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서화 장편소설 '레드'-2

  • <86> 성동격서(聲東擊西)


    “현우야, 넌 왜 그렇게 생각했지?”
    “첫 번째는 군·경의 작전이 현재까지 별다른 소득을 거두지 못했다는 거야. 그리고 두 번째는 북한이 자주 사용하는 도발전술이 바로 성동격서라는 거지.”
    “맞아, 과감하고 충격적인 전략과 전술을 즐겨 사용하지. 그래서 동해에 관심을 집중시킨 뒤 서해나 후방 지역으로 무장간첩들을 탈출시킬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 더구나 서해안의 낮은 수심, 복잡한 수로, 나쁜 기상조건 등의 환경을 감안할 때 침투가 아닌 탈출의 경우에도 무장간첩들에게 유리하게 이용될 수 있잖아.”
    “하지만 남포의 서해함대사령부를 비롯해 서해의 북방한계선(NLL) 인근 북한군 주요 해군기지는 현재까지 특이동향이 식별되지 않았어. 더구나 한·미 군 당국이 북한의 국지도발 시 가장 먼저 투입될 것으로 예상하는 비파곶 해군기지의 해상저격여단 병력의 움직임도 포착되지 않았고.”
    “무장간첩들의 탈출방법이 공작모선이나 잠수함만 있는 건 아닐 거야. 너도 그걸 잘 알기 때문에 딜레마에 빠진 대간첩작전을 반전시킬 목적으로 ‘토끼몰이’를 한 거잖아.”
    “역시, 내 생각을 그토록 정확하게 읽다니.”
    “그럼 팀장님, 최근 사라진 상어급 소형잠수함은 어떻게 된 거죠?”
    “잠수함은 북한이 심리전 측면에서 선전효과를 충분히 거두었다고 판단하면 오늘이라도 동해안의 다른 해군기지에서 발견될 가능성이 높아.”
    “그렇게 판단하시는 근거는 뭐죠?”
    “내가 보기엔 상어급 잠수함의 소재불명은 다른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니까. 즉 북한은 상어급 잠수함을 감추어 한국군의 주의와 전력을 동해 쪽으로 이동시켜 묶어두고 다른 쪽에선 본래의 목적을 이루는 양동전술을 구사하고 있는 거야.
    아참! 현우는 나와 국정원시험을 같이 본 친구야. 운동도 아주 잘해. 아마 모르긴 몰라도 철인 3종 경기에 나가면 등수 안에는 들걸. 후후후.”
    “이제야 친구분의 탁월한 판단력과 남다른 상황분석능력이 조금 이해가 되네요. 솔직히 일반인의 사고체계라고 하기엔 너무 복잡하고 완벽했거든요.”
    네 사람은 전술팀과 함께 합참이 지원한 UH-60 수송헬기 두 대에 나누어 타고 해군 2함대사령부로 이동 중이었다. 목적은 남·북 대치상황의 긴장도가 가장 높은 서해 북방한계선 인근 해역의 상황변화와 작전상황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현우는 무장병력이 타고내리는 캐빈 도어(Cabin door)의 바로 옆자리에서 자신의 직감이 적중하길 간절히 바랐다. 그때 합참의 합동상황실에서 긴급 상황이 정원에게 전파됐다. 순간 정원의 얼굴이 냉동고에 들어간 듯 급속 냉동됐다.
    “팀장님, 왜 그러세요?”
    “서해안의 작은 포구에서 군·경의 대간첩작전을 알리던 동네이장이 사체로 발견됐다는군.”
    “도주 중인 무장간첩들의 소행이라는 확실한 물증이라도 확보된 겁니까?”
    “현장에 도착한 경찰의 보고내용에 의하면 기도가 막혀 질식사한 이장의 목뼈가 완전히 부러져 나뭇가지처럼 꺾어진 상태래.”
    “팀장님, 그럼 거의 틀림없는 것 같은데요.”
    “그러게. 합참 지휘부에서는 우리에게 무장간첩의 소행인지 확인하라는 지시야.”
    “팀장님, 기수를 영흥도로 돌리겠습니다.”
    “예, 소령님.”
