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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회장이 보는 르노삼성차는 어떤 존재일까. 그는 과연 한국 시장에 관심이나 있는 걸까. 7월 20일 르노-닛산 얼라이언스가 발표한 투자계획에 속내가 엿보인다.
7월 20일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는 글로벌 성장 가속화 전략의 하나로 르노삼성차에 1억6천만 달러(한화 약 1,700억 원)를 투자해 르노삼성차 부산공장에서 닛산의 CUV인 신형 로그(ROGUE)를 연간 8만 대 가량 생산토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닛산의 CUV 로그는 르노삼성차의 QM5와 같은 섀시를 사용한다. 오프로드보다는 도심 위주에 맞게 설계돼 있다. 르노삼성차가 만드는 로그는 2014년부터 나온다. 모두 해외로 수출할 예정이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카를로스 곤 회장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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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략적 결정은 르노그룹과 닛산, 르노삼성차 3사가 세계적으로 협업하는 ‘윈-윈-윈(Win-Win-Win)’ 전략의 대표적인 사례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만이 보유한 파워와 유연한 대응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르노삼성차는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고 더욱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며 르노그룹도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다.”
오늘은 르노삼성차의 재도약을 위해 중요한 날이다. 르노삼성차 직원이 합심한다면 어떠한 도전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며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는 경쟁력을 단기간 내에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르노삼성차는 르노 닛산 얼라이언스의 투자를 바탕으로 ‘2012 리바이벌 플랜’을 추진해 국내 시장 ‘꼴찌’를 벗어나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국내 부품 협력사와 동반 성장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르노삼성차는 르노-닛산의 투자를 받아 기존 제품의 부품국산화율을 80%로 높이고, 부산공장의 효율성과 영업망의 판매 효율을 제고해 내수 시장 점유율을 끌어 올린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이 같은 르노삼성차의 전략이 어느 정도 성과를 볼 지는 미지수다. 카를로스 곤 회장의 결정은 르노삼성차의 내수 성장보다는 그룹 전체의 시각에서 '생산기지를 증설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국내 수입차 업계에서 닛산과 인피니티는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슈퍼카 GT-R을 내놓을 수 있는 닛산의 기술과 대형 세단임에도 4천만 원대에 판매하는 인피니티의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이 주효했다고 본다. 최근 확장하고 있는 AS 센터망 또한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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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르노삼성차의 경우 개성, 성능, 감성품질 등에서 ‘무난한’ 정도일 뿐 개성을 가진 제품이 없다. 가격 또한 국내 1~2위 기업처럼 해마다 대폭 인상돼 소비자들이 외면하고 있다. 르노삼성차가 직면한 문제를 넘어서려면 투자는 물론 기본 전략부터 전면 수정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때문에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회장의 이번 결정은 르노삼성의 국내시장 ‘부활’을 위한 투자가 아니라 수출기지 확보를 위한 투자 정도로만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 르노삼성차에서 2014년부터 만든다는 로그의 현재 모델은 닛산에서 판매하고 있다. 르노삼성차가 만든 물량도 모두 수출한다는 것도 르노삼성차가 르노-닛산 얼라이언스 내에서 ‘생산기지’로서의 의미만 갖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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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닛산 얼라이언스는 르노가 닛산 지분을 인수하면서 1999년 생겼다. 르노, 닛산, 인피니티, 다시아, 르노삼성차를 보유하고 있다. 2011년 말 기준으로 세계적으로 8백만 대 이상을 판매하며 세계 3위 자동차 그룹이 됐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는 유럽 지역 이외의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는 글로벌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서유럽 이외의 매출 비중은 2010년 37%, 2011년 43%로 증가추세다. 2013년에는 50% 이상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