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쇼티지 본격화10~15% 가격 상승 전망범용 D램 수요 몰려… 실적개선에 큰 몫
  • ▲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클린룸 전경 ⓒ삼성전자
    ▲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클린룸 전경 ⓒ삼성전자
    AI(인공지능) 반도체 수요 폭증으로 HBM(고대역폭메모리) 생산에 우선순위를 내줬던 D램이 본격 반등에 나선다. 삼성전자가 시장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으로 D램 가격 조정에 나서면서 가격 상승이 하반기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덕분에 메모리 투톱인 삼성전자 반도체(DS)사업과 SK하이닉스의 올해 영업이익 합산 전망치도 40조 원을 웃돌 것이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27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하반기 D램 가격은 상반기 예상치를 훌쩍 넘겨 두자릿수 중반 이상대 상승이 예고된다.

    D램 시장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삼성이 범용 D램 가격 상승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최근 고객사들에 D램 가격을 15% 이상 인상하는 방안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앞서 시장 예상치를 두배 가까이 넘어선 수치라 주목받았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오는 3분기에 PC용 DDR5 D램 가격이 전분기 대비 3~8%대 수준에서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같은 예상치는 앞서 제시한 전망보다 상향 조정된 결과로, 당초 3분기에도 2분기와 비슷한 가격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가 빠르게 변하는 시장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제품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삼성이 가격을 15% 이상 올리는 방안을 실행에 옮기게 되면 범용 D램 수요도 들썩일 가능성이 높다. 재고상황에 여유를 나타내던 고객사들도 속속 물량 확보에 나서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었는데 삼성이 가격 상승을 주도하면서는 본격적으로 구매에 속도가 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그만큼 현재 범용 D램 공급 상황은 '쇼티지(공급부족)'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AI 반도체 수요 급증으로 고성능 고부가 D램인 HBM이 품귀현상을 빚었고 D램 3사가 HBM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면서 상대적으로 범용 D램 생산이 후순위로 밀린 영향이 컸다.

    실제로 D램 시장에서 기존 주력 제품이던 DDR4는 DDR5와 HBM에 밀려 생산량이 줄고 있는 분위기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D램 생산량 중 단 2%를 차지하던 HBM은 올해 5% 수준으로 커지고 내년에는 10% 이상을 차지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D램 3사(삼성, SK하이닉스, 마이크론)는 HBM이나 DDR5가 범용 D램 대비 월등한 수익성을 담보한다는 점에서 생산 비중을 높일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올해 전체 D램 시장의 5% 정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HBM이 벌어들이는 수익은 전체 D램 시장의 21%에 달할 정도로 막대하다. 내년이면 D램 시장 전체 수익의 3분의 1이 HBM에서 나올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여전히 D램 제조사들의 주력 제품은 범용 D램이고 수익의 상당부분이 여기서 나온다는 점을 감안하면 범용 D램 가격 상승으로 실적 개선 효과가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다음달 5일 2분기 잠정 실적을 공개하는 삼성전자 DS부문은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을 기록하는 동시에 4조 원대의 영업이익을 올려 지난 1분기에 이어 완연한 실적 개선세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연간 기준으로는 반도체 사업에서만 20조 원 안팎의 이익을 거둘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시스템LSI사업부나 파운드리 사업부가 적자를 이어가거나 의미있는 수준의 흑자를 내기는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D램을 중심으로 한 메모리 사업부가 절치부심으로 18조~20조 영업이익을 내며 DS부문 전체 실적을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HBM으로 승승장구하는 가운데 범용 D램 사업까지 되살아나면서 실적 측면으로도 시너지 효과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가에서는 SK하이닉스가 2분기엔 5조 원 후반대 영업이익을 거둘 것이란 예측에 힘을 싣는 가운데 연간 기준으로도 삼성에 버금가거나 삼성을 넘어설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이런 전망이 현실화되면 올해 D램 투톱인 삼성과 SK하이닉스가 거둬들이는 이익만 40조 원에 육박할 수 있다. 지난해 양사 나란히 적자를 기록하며 합산 22조 5000억 원이 넘는 손실이 발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1년 만에 완전히 달라진 메모리 시장 분위기를 실감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