    사실 현우는 헬기조종사가 합동지휘부의 긴급 상황전파를 알리며 정원을 찾을 때 가슴이 철렁했다. 관제탑과 교신 중인 조종사라면 몰라도 승객인 정원을 찾는다는 건 불길한 징조였다. 역시나 이장의 사체 발견으로 현우의 바람은 잔인하게 깨졌다. 더불어 상황이 최악을 우려해야 할 만큼 긴박하게 전개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그때 네 사람이 탄 헬기의 조종사가 전후좌우로 움직이는 조종레버를 한쪽으로 기울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앞서가던 전술팀의 헬기는 이미 로터디스크(로터회전면)가 우측으로 기울어지고 기체가 로터회전면의 기울기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었다. 곧이어 현우와 정원이 탄 헬기도 앞선 헬기의 꼬리를 물고 그 뒤를 따랐다. 잠시 후 숙련된 조종사에게 의지해 세 번이나 땅과 바다 위를 번갈아 날며 도착한 영흥도는 이제 섬이 아니었다. 거기다 해안경관이 수려하고 백사장이 드넓게 펼쳐져 장엄한 자연경관을 연출했다.
    “재국 선배, 저 밑에 보이는 게 바로 수면비행선박으로 분류하고 있는 위그선(Wing In Ground Effect Craft) 맞죠?”
    “어디, 바다 위를 1~5m가량 떠서 시속 200~300km의 속도로 달리는 ‘위그선’ 맞네.”
    “위그선은 파도의 영향을 받지 않아 배 멀미가 없다던데 그게 맞나요?”
    “나도 탑승해보지 않아서 정확히는 몰라. 하지만 이론상으로는 맞아. 거기다 저고도로 운항함으로써 비상시에는 수면에 곧바로 안착할 수 있기 때문에 추락의 위험성도 그만큼 낮고. 물론 위그선을 이용하면 국내 모든 섬과 육지가 1시간 이내로 연결이 가능해.”
    “그렇다면 군사용으도 활용성을 찾아봐야 하는 것 아닌가요?”
    “당연하신 말씀. 북한 공기부양정의 기습침투를 저지하기 위해 서북도서에 배치할 계획인 500MD 헬기의 무용론이 계속 제기되는 상황에서 그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위그선이야.”
    “그건 500MD 헬기가 서북도서의 작전환경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뜻인가요?”
    “당연하지. 500MD 헬기에 장착되어 있는 대전차미사일인 토우(TOW)가 지상의 고정표적이나 저속으로 움직이는 차량에 대응하는 무기잖아. 때문에 고속으로 기동하는 공기부양정을 격파하는 데는 제한이 있다는 주장이야.”
    “그럼 위그선의 장점은 뭐죠?”
    “첫째는 헬기처럼 공중에서 넓은 항공시계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유도탄의 명중률이 높다는 거야. 둘째는 영상정보 취득 및 타깃설정이 가능하다는 점이고, 마지막 셋째는 저고도 수면비행을 하기 때문에 적외선 탐지가 잘 안 된다는 장점이 있어. 그래서 올해 안에 해군에서 요구하는 밀리터리 버전도 전력화한다고 하더라고.”
    “그런데 위그선이 이곳에서 뭐하는 거죠?”
    “흠, 글쎄. 내가 보기엔 비상사태를 가정해 대체운송수단으로서의 효과를 테스트하는 것 같은데.”
    그때 ‘ㄱ’자 형태의 작고 아담한 흰색 건물이 저 멀리서 눈에 들어왔다. 건물은 잡초가 우거진 넓은 운동장에 둘러싸인 섬 같았다. 가까이 다가가도 사람들이 드나든 흔적을 전혀 찾을 수 없었다. 운동장 한쪽에는 평행봉과 철봉, 미끄럼틀이 녹슨 채 버려져 있었다. 그리고 본관건물 끝에는 아이들이 쉬면서 재잘거렸을 등나무 그늘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넝쿨이 무성하게 자라 마치 땅위로 솟은 신화 속 공중의 섬 같았다. 이제 헬기는 운동장 주위로 가상의 패턴을 돌며 착륙장소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천천히 고도를 낮추며 안전하게 착륙했다.
    “타타타! 타타타!”
    “탕! 탕!
    “타타타! 타타타!”
    “탕! 탕!”
    바로 그때였다. 바닷가의 빈 하늘에 갑자기 총성이 울렸다. 총성은 한 발씩 또는 몇 발씩 쏘는 점발사격(点發射擊)으로 불규칙하게 계속 이어졌다. 마치 장기에서 장군, 멍군 하듯이 서로 주고받았다.
    총성은 단순한 불안감이 아니라 상황이 예상보다 더 심각해졌다는 증거였다. 하지만 총성의 크기와 거리감으로 보아 초등학교운동장은 아니었다. 그때 합참의 합동지휘부에서 긴급상황이 다시 하달됐다. 내용인즉 무장간첩 한 명이 부상당한 채 현재 인근 선착장에 고립돼 있다는 상황설명이었다. 폐교된 초등학교에서 선착장까지의 거리는 대략 1.5km 정도였다. 그런데 현우와 정원 일행이 막 운동장을 빠져나왔을 때 예상치 못한 사람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합참지휘부의 연락을 받은 그 지역 파출소의 순경이었다.

