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전환’ 조병규 연임불 꺼지자 차기 물밑경쟁 본격화 ‘임종룡 회장 내정설’등 세력 간 비방전 확산 조짐거취 미루다 차기구도 혼돈… 조 행장, 최후까지 연임도전 관측도
  • ▲ ⓒ뉴데일리 DB.
    ▲ ⓒ뉴데일리 DB.
    “1년차 부행장이 선배들을 제치고 후보에 올랐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자기 사람 앉히려 이미 정해둔 인물이다”

    “상업은행 출신이 두 차례 연속 행장을 하게 되면 조직 내 파벌 갈등이 더 커질 수 있다”

    차기 우리은행장 선임 과정을 두고 우리금융 내부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얘기들이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된 조병규 우리은행장의 연임 가능성이 낮아졌다는 관측이 나온 가운데 유력 후보들을 중심으로 한 물밑 비방전이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 자회사 대표이사 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자추위)는 조병규 행장의 임기만료를 한달 반가량 앞두고 차기 인선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금융 자추위는 지난 인선 때와 달리 이번 선임 과정을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하고 있다. 앞서 조 행장을 선임하던 당시에는 자추위 가동 당일 1차 후보군 명단부터 발표했다.

    비공개로 진행되는 선임과정은 차기 행장 후보들에 대한 온갖 추측을 낳고 있다. 현 부행장들부터 계열사 CEO(최고경영자), 전임 행장까지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특히 손 전 회장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조 행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한 이후부터는 현 부행장들이 유력한 후보로 부상하면서 이해당사자들의 물밑 공방전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업계발로 임 회장의 차기 행장 내정설이 떠돌고 있는가 하면 과거와 같이 파벌 경쟁 얘기도 퍼지고 있다. 

    업계에선 조 행장이 용퇴 타이밍을 놓치면서 결국 차기 구도를 혼탁하게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당국은 손 전 회장 관련 부당대출 사건이 드러난 이후 적어도 9월부터 우리금융 현 경영진의 거취 표명을 압박했다.

    하지만 조 행장은 사퇴의사를 밝히지 않으면서 사실상 연임의지를 내비쳐 왔다. 업계 관계자는 “현직 행장은 명확한 결격사유가 없으면 자동으로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면서 “그간 사퇴의사를 밝히지 않은 건 연임하겠단 얘기”라고 말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한목소리로 부당대출 사건에 대한 현 경영진의 책임에 대해 “이사회가 (알아서) 판단할 일”이라며 거취를 압박했지만, 이사회는 이렇다 할 방향성 없이 내부 보안만 강화해 왔다.

    후보군을 공개하려면 조 행장의 거취부터 정해야 하는데, 조 행장의 연임 의지가 강력해 쉽게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내부적으로는 금융당국의 거취 압박이 과도하다는 인식도 없지 않다.

    일각에선 조 행장이 차기 후보로서 마지막까지 연임 시도를 이어갈 것이란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현 상황에서 자신의 입장을 피력할 수 있는 조직을 잃게 되면 앞으로의 수사 과정이 더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사회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수사를 받는 조 행장을 후보로 추천할 가능성이 이전보다 낮아질 수밖에 없다. 조 행장의 연임 의지와 이에 동조하는 일부 내부 여론에 대한 부담을 그만큼 덜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외부 여론과 평판을 고려하면 조 행장 연임 결정 시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 행장의 공식 임기는 다음달 31일까지다. 이사회는 적어도 임기 한달 전인 이달 29일까지 차기 행장 후보의 '숏리스트(적격예비후보)'를 마련해야 한다. 

    다만 이사회가 숏리스트 없이 곧장 단독 후보를 발표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소수로 추려진 후보 명단이 공개될 경우 비방전과 추측성 소문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단 우려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