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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팔리는 수입차는 BMW 3시리즈와 5시리즈, 그리고 아우디 A4와 폭스바겐 등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 중에서도 BMW 3시리즈는 4,300만 원대부터 시작하는 가격과 주행성능, 높은 연비 덕분에 젊은 층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여기에 그동안 ‘고급 독일차’라는 레테르를 고집해왔던 메르세데스 벤츠가 도전장을 던졌다. 가격은 물론 디자인까지 확 젊어지겠다고, 이제 ‘한국형 벤츠를 내놓겠다’고 다짐하면서.
24일 메르세데스 벤츠는 서울 한남동 그랜드하얏트 호텔 그랜드볼룸에서 ‘벤츠 C클래스’ 쿠페와 220CDI, C63 AMG 출시 행사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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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는 지금까지 ‘럭셔리’를 지향하며 주로 세단이나 대형차에 주력했던 것처럼 알려졌다. 하지만 이날 C클래스를 소개하러 나온 토마스 우르바흐 벤츠 코리아 사장의 말은 달랐다.
“벤츠 C클래스를 찾는 한국 고객이 많아졌다. 최근 동향을 보면 C클래스 구입 고객 절반 정도가 30대였다. 또한 성별로 보면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도 절반 가량 됐다. 이런 점을 중시해 저희 벤츠는 앞으로 젊은 층을 중심고객으로 해서 스포티하고 개성 있는 차종을 내세워 마케팅 전략을 세워 추진할 것이다.”
이번에 공개한 C클래스는 4세대 커먼레일 디젤엔진을 장착한 220CDI(2.2리터급) 세단과 쿠페, C250 세단, 그리고 고성능 버전인 C63 AMG 쿠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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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측이 건넨 자료에서 눈에 띄는 점은 C220CDI의 가격과 연비. 국산 준대형급과 직접 비교하기에는 어렵다. 하지만 ‘독일제 수입차’임에도 가격은 5천만 원대 초반부터, 연비는 복합연비 기준으로 16.8km/l라고 했다. 벤츠 측에 따르면 시내 연비도 12km/l 내외는 될 것이라고 한다. ‘벤츠’라는 이름값이 주는 자기 만족도에 연비, 10만km까지 보장하는 무상 서비스 등을 생각하면 과연 국산차가 더 싸다고 할 수 있을까.
쿠페 출시도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다. 4인승 쿠페의 가격이 5천만 원대 후반이라는 건 관점에 따라 비싸다고, 혹은 싸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15km/l를 넘는 연비와 1,400rpm부터 터지는 40.8kg.m의 토크, 0-100km/h 가속 시간 등을 생각하면 미국산 쿠페나 다른 독일차 브랜드들에게는 분명 부담이 되는 적수가 될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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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관계자는 “C클래스 쿠페 출시는 한국 시장에 대해 벤츠가 새로운 관점에서 접근하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이제 벤츠는 더 이상 사장님들이 뒷좌석에서 기사 부리며 타는 차로 남지 않겠다는 말이라고도 했다.
이번에 벤츠가 국내에 선보인 C 클래스 쿠페는 2011년 제네바모터쇼에서 데뷔한 차종이다.
C220 CDI 쿠페는 배기량 2,143cc, 직렬 4기통의 4세대 커먼레일 디젤엔진에 자동 7G-Tronic Plus를 장착, 최고 출력 170마력/3,000-4,200rpm, 최대 토크 40.8kg.m/1,400-2,800rpm, 최고 속도 231km/h의 주행성능을 보여준다.
0-100km/h 가속에는 8.1초 밖에 안 걸리지만 복합 연비는 15.2km/ℓ, CO2 배출량은 129g/km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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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저항계수를 낮추기 위해 앞뒤 범퍼와 뒤 스포일러 립, A-필러, 휠 하우스, 사이드 미러, 차량 하부까지 공기 역학 디자인을 적용해 공기저항계수가 0.26에 불과하다.