  • “황순용 순경님, 간략하게 현재의 상황을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예, 저희 지역은 과거 간첩 침투 사례가 있습니다. 그래서 진도개 하나 발령 이후 이장이 주민신고 요령과 간첩구별법에 대한 안내를 했습니다. 그런데 약 한 시간 전쯤 이장이 실종됐다는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그래서 주변을 수색했는데 그 과정에서 이장의 시체가 포구절벽의 오두막에서 발견됐습니다.”
    “그럼 그 오두막에 있던 사람이 지금 총격전을 벌이고 있는 무장간첩 한 명입니까?”
    “아마 아닐 겁니다. 저희가 탐문수색과정에서 확인한 바에 의하면 어제 선착장 횟집에 모두 세 명이 찾아왔었답니다.”
    “세 명이 확실합니까?”
    “예, 확실합니다.”
    “…….”
    “아참! 그런데 근처 편의점에서 그중 한 사람이 컵라면과 간식거리를 사갔다는 진술도 확보했습니다.”
    “히~유!”
    “그럼 나머지 무장간첩들의 행방은 아직 확인이 안 된 겁니까?”
    “현재 육군과 해양경찰이 경비정을 투입해 은신처로 사용할 수 있는 섬 외곽의 해안선 일대를 수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특이사항은 없습니다.”
    “혹시 차량이나 어선의 분실신고는 없었습니까?”
    “예, 없었습니다. 다만 몸이 불편한 마을사람 한 명이 그저께 어장에 문제가 생겨 엉킨 그물을 끊어야 한다고 출항을 요청한 것 외에는 없었습니다. 그 어부는 사전에 출항신고서를 제출해 해경 측으로부터 출항허가를 이미 받아놓은 상태입니다.”
    “타타타! 타타타!”
    “탕! 탕! 탕!”
    “타타타! 타타타!”
    순찰차량이 부두 끝에 거의 도착했을 때 총성이 작은 포구의 평화를 다시 깨트렸다. 그리고 간간히 건물외벽과 차량에 비껴 맞은 유탄이 날아다녔다. 현우와 정원은 몸을 보호할 수 있는 주변의 엄폐물 뒤에 숨어 낮은 자세로 신속하게 현장에 접근했다. 다시 한 번 총성이 정적을 찢고 갈증 나는 고요가 찾아왔을 때 현우와 정원팀은 경찰의 차단선에 근접할 수 있었다.
    “더 이상의 저항은 무모하다. 무장간첩은 총기를 버리고 투항하라!”
    “소장님, 모시고 왔습니다.”
    “어, 그래. 황 순경.”
    “전 국정원의 유상준 요원입니다.”
    “예, 합참의 지휘부로부터 이미 연락을 받았습니다. 전 파출소 소장 오현철입니다.”
    “현재 무장간첩의 위치는 어디입니까?”
    “저기 선착장 끝에 승합차가 한 대 보이실 겁니다. 바로 그 뒤에 숨어 있습니다.”
    “작전상황은 어떻습니까?”
    “보시다시피 무장간첩은 상대하기 까다로운 교활한 놈입니다. 그래서 상황보고를 하고 군·경에 지원요청을 했지만 다소 지연되는 것 같습니다.”
    “무장간첩의 부상 정도는 파악된 것이 있습니까?”
    “저희들이 파악한 바로는 부상 정도가 심한 것 같습니다. 총상으로 보이는 출혈의 흔적도 있고요.”
    “총상으로 인한 출혈이라, 단순한 총기사고일 리는 없고. 그렇다면 무장간첩들 간에 내분이 일어난 건가, 흠.”
    “타타타! 타타타!”
    “윽! 또 시작이군. 저놈이 순진한 사람들이 사는 조용한 포구를 아예 난장판으로 만들 셈인가.”
    “탕! 탕! 탕!”
    “소장님, 머리를 더 숙이십시오.”
    “아, 예.”
    “민간인 사상자는 발생하지 않았습니까?”
    “총격전이 벌어지는 곳이 선착장이라 다행히 직접 피격을 당한 민간인은 없습니다.”
    “팀장님, 수류탄입니다!”
    “뭐! 이거 환장하겠군.”
    “모두 엎드려!”
    “쾅!”
    “어이쿠! 저놈이 이제는 서식처를 공격당한 독사처럼 저항하는군. 그나저나 달랑 두 대뿐인 순찰차인데, 그나마도 한 대가 벌집이 됐으니…….”
    “가만! 팀장님, 저기 좀 보십시오.”
    “!”
