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미디어' 대상 적절한 규제와 통제 수단 뒤따라야
  • "2MB OUT"

    "미친소 OUT"

    "미국산 쇠고기, 너나 먹어!"


    2008년 2월 25일 제17대 대한민국 대통령에 취임한 이명박 대통령은 불과 2개월 만에 국민들로부터 '하야' 요구를 받는 전대미문의 상황에 봉착했다.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선 하루가 멀다하고 '反정부' '反쇠고기수입' 시위가 벌어졌다.
    인터넷에선 현 정부의 무능함을 비판하는 기사와 게시물들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사방을 둘러봐도 정부의 정책에 찬성하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속으로 동조하는 세력들은 속내를 감추기에 급급했고, 애당초 현 정권에 불만이 있던 세력들은 더더욱 활개를 치는 양상이 전개됐다.

    결과적으로 광우병 파동은 '무지' '오해'에서 비롯됐다.
    광우병 촛불시위의 발단이 됐던 MBC PD수첩의 미국산 쇠고기 관련 방송은 미국 도축장의 [다우너 소(주저앉은 소)][광우병 걸린 소]로 둔갑시킨 오보였다.

    하지만 팩트는 뒷전으로 밀렸다.
    성난 감정만 앞세운 핏빛 시위대는 이제 막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신생 정부를 난도질했다.

    그 여파는 5년 내내 지속됐다.
    한 번 발목이 잡힌 이명박 정부는 임기 내내 국민들의 조롱과 원성을 들으며 절뚝발이 행보를 이어갔다.

    두 차례나 찾아온 세계적 경제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서울 G20 정상회의와 핵안보 정상회의를 여는 등 국가적 '위상 제고'를 실감케하는 현상들이 두드러졌다.
    하지만 국민들의 '냉대'는 여전했다.

    한번 각인된 인상이 쉽게 바뀌지 않는 것처럼 이명박 정부에게 씌워진 '무능함'이라는 가면은 좀처럼 벗겨지지 않았다.

    어찌보면 이명박 정부처럼 불쌍한 정권이 또 있었을까 싶다.
    그 흔한 '허니문 기간'조차 가진 적이 없다.
    이는 마치 신혼집을 꾸리자마자 신부가 신랑에게 바가지를 긁어대는 것과 흡사하다.

     

  • ▲ 2008년 미국산 수입위생조건 고시가 관보에 게재된 날,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거리시위에 참가한 시위대가 광화문 일대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 연합뉴스
    ▲ 2008년 미국산 수입위생조건 고시가 관보에 게재된 날,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거리시위에 참가한 시위대가 광화문 일대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 연합뉴스



    포털·스마트 미디어로 대변되는

    '뉴미디어' 문제 심각
    게이트키핑 없이

    무분별한 '저급 정보' 온라인상 난립


    그런데 5년 전 벌어졌던 '악몽'이 다시금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근원지는 역시 인터넷이다.
    대통령 취임 직전 불거진 '조웅 목사 동영상'을 비롯해 대통령을 험담하는 각양각색의 글들이 대중 속을 파고들고 있다.

    유통 경로는 포털사이트와 각종 커뮤니티 게시판이다.
    아직은 미약한 비방 수준에 그치고 있지만, 점차 덩치를 불려가며 조금씩 여론화 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지난 총선과 대선 당시 민심을 흉흉케 했던 팟캐스트 <나는꼼수다(나꼼수)>의 영향력도 여전하다.
    나꼼수 지지자들은 서울 대학로에 차린 카페 '벙커원'을 중심으로 여전히 오프라인 모임을 지속하고 있으며, 인터넷을 통해 자신들의 생각을 전파하는 일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들이 지난 5년 간 충분히 '학습'을 했다면, 박근혜 새정부에 대한 '대대적인 공습'은 정권 출범 2~3개월 내에 이뤄질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과거를 답습하지 않으려면, '언론'과 '非언론'을 구분해 대응할 줄 알아야 한다.

    과거 정권에선 사실 확인되지 않은 저급 정보와 루머들이 마치 '언론'인 냥 여론을 형성하고 사회 전반을 뒤흔들었다.
    사회를 감시하는 책무를 지닌 언론이 이른바 '가짜 언론'에 주도권을 빼앗기면서 올바른 여론 형성에 실패했다.

    가짜 언론을 걸러내기 위해선 무엇보다 매스미디어가 정화돼야 한다.
    게이트키핑 없이 무분별한 정보들을 쏟아내는 매스미디어에게는 적절한 수준의 견제 수단이 필요하다.
    '언론의 자유'를 위한답시고 팟캐스트 방송을 방치해 둔다면, 제 2, 제 3의 광우병 파동이 일어나지말란 법은 없다.

    사실상 방송의 기능을 하는 '스마트 미디어'를 하루빨리 '방송'이라는 바운더리 안에 편입시켜 규제체제의 근간을 뒤흔드는 요소를 없애야 한다.

    '언론사' 행세를 하는 포털사이트에 대한 규제도 시급하다.
    한국신문협회가 지난해 말 '뉴스 저작물 공급 및 이용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제정, 인터넷포털의 자의적 배치편집을 제한하는 지침을 마련했다.
    하지만 '강제성'이 없어 실제 시장에 반영될지는 미지수다.

     

  • ▲ 2008년 미국산 수입위생조건 고시가 관보에 게재된 날,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거리시위에 참가한 시위대가 광화문 일대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 연합뉴스

     

    '언론의 자유' 논하다 진짜 언론은 고사,

    가짜만 기승?
    네이버·구글 제외한 포털사,

    자신들 입맛대로 기사배치


    현재 네이버·구글을 제외한 국내 주요 포털사들은 여전히 '인링크' 방식을 고수하며 자사 입맛대로 기사를 배치하는 업무를 되풀이 하고 있다.

    출고된 기사들을 랜덤하게 돌린다고는 하지만, 수작업으로 이뤄지는 메인 편집에는 상식적으로 고유한 색깔이 묻어날 수밖에 없다.

    한국인터넷미디어협회가 지난해 메인화면에 뉴스를 편집해 배치하는 미디어다음, 네이트 등을 대상으로 모니터링을 실시한 결과, 선거 직전 특정당이나 특정 인물에 포커스를 맞춘 편파적인 배치가 두드러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 중 '아고라 게시판'을 연동 운영하는 다음의 폐해가 가장  심각하다.
    다음은 아고라에서 특정 이슈가 부각될 때마다 자연스레 포털 독자들이 아고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초기화면에 아고라의 '링크 이미지'를 고정 배치했다.

    이는 아고라로 몰리는 폭발적인 트래픽을 다음이 나눠 갖기 위한 방편이다.
    특별한 기준 없이 '청원 숫자'로 주요 부문 배치가 결정되기 때문에 아고라에는 선정적이고 반사회적인 주제들로 넘쳐난다.

    모든 포털이 조웅 목사의 거짓 주장을 외면할 때, '아고라 게시판'에서 만큼은 해당 동영상이 뜨거운 관심을 받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포털과 스마트 미디어로 대변되는 '뉴미디어'는 빠른 전파 속도와 정보 공유의 확장이라는 측면에서 큰 장점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검증되지 않은 루머가 여론화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양날의 검'으로 통한다.

    왓쳐(Watcher)의 자격은 누구에게나 있으나, 정치·사회적 현안을 비판하고 영향력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매스미디어'는 보다 투명하고 공명정대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5년 전의 악몽을 되풀이하고 싶지 않다면, 국민의 눈과 귀를 현혹시키는 '가짜 언론'을 걸러내는 일에 박차를 가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