객들이 ‘문전성시’를 이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