    은혁의 공격은 매서웠다. 그런데 그때 난처한 일이 또 발생했다. 경찰의 차단선에서 우측으로 불과 삼사십 미터 거리에 2층 건물이 하나 있었다. 그리고 그 횟집 바로 옆 골목길에서 서너 살짜리 여자아이가 갑자기 뛰어나왔다. 현우와 정원 일행은 물론이고 경찰관들도 뜻하지 않은 상황에 당황했다. 곧바로 아이의 신원확인 작업에 들어갔다. 그리고 얼마 후 부모가 바다에서 조난당해 할머니의 보살핌을 받고 있는 아이임이 밝혀졌다. 어쨌든 아이는 작전의 커다란 장애이자 변수였다. 그런데 문제는 아이와의 거리와 시야였다. 즉 경찰 차단선보다 은혁의 위치에서 사격거리가 짧고 시야는 더 좋았다. 그것은 곧 누군가는 아이의 구출작전에서 위험을 각오해야 한다는 걸 의미했다. 그때 전술팀의 부대원 한 명이 과감하게 앞으로 나섰다. 뜻밖이었다.
    “김 경사가?”
    “예, 대장님. 저를 보내주십시오.”
    “이번 구조작전은 정말 위험해.”
    “알고 있습니다.”
    “물론 나도 김광회 경사가 인질구조에 능숙하다는 건 잘 알고 있어. 아니, 우리 전술팀에서 가장 경험이 많지. 하지만…….”
    “저는 항상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왔습니다. 그리고 대장님도 미리 대비하면 그 상황에 대한 준비를 더욱 철저히 할 수 있다고 늘 말씀하셨습니다. 아닙니까?”
    “무장간첩은 영악해. 아마도 상황을 인식하고 타깃을 기다리고 있을 거야.”
    “그것 역시도 예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에게는 든든한 동료애가 있습니다.”
    “자네가 이러는 게 딸아이 때문인가?”
    “!”
    “하긴 저만한 나이였지. 참 귀엽고 똑똑했는데. 하지만 흥분은 구조작전 시 인질의 안전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걸 김 경사도 잘 알잖아?”
    “물론입니다. 하지만 저를 흥분시키는 건 상황 자체가 아닙니다. 무력했던 저 자신에 대한 분노입니다.”
    “부모는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지. 아마 인생을 살면서 경험할 수 있는 최악의 경험이었을 거야. 하지만 이번 구조작전은 평상심을 유지해도 안전을 장담할 수가 없어.”
    “아이가 다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겠습니다.”
    “정말 꼭 해야겠어?”
    “예,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전술팀의 대장은 곤란한 표정을 지우고 김 경사의 지원을 수용했다. 그것은 김 경사의 부탁이 간곡해서가 아니라 어떠한 상황에도 동요되지 않는 그의 냉철한 판단력과 풍부한 구조경험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곧바로 대장이 후방경계담당인 심재우 경사에게 엄호를 지시했다. 심 경사는 AW 볼트액션 저격용 소총을 들고 정위치로 이동했다. 이어 다른 부대원들도 각자의 전술위치로 신속하게 이동했다. 대장의 총구에서 첫 발이 발사되면 본게임이 시작되고, 한 번 침묵이 깨지면 결코 되돌릴 수 없었다. 그런데 그때 김 경사가 갑자기 현장에 있던 빨간색 소형차의 유리창을 HK416 돌격소총으로 산산조각 냈다. 그리고 차량 뒷좌석에서 나뒹굴던 인형을 꺼냈다. 놀라운 관찰력이었다. 모든 준비를 마친 김 경사가 대장에게 신호를 보냈다. 순간 대장의 K-1A 기관단총의 총구에서 총성이 울리며 포구의 평화가 깨졌다.
    “타타타! 타타타!”
    “탕! 탕! 탕!”
    “타타타! 타타타!”
    “탕! 탕! 탕!”
    부대원들의 총구를 빠져나온 총알이 승합차를 한 점으로 삼아 비처럼 쏟아졌다. 승합차는 총알을 빨아들이는 배수구 같았다. 그래서 한낮임에도 빗발치는 총알이 살아 움직이는 뱀처럼 꿈틀댔다. 그 사이 김 경사는 자신이 움직일 동선과 몸을 숨길 엄폐물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그것이 끝나자 김 경사가 곧장 아이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작전계획대로 민첩하게 엄폐물을 이용해 뛰고, 구르고, 또 돌아가면서 아이에게 접근했다. 그런데 총소리에 놀란 아이가 갑자기 바닷가 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아이의 무의식 속엔 바닷가에 부모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잠재의식이 깔려 있었던 게 틀림없었다. 김 경사는 프로답게 현장에서 애초의 구조작전을 변경했다. 그리고 접근거리를 최대한 단축했다. 그때 위기상황을 인식한 은혁도 AK-74 돌격소총으로 더욱 강력한 저항을 했다. 부상당한 은혁은 먹이를 찾아다니는 전술이 아니라 함정을 파고 기다리는 전술을 사용했다. 마침내 사선을 넘어 김 경사가 아이에게 접근하는 데 성공했다.