여기다 이번에는 한국 시장을 고려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COMAND’를 장착했다. 독일 본사가 한국 시장을 위해 현대 모비스와 협력해 5년 동안 개발한 헤드유닛이라고 한다. 그동안 사용할 수 없었던 한국형 통합 내비게이션을 넣고, DMB 시청이 가능한 TV튜너 기능을 적용했다.
COMAND의 7인치 디스플레이는 일체형 대쉬보드가 계기반과 같은 높이에 있어 햇빛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으며 운전자의 눈에 잘 들어오는 위치에 놓았다. 센터 콘솔에 위치한 버튼과 암레스트 아래에 위치한 컨트롤러를 사용해 조절할 수 있고 한글이 지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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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젊은 고객의 특성에 맞게 DVD, CD, MP3 CD재생이 가능한 CD/DVD, SD카드, USB 등의 외부 저장매체 연동 또는 COMAND에 MP3 파일을 저장할 수 있도록 10GB 용량의 하드디스크도 장착돼 있다.
안전도 또한 고급차 수준이다. 충돌 시 앞좌석 헤드레스트를 움직여 머리와 목에 가해지는 충격을 완화해주는 넥 프로(NECK-PRO) 액티브 헤드레스트, 운전석, 동반석, 측면, 윈도우 에어백 등 총 6개의 에어백을 장착했다.
장거리 운행 시 피로해진 운전자에게 경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주의 어시스트(ATTENTION ASSIST), 야간 주행 시 최적의 가시거리를 확보할 수 있도록 돕는 인텔리전트 라이트 시스템(Intelligent Light System), 뒷 차량에 LED 브레이크 라이트를 깜빡여 충돌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어댑티브 브레이크 라이트(Adaptive brake lights) 등을 기본 장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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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능 C63 AMG 출시도 주목할 만하다. C63 AMG 쿠페는 BMW M3, 아우디 RS4와 경쟁하는 모델이다.
메르세데스 벤츠의 튜닝 자회사인 AMG가 만든 6.3L 8기통 엔진을 탑재, 최고 출력 457마력/6,800rpm, 최대 토크 61.2kg.m/5,000rpm의 괴력을 보인다. 최고 속도는 전자제한을 걸어 250km/h, 0-100km/h 가속에는 4.4초 밖에 걸리지 않는다.
C63 AMG 쿠페의 가격은 1억 원에 육박한다. 하지만 경쟁차종인 BMW M3나 아우디 RS4 또한 가격대는 별반 차이가 없다. 매니아를 위한 차종이기 때문이다.
매니아들의 평가를 토대로 보면 감성적인 부분에서는 '절제된 괴력'의 M3를 최고로 꼽는다. 하지만 M3는 1억 원을 훌쩍 넘는다. 아우디 RS4는 국내에서 구하기도 어려운데다 변속기가 수동만 있다. 그나마 국내에 판매 중인 S4는 가격은 C63 AMG보다 저렴한 8천만 원대지만 성능을 비교하기 어렵다.
이런 면에서 보면 '거친 황소' 같은 신형 C63 AMG의 출현은 다른 독일차 브랜드에게는 달갑지 않는 일이다.
벤츠 측은 또 신형 C63 AMG 쿠페 출시를 기념한다며 10대의 런치(Launch) 에디션을 내놨다. 퍼포먼스 패키지를 적용한 런치 에디션(Launch Edition)은 최고 출력이 487마력/6,800rpm, 0-100km/h를 4.3초 만에 주파한다. 레드와 블랙 각 5대 씩 판매할 예정이다. 도자기 색상의 데지뇨(Designo) 시트와 퍼포먼스 패키지를 기본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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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츠 측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30대와 여성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에디션 모델’을 국내에 출시할 계획임을 내비쳤다. 이는 최근 가격 인하를 단행한 BMW와 아우디, 미국 공장에서 생산한 모델을 출시한 폭스바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독일 브랜드들이 소형차에서까지 저가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 소비자들은 즐겁다. 하지만 국산차 브랜드들에게는 갈수록 ‘위험’이 커지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국산차의 가격 인상과 수입차의 가격 인하 양상까지 보태서 보면 조만간 국산차의 ‘가격 대비 품질성능’ 이점은 아예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