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영진흥원 “업체 무성의" 책임 떠넘기기전문가들 "그 돈으로 마케팅 교육부터"
  • ▲ 시장경영진흥원 홈페이지 ⓒ
    ▲ 시장경영진흥원 홈페이지 ⓒ

     

    중소기업청(이하 중기청)이 G마켓과 옥션에 위탁 운영하던 온라인 전통시장관 사업에 지난 2010년부터 2년간 약 30억원을 퍼붓고 실적 부진으로 폐기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지난 7일 중소기업청은 올해 초 G마켓·옥션과 맺은 위탁 운영 계약을 해지했다고 밝혔다.


    중기청은 지난 2010년 전통시장 상인의 새로운 판로를 개척한다는 목표로 온라인 마켓의 강자인 G마켓과 옥션 안에 온라인 상품관인 ‘전통시장관’을 개설했다.

    중기청 산하 시장경영진흥원(이하 시경원)은 2010년부터 2년간 해마다 13억~16억원(콘텐츠 제작·상품관리비 등) 등 운영비조로 약 30억원을 G마켓과 옥션에 지불했다.

    겉으로 드러난 실적은 괜찮은 편이었다. 사업 첫 해인 2010년 두 업체를 합쳐 거래건수는 76만건, 매출은 357억9400여만원에 이르렀다. 하지만 문제는 매출의 성격이었다. 전통시장관의 매출 대부분은 온갖 잡화를 판매하는 기존 온라인 상인들이 올린 것이다.

    이에 시경원은 두 업체를 상대로 새로 입점하는 전통시장 상인들에게 관심과 지원을 집중해달라고 요구했으나, 오히려 기존 온라인 상인들이 전통시장관에서 빠져나가면서 2011년부터 전통시장관 전체 매출이 급감하기 시작했다.

    시경원은 G마켓·옥션과 맺은 온라인 상품관 위탁 운영 계약을 지난 3월 중도 해지하고, 예산이 지원된 기자재 등을 전부 회수했다.

    앞서 2010년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이상권 의원은 중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통시장관이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의원에 따르면 해마다 16억원의 예산을 들여 G마켓과 옥션사이트내 온라인 쇼핑몰 ‘전통시장관’을 운영하며 등록된 상품수가 14만2646개에 이른다고 밝혔지만 실제 조사한 바로는 5만2710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기청은 온라인 쇼핑몰에서 전통시장 상인이 팔고 있는 상품수도 1만4105개라고 자료를 통해 보내왔지만, 실제로는 225개에 불과해 차이가 큰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옥션을 통해 운영 중인 전통시장관엔 겨우 184개의 상품 정보가 올려져 있지만 그나마 대부분 제품이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으로 매겨져 있고 도서류 등 전통시장 상품과 무관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이처럼 사업이 중도에 좌초된 배경에는 실적 부진이 자리 잡고 있었다.

    시경원은 이러한 실적 부진을 G마켓과 옥션의 무성의한 운영 태도 탓으로 돌리고 있다. 전통시장 상인들에 대한 교육 비용을 국고로 보조했음에도, 온라인 마켓 운영 교육은 최초 2회 4시간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일반 상품관에 신규 입점하는 상인들에게 6시간 교육을 실시하는 것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게다가 기존 온라인 상인들을 그대로 방치해 ‘전통시장관’이라는 본래 취지를 살리는 데도 실패했다는 게 시경원측의 주장이다. 

     “전통시장 상품 자체가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온라인에 판매한다는게 쉽지는 않다. 그러다보니 아직까지는 전통시장 상인들이 온라인 시장에 뛰어들 여건은 만들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중기청 김길상 사무관

    지마켓·옥션 측은 이와 전혀 다른 주장을 하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2년 전에 중소기업청이 먼저 제안을 했고 연 16억원씩 지원받은 것으로는 예산이 부족해 우리 회사에서 돈을 더 들여야 했다. “주3회 이상 상인들을 위해 321회나 파견나가 현장 교육을 했고 별도로 쿠폰도 만들고 커리큘럼을 정해서 진행했는데 무슨 소리냐.”
     -G마켓 박주범팀장

    “외국계 이베이코리아를 단독으로 선정하고 사후 관리도 제대로 못한 것이 문제다. 사업 위탁 후 제대로 된 관리·감독을 하지 못한 중소기업청과 이베이코리아에 대한 법적 조치가 필요하다.”
     -김정훈 새누리당 의원

    한편, G마켓․옥션과 계약을 중도해지한 중기청은 우정사업본부와 제휴해 지난달 우체국 쇼핑 홈페이지에 별도의 온라인 전통 시장관을 개설했다.

    “우체국은 전국에 지점이 있는 데다 택배 기능까지 갖춰 인터넷 쇼핑몰 운영에 강점이 있다.온라인 전통 시장관은 우정사업본부의 자체 재원으로 운영되는 것이다.”
     -중기청 관계자

    “시장 상인들을 위한 온라인 마켓을 개설해도 전통시장 상인들이 자기 상품의 사진을 찍고 가격과 배송 반품 등의 절차를 숙지하는 등 온라인 판매 절차를 제대로 밟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치열하게 경쟁력을 갖춰도 물건이 팔릴지 알 수 없는 데 시키는 대로 대충 사이트에 올려봐야 그게 팔리겠느냐. 온라인 마켓에 대한 교육과 자기 상품에 대한 홍보 채널을 넓혀주는 게 정부의 할 일이 아니겠느냐.”
     -온라인쇼핑 사이트 한 관계자

    정부가 온라인에서 전통시장 제품을 유통시키기 위해 수십억을 들여 G마켓 등 온라인 마켓플레이스에 무턱대고 위탁경영하기 보다는 지역 특산품을 홍보해주고 유통망을 연결해주는 등 마케팅 지원을 위한 고민이 더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