    “으~앙! 아저씨 누구야?”
    “아가를 할머니에게 데려다 주려고 온 경찰 아저씨야.”
    “경찰 아저씨?”
    “응.”
    “아저씨, 나 너무 무서워.”
    “이젠 아저씨가 있으니까 안 무서워해도 돼. 가만, 우리 아가 가까이서 보니까 요정 같다!”
    “요정! 그게 뭔데?”
    “아주 예쁘고 착한 천사라고나 할까.”
    “정말?”
    “응, 그래서 이건 아저씨가 주는 선물이야.”
    “선물?”
    “짜짜짠! 토끼인형이야.”
    “와! 귀엽다. 이거 정말 나 주는 거야?”
    “그래.”
    “그런데 아저씨, 나랑 놀아주면 안 돼?”
    “왜, 심심해?”
    “응, 할머니랑은 재미가 없어. 맨날 맨날 똑같아.”
    “그래 알았어. 아저씨가 오늘 아가랑 놀아줄게.”
    “그런데 이름이 뭐니?”
    “은하, 김은하.”
    “와! 정말 예쁜 이름이다.”
    김 경사는 아이를 품에 꼭 끌어안았다. 그리고 방탄조끼를 입은 가슴에 깊이 파묻고 등을 두드려 두려움을 없앴다. 아이는 안정을 찾기 시작한 듯 보였다. 김 경사는 다시 가장 가까운 엄폐물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그런데 김 경사가 몇 미터쯤 내달렸을 때 은혁이 던진 수류탄 한 발이 공교롭게도 심 경사가 있는 건물 앞에 떨어졌다. 동시에 심 경사는 무의식적으로 조준경에서 눈을 떼었다. 하지만 은혁은 자신의 조준경에 들어온 타깃을 향해 호흡을 멈추고 침착하게 방아쇠를 당겼다. 실탄은 총신을 빠져나와 포물선을 그리며 비수처럼 날아갔다. 그리고 김 경사의 오른팔을 잔인하게 물어뜯었다. 탄두가 밖으로 빠져나왔을 때는 이미 김 경사의 혈액이 흠뻑 묻은 상태였다. 김 경사는 팔의 근육조직이 심각하게 파괴돼 결국 총을 떨어뜨리며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
    “김 경사님!”
    “이 교활하고, 무자비한 놈.”
    “타타타! 타타타!”
    “탕! 탕! 탕!”
    하지만 김 경사는 총을 포기하고 다시 일어나 오른팔을 늘어뜨린 채 계속 달렸다. 그러자 다시 총알이 날아와 매의 부리처럼 김 경사의 왼팔 살가죽을 뜯어냈다. 왼팔은 아이를 끌어안은 상태였다. 순간 롤러코스터가 높은 곳에서 떨어질 때 무중력상태를 경험하는 것처럼 지켜보는 사람들이 숨을 멎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앞선 상황과 달랐다. 김 경사는 총상을 입은 팔로 아이를 끌어안고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났다. 불굴의 용기와 정신을 본 부대원들이 일제히 사격을 개시했다. 은혁을 향한 총알이 불길처럼 더욱 드세게 몰아쳤다. 그런데 또 다른 돌발상황이 발생했다. 재국이 갑자기 김 경사가 몸을 숨긴 엄폐물을 향해 내달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심 경사의 임무는 재국을 엄호하는 것으로 바뀌어 있었다.
    “김 경사님, 괜찮으세요?”
    “예, 전 괜찮습니다. 팔만 조금 불편할 뿐입니다.”
    “아이는 제가 맡겠습니다.”
    “아저씨, 정말 안 아퍼?”
    “응, 아까 아저씨는 경찰이라고 말했잖아. 경찰이 아프면 나쁜 사람들을 어떻게 잡겠어.”
    “그래도, 피가 많이 나는데…….”
    “정말 괜찮아. 봐봐, 윽!”
    “너무 무리하지 마십시오. 제가 모시고 나가겠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감사는 오히려 제가 드리고 싶습니다. 그럼 이제 위험 지역을 벗어나겠습니다.”
    “타타타! 타타타!”
    “탕! 탕! 탕!”
