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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 의무휴업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대형유통업체의 공세에 밀려 쇠퇴하고 있는 전통시장과 영세상인들을 살려내기 위해 영업시간을 제한하려는 지자체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지난 7일 전북 전주시가 처음으로 둘째, 넷째 주 일요일을 휴업일로 지정한 데 이어 서울, 강원, 충북 등이 뒤따르고 있다.
이는 지난 1월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이 개정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개정된 유통법은 대형마트(연면적 3,000㎡ 이상)와 SSM(연면적 3,000㎡ 미만)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월 1~2회 강제 휴무를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어기면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지난 14일 서울에서는 25개 자치구중 마포구가 처음으로 관내 대형마트와 SSM의 의무휴업일을 월 2회로 확정했다. 오전 0시부터 오전 8시까지 영업시간도 제한했다.
현재 마포구 관내에서 해당 조례안의 적용을 받아 휴업일과 영업시간이 제한되는 곳은 대형마트 2곳, SSM 8곳이다.
마포구는 다음달 구 조례규칙심의회를 거친 뒤 오는 4월 서울시 표준조례안을 반영해 해당 개정안을 구의회에 상정할 예정이다. 빠르면 4월부터 시행된다.
마포구 관계자는 “대형유통기업으로 인한 중소상인들의 피해가 심각할 것으로 예상돼 조례 개정을 서둘러 추진하게 됐다”며 “개정된 조례가 시행되면 대형마트와 SSM의 매출은 다소 줄겠지만 그만큼 주변 중소상인들과 상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포구가 조례안을 발표한 다음날인 지난 15일 중소상인살리기 전국네트워크와 김문수 서울시의원 등은 ‘서울시 유통업 상생협력 및 소상공인지원과 유통분쟁에 관한 조례’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해당 규제권한은 기초자치단체에 위임돼 서울의 경우 서울시 차원이 아닌 각 구에서 조례를 마련해야 구속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각 구는 월 2회 일요일 의무휴업 조례를 조속히 제정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강원도와 충북, 경남 등의 지방시의회도 의무휴업일과 영업시간을 제한한 조례 개정을 추진 중이다. 최근 강원도 춘천시의회는 농협 하나로마트도 의무 휴업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춘천시의회는 “현재 농·수산물의 매출액 비중이 51%를 차지한다는 이유로 의무 휴일 적용 예외 대상으로 돼 있지만 정확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전국적으로 의무휴업일 제정이 확산되면서 찬반논란은 거세지고 있다.
전통시장을 중심으로 한 지역의 소상공인들은 당연히 크게 반기고 있다.
전국상인연합회는 “대형마트뿐 아니라 대기업 자회사인 SSM까지 골목 곳곳에 들어서면서 기존 상권은 해마다 몰락하고 있다”며 “의무휴업이 되면 대형마트로 집중된 고객이 분산돼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이 활기를 찾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대형마트가 영세 상인들과 함께 상생하기 위해 어느 정도 양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통시장 상인들은 ‘영세상인 보호’를 근거로 들었지만 대형마트 측의 입장은 다르다. 이들은 ‘영업 자유 및 소비자 선택권 제한’이라는 이유로 반기를 들고 나섰다.
논란이 거세지자 대형마트·SSM 업계를 대변하는 한국체인스토어협회는 최근 의무휴업 규정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최종 결론은 헌법재판소 손에 달린 셈이다.
체인스토어협회는 “영업시간과 휴업일을 강제로 제한하는 개정 유통법과 전주시의 관련 조례가 헌법에 보장된 영업의 자유를 침해하고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대형마트 관계자들은 “주말 의무 휴업일이 지정되면 대형마트로서는 손실이 불가피하지만 이용객들도 상당한 불편을 겪게 된다”며 “주말 대형마트 쇼핑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며 의무휴업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한 바 있다.
대형할인점과 SSM의 주말 매출은 연간 매출액의 40%가량을 차지한다.
이들은 “휴업을 해야 한다면 타격이 상대적으로 덜한 평일에 하도록 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주말 영업이 불가피하게 되면 과태료를 내더라도 영업을 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