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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들이 낙후된 모습을 벗어 던지고 잇달아 새 옷으로 갈아입고 있다. 지난 7년간 지원된 정부의 시설 현대화 사업으로 인해 일어난 변화다.
상인들의 의식도 바뀌고 있다. 하지만 대형마트와 비교하면 여전히 시장은 시설뿐 아니라 일부 상인들의 불친절함과 무관심으로 불편하다는 인식이 많다.
지난 23일 서울 관악구 신사동 신사시장에서 만난 유덕현 회장은 “현대화 작업에 맞춰 상인들의 의식수준이 변해야한다”고 말했다. 상인들이 마케팅과 서비스 정신을 갖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유 회장은 상인들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교육’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상인회장들 사이에서도 교육을 주창하는 인물로 유명하다.
“저희 시장은 지난 2006년 현대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아케이드(지붕)를 씌우고 시장을 정비했죠. 갑자기 환경이 바뀌니 상인들이 적응을 못하더라고요. 이때부터 상인들의 의식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유 회장은 현대화 작업을 마치고 곧바로 상인교육을 추진했다. 시장경영진흥원에서 지원하는 상인교육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되는데 문제는 상인들을 교육현장으로 오도록 설득하는 일이었다. 쉬운 일이 아니다. 언제 손님이 들이닥칠지 몰라 화장실도 자주 못가는 상인들에게 몇시간씩 자리를 비우게 하는 일은.
일일이 상인들을 찾아다니며 교육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이렇게 앉아서 손님들이 오기만을 기다리면 시장은 점점 손님을 잃게 됩니다. 우리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물건 진열법이나 마케팅을 배워야 해요. 언제까지 마트 탓만 할 순 없잖아요.”
그의 끈질긴 설득에 상인들이 하나 둘씩 마음을 돌렸다. 학창시절 이후 처음 교육을 받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고 유 회장은 당시 상황을 전한다. “초기에는 상인들이 부담스러워 해서 단기 교육과정부터 시작했어요. 한 시간 동안 서비스 교육을 하는 수업이었죠. 상인들의 만족도가 높아지면서 상인대학, 상인대학원까지 추진했습니다.”
상인대학은 3~4개월 과정으로 2기까지 모두 80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상인대학 졸업 후 배울 수 있는 상인대학원도 3기까지 졸업생이 나왔다. 이쯤 되니 신사시장은 전국에서 ‘상인교육’ 모범 사례로 꼽히게 됐다.
“과거에는 서비스 개념조차 없었어요. 고객들과 싸우고 고성이 오가기도 했죠. 교육을 받으면서 가격이나 원산지 표기도 시작했고, 더 친절하게 맞으니 시장을 찾는 단골들이 늘어났어요.”
유 회장은 “상인들이 변하기 시작하면서 시장이 활력을 얻게 됐다”고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신사시장에는 하루 7,000여명이 방문한다. 손님이 많아지니 상인들끼리도 더욱 결속력이 생긴다고 한다.
유 회장은 가장 큰 변화로 상인들의 의지가 달라진 점을 꼽았다. 나 몰라라 했던 과거와 달리 상인회에서 제안하는 공동마케팅에 적극적이라는 것이다.
신사시장은 지난 2010년부터 공동마케팅의 일환으로 카드이용촉진 행사를 했다. ‘고객들의 소비패턴에 맞춰 시장에서도 카드들 쓸 수 있어야 한다’는 유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
“저희 시장과 BC카드․신한카드가 MOU(양해각서)를 맺었어요. 당시 시장 카드 수수료가 2.5~3%였는데, 이를 1.6~2.0%로 낮췄어요. 처음엔 상인들이 주저했지만 카드의 필요성을 홍보하면서 안착됐죠.”
동시에 소비자들의 카드 사용률을 독려하기 위한 이벤트도 열었다. 행사 기간 중 3만원 이상을 카드로 결제한 고객에 한해 룰렛(회전원반)을 돌려 상품을 제공했다. 꽝 없는 이벤트로 5천원부터 1만원, 2만원 온누리 상품권이 지급됐다.
유 회장은 “소비자들도 상품권을 받기위해 카드 사용을 늘리고, 상인들도 카드를 기분 좋게 받아주니 ‘시장은 카드 불가’라는 편견을 깰 수 있었다”고 말했다.
덕분에 50%를 웃돌던 카드 가맹률을 80%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공로를 인정받아 신사시장은 지난 2011년 전국우수시장박람회에서 공동마케팅 부문 표창을 받기도 했다.
유 회장은 올해도 교육과 마케팅 사업에 집중한다는 계획을 전했다. “교육은 끝이 없습니다. 상인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의식이 변할 때까지 상인교육을 꾸준히 해나갈 것입니다. 특히 신용카드 사용을 더 높일 수 있도록 고객 마케팅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신사시장은 올해 중소기업청에서 마케팅비용 1천만원을 지원받았다. 그는 “카드 촉진 이벤트를 올해도 계획하고 있다. 오는 5월부터는 가정의 달 행사로 ‘어린이 그림그리기 대회’와 ‘데코레이션(장식) 창작대회’와 같은 행사도 개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