    다시 시작된 총성을 신호로 재국과 김 경사는 엄폐물에서 또 다른 엄폐물로 옮겨가며 천천히 위험 지역을 벗어나기 시작했다. 두 사람이 옮겨갈 때마다 그 주변 지역은 총알 세례로 벌집이 됐다. 매우 신경질적이고 사나운 은혁의 광기였다. 다시 두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부대원들의 총알이 은혁의 차량 주위를 요새처럼 뒤덮었다. 그야말로 총알이 허공에 거미줄처럼 펼쳐졌다. 그런데 경찰의 차단선에서 불과 10m 정도를 남겨둔 위치에서 재국이 끌어안고 달리던 아이의 손에서 토끼인형이 떨어졌다. 순간 아이가 손을 뒤로 뻗어 허공을 휘저었지만 결국 빈 손짓으로 끝났다. 그 안타까움이 김 경사의 눈과 마주쳤다. 뒤따라가던 김 경사는 잽싸게 주저앉아 토끼인형을 입으로 물었다. 그리곤 다리의 힘만으로 다시 몸을 일으켜 세웠다. 하지만 행운은 거기까지였다. 다음 순간 은혁의 총알이 날아와 김 경사의 방탄헬멧을 직선으로 뚫고 관자놀이를 관통했다. 순간 깨진 헬멧의 조각들이 튀며 허공에 하얀 피가 흩뿌려졌다. 김 경사는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털썩 주저앉아 움직임을 멈췄다. 마치 정지영상 같았다.
    “타타타! 타타타!”
    “탕! 탕! 탕!”
    “김 경사님, 영웅은 죽으면 안 되는 거 몰라요?”
    “…….”
    “은하야 미안해. 아저씨가 약속을 못 지켜서. 컥!”
    “재국 선배, 빨리요.”
    “타타타! 타타타!”
    “탕! 탕! 탕!”
    “헉!”
    그런데 그 순간 총알이 날아와 재국이 입고 있던 방탄조끼의 옆구리 쪽 빈 공간을 파고들었다. 피부를 찢고 들어온 소구경 고속탄은 그대로 복부를 관통했다. 그야말로 총알은 눈도 없고 인정도 없고 악마처럼 잔인했다. 그 사이 또 다른 부대원 세 명이 현장에 투입됐다. 다행히 더 이상의 부상자 없이 모두 안전하게 근처 건물 뒤에 안착했다. 재국의 상처는 심각했다. 응급처치가 끝나자 투입조는 곧바로 나머지 부대원들의 집중사격을 틈타 김 경사와 재국을 위험 지역에서 소개(疏開·분산)시켰다. 마침내 김 경사가 동료부대원들의 품에 안겼다. 숨 막히게 아름다운 정의를 보여준 김 경사는 이미 깊은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영롱한 별의 눈물은 그렇게 꽃처럼 아름답게 떨어졌다. 김 경사에 대한 애도가 끝나자 정원과 유진은 황급히 재국에게 뛰어갔다.
    “재국 선배, 괜찮아요? 정말 대단했어요.”
    “주인공은 내가 아니라, 김 경사야.”
    “그래도요.”
    “그나저나 은서 씨에게는 말하지 않을 거지?”
    “알았어요.”
    “팀장님, 저 먼저 사죄드릴 게 있습니다.”
    “뭘?”
    “사실은 제가 강 과장님의…….”
    “알고 있어. 재국 씨가 대학을 졸업한 게 모두 강 과장님의 경제적 도움이라는 거.”
    “아니, 그걸 어떻게?”
    “나 궁금하면 못 참는 거 잘 알잖아. 유진 씨에게 온 소포를 몰래 추적했거든.”
    “그럼 운반책이 저라는 사실도 이미?”
    “물론. 그리고 그 과정에서 기록보관소에 남아 있던 장학생 명단까지 우연히 발견하게 됐고 말이야.”
    “그럼 왜 여태까지 아무 말씀도, 거기다가 수사까지 계속…….”
    “국가와 조직에 자신의 젊음을 바쳤지만 별이 되지 못한 선배에 대한 존경심과 측은지심이랄까. 아무튼 돕고 싶었어.”
    “그랬군요.”
    “그리고 언젠가 내가 말했지.”
    “뭘 말입니까?”
    “내겐 신뢰하는 친구가 있다고.”
    “사물을 보는 직관능력과 사고체계는 아주 뛰어난데, 행동은 의아스러울 만큼 여러모로 허술하다는 그 친구 말입니까?”
    “후후후, 그래. 그런데 오늘 보니까 허술한 게 아니라 용맹하고 영특한 거였어. 그동안 내가 잘못 본 거야.”
    “가만! 그럼 그 친구가 혹시?”
    “맞아, 재국 씨였어.”
    “세상에!”
    “그런데 그때 재국 씨가 그러더군. 그 사람은 분명 어떤 숨겨진 의도를 갖고 있을 거라고. 그러면서 그가 최소한 적은 아니라고 했지.”
    “기억합니다.”
    “그 대답을 듣는 순간 재국 씨를 믿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더군.”
    “그러니까 제가 팀장님에게 제대로 당했군요.”
    “후후후, 맞아.”
    정원도, 주변도 온통 핏빛으로 물든 분노의 바다였다. 순간 정원이 강렬한 카리스마를 온몸에서 내뿜기 시작했다. 들불 속에 갇힌 수사자와 같은 결연한 눈빛이었다. 하지만 아무도 그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았다. 어쩌면 그런 변화야말로 그가 정상적인 의식체계를 가진 사람이라는 증거인지도 몰랐다. 이제 정원의 의식세계가 한순간에 용광로로 변해 모든 상황과 지혜를 녹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후 정원의 눈에서 빛이 났다. 정원은 은혁이 무차별 총격을 가할 때마다 새로운 의미를 찾았다. 또한 사방에서 유탄이 튈 때마다 생각의 줄기도 하나씩 명확해졌다.
    “그래, 이젠 끝내자.”
    은혁은 승합차를 방어벽으로 사용했다. 그것은 은혁이 현재 이동이 불가능함을 의미했다. 따라서 승합차는 은혁의 최대 장점이자 약점이기도 했다. 정원은 은혁의 약점을 간파했다. 그리고 상황을 종결시킬 해결책을 찾았다. 정원의 생각은 이제 더 높은 곳을 향했다. 그와 반대로 지금까지 흐트러짐 없이 자신을 방어하던 은혁은 계속된 출혈로 인해 신체기능이 서서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거기다 인내력과 정신력도 점차 바닥을 보였다. 이제는 희망도 부질없는 뜬구름 같았다. 그때 바닷바람이 불어 은혁의 눈물을 핥아주었다.
    “저 야수는 생포가 불가능해. 오히려 애꿎은 인명 피해만 늘어날 뿐이야.”
    “팀장님, 그럼 어떻게 하죠?”
    “포획이 불가능하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지.”
    “대체 어떤 방법입니까?”
    “우선 모든 화력을 저 승합차에 집중시켜. 그러면서 무장간첩의 탄알을 소진시켜야 해.”
    “그 다음에는 또 어떻게 하죠?”
    “빈 탄창을 교환하는 틈이 우리에겐 기회야. 대장님, 탄창을 교환하도록 무장간첩이 가지고 있는 AK-74의 탄알을 소진시켜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자, 이제부터 여우사냥을 시작한다. 사살해도 좋다.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타타타! 타타타!”
    “탕! 탕! 탕!”
    “타타타타타타타타!”
    그렇게 다시 총알이 빗발치듯 날아가 불타는 거미줄을 만들었다. 그러자 기다리던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은혁이 배낭을 뒤져 탄창교환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순간 정원의 주변에서 힘이 느껴지며 중요한 변화가 일어났다. 그 변화는 현우와 유진에게 알 수 없는 불안감과 공포감을 키웠다. 정원은 다른 사람들이 은혁의 행동에 한눈을 파는 사이 민첩하게 순찰차량에 올랐다. 그리곤 능숙하게 시동을 걸어 레이서처럼 차를 몰았다. 정원은 성난 사자처럼 필사적으로 돌진하기 시작했다. 마피아처럼 비이성적이고, 정신분열증환자처럼 충동적이며, 최악의 상황에서 선택하는 난감한 방법이었다.

  • “아니, 저건 자살행위와 다름없는데.”
    “소장님,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팀장님이 저렇게 무모한 행동을 할 때는 반드시 그만한 각오와 준비가 됐을 겁니다.”
    “대장님, 그래도 그렇지. 저건 너무 위험합니다.”
    “분명히 아무나 할 수 없는 결정입니다. 하지만 전 팀장님의 판단을 믿습니다.”
    “끙.”
    “내가 명령하면 부대원 전원이 팀장님을 엄호 사격한다.”
    “예, 준비됐습니다.”
    사자의 사냥은 기본적으로 격렬한 육탄전이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은 고도의 심리전이기도 하다. 현우와 유진을 제외하고 오로지 대장만이 정원의 몸짓을 이해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었다. 그때 탄창교환이 끝난 은혁의 시야에 순찰차량이 들어왔다. 그리고 운전자가 정원이라는 사실도 확인했다. 은혁은 잔뜩 긴장했다. 동시에 승부욕도 되살아났다. 분명 이전까지의 상대와는 다른 차원의 상대였다. 그때 남겨진 사람들이 은혁에게 일제히 사격을 개시했다. 잠시 혼란에 빠졌던 은혁 역시 반격에 나섰다.
    “으~아아아~!”
    “타타타타타타타!”
    우박처럼 쏟아지는 총성에 고막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거기다 방어벽을 허문 은혁의 총알이 곧장 정원의 볼과 어깨를 매섭게 스치고 지나갔다. 하지만 정원은 결코 멈추거나 물러서지 않았다. 의지와 신념이 정원을 이전보다 더 강하게 만든 것이다. 그렇게 은혁은 생존을 위해 결사적으로 방어했고 정원은 더 이상의 희생을 막기 위해 광란의 질주를 멈추지 않았다. 그런데 은혁이 아무리 총알을 퍼부어도 포효소리는 점점 더 가까워졌다. 결국 최후의 저항선도 무너졌다. 결과가 눈에 보이는 듯 은혁의 얼굴이 창백하게 굳었다. 마침내 죽음의 그림자가 다가온 것이다. 가속페달을 계속 밟아 불덩어리가 된 순찰차량이 엄청난 속도로 질주하며 그대로 승합차와 정면으로 충돌했다. 동시에 정원의 분노가 기체로 빠르게 변하며 엄청난 폭발을 일으켰다.
    “아니, 세상에! 결국.”
    “아! 팀장님.”
    평소 야무지고 당찬 성격의 유진도 이 아득한 상황에서만큼은 도저히 냉철할 수가 없었다. 아니 격한 감정이 눈빛에 스며드는 순간 자제가 안 됐다. 마치 목이 올가미에 걸린 것처럼 공포가 엄습하고 숨조차 제대도 쉴 수 없었다. 이성이 붕괴된 유진은 부상당한 새끼를 버리고 떠나는 어미처럼 선착장으로 뛰어가며 구슬프게 포효했다. 유진은 늘 생각했다. 자신이 생각하는 남성의 섹시함이란 자신감과 책임감이라고. 그런데 정원은 그 자신감과 책임감을 너무 많이 갖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결국 정원을 제물로 삼았다. 유진은 처음으로 후회하고 원망했다. 그런데 앞서 달려간 부대원들 사이에서 작은 소동이 일어났다. 부대원들은 불타는 차량이 아니라 자신들이 서있는 선착장의 발밑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유진이 도착하자 대장이 한 곳을 가리켰다. 그곳에선 액체가 기체를 머금어서 생긴 거품이 올라오고 있었다. 그때 무언가가 그물부표처럼 떠올랐다.
    정원이었다. 하지만 정원을 쳐다보는 유진의 얼굴은 아까와 많이 달랐다.
    “으으으.”
    “팀장님, 괜찮으세요?”
    “유진 씨, 차량에서 뛰어내릴 때 선착장의 시설물에 부딪혀 팔이 골절된 것 같아.”
    “얼마나요?”
    “팔을 움직일 수가 없어. 조금만 움직여도, 윽!”
    “그럼 됐어요. 그 정도는 걸어가다 넘어져도 다칠 수 있어요.”
    “!”
    “전 지금 팀장님의 무모함에 산 채로 심장을 파 먹히고 화형을 당한 기분이라고요.”
    “걱정 많이 했구나, 미안해.”
    “그리고 명심하세요.”
    “뭐를?”
    “제 사랑은 너무 어려서 양심이 무언지 몰라요. 아주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이죠. 그러니까 팀장님도 이제부터 그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제 사랑을 배워야 할 거예요. 아셨죠?”
    “으, 응. 배울게.”
    “꼭이에요?”
    “그, 래. 꼬~옥!”
    “그리고 약속할 게 또 하나 있어요.”
    “또 있어?”
    “예, 마지막이에요. 보이는 성실과 인내는 필요 없어요. 다만 팀장님의 생각은 항상 제 생각과 같아야 해요. 언제, 어느 때건. 모두, 항~상. 아시겠어요?”
    “그래, 그럴게.”
    “자, 이제 천천히 일어나보세요. 제가 부축해드릴게요.”
    “소장님, 뭘 그렇게 쳐다보세요?”
    “저 두 사람은 완벽한 애인일까. 아니면 이상적인 연인일까?”
    “제가 보기에는 둘 다인 것 같은데요.”
    “아무튼 둘의 대화에서 사랑이 활활 타는 냄새가 난다. 황순용 순경?”
    “예, 소장님.”
    “사랑은 돈 한 푼 없어도 겁 없이 떠날 수 있는 무전여행이야. 그러니까 황 순경도 더 늦기 전에 한 번 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