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R개발사업단장 박원석 박사 인터뷰 "사용후 핵연료 처리에도 숨통 틔울 것"

  • 우리나라가 빌 게이츠와 공동으로 2028년까지 150Mw 규모의 4세대 원자력 발전소를 한국에 짓는 논의를 진행하고 있어 그 결과가 주목된다.

    빌 게이츠가 4세대 원자력 발전소 공동 개발을 위해 한국을 방문하고 있는 가운데,
    이 사업의 한국측 연구 책임자인 <한국원자력연구원>의 박원석 박사(소듐냉각고속로 개발사업단장·54)는 22일 <뉴데일리>를 만나 이같이 밝혔다.

    박원석 박사는 <뉴데일리>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개발해온
    <소듐냉각고속로>
    (Sodium-Cooled Fast Reactor ; SFR)원자로와
    빌 게이츠가 개발하는 TWR(
    Traveling Wave Reactor) 원자로 간에
    기술적인 유사성이 많이 아예 공동개발하기로 했다.”


    박 박사는 특히 빌 게이츠 측의 요구로 당초 소규모로 진행하려던 원형로(prototype) 규모가 커지면서 사실상 4세대 원자력발전소 건설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소규모 스케일의 새로운 원자로 개발을 논의했는데.
    금년 들어 빌 게이츠가 설립한 에너지 벤처기업 <테라파워>측에서 더 큰 스케일로 하자고 제안해왔다.

    <테라파워>와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완전히 머징(합침)해서 더 긴밀하게 협조하기로 했다.

    왜냐하면, 미국에서 새로운 원자로 시스템을 설계해서 인허가를 받아,
    해외수출하는 절차를 받기가 쉽지 않다.
    미국 NRC가 일이 밀려 있어서,
    <테라파워>가 하려는 새모델을 인허가해 줄 여유가 없다.”

       -박원석 <한국원자력연구원> 소듐냉각고속로 개발사업단장


    한국에 세워질 4세대 원형로의 규모는 150Mw 규모이며, 2028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금 예상으로는 6개월 정도 논의를 거쳐,
    11월이나 12월에 계약을 하고, 내년부터 설계에 들어간다. 

    2014년부터 2020년까지 7년동안 설계한 다음, 건설에 들어가 2028년에 완공될 것이다.

    규모가 커지면서 원형로(프로토타입)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새로운 원자력발전소 한 개를 건설하는 쪽으로 방향이 잡혀가고 있다.


    150Mw짜리 원자력발전소를 우리나라에 짓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빌 게이츠와 함께 우리나라에 짓는 첫 원자력 발전소가 될 것이다.

    정부와 입지를 협의할 것이다.”

       -박원석 <한국원자력연구원> 소듐냉각고속로 개발사업단장


    물론 대규모 공동개발 및 건설사업이므로
    공동 연구개발과 함께 비지니스 모델을 도출하는 방안이 함께 모색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

    <테라파워>와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사업진행을 어떤 형태로 할 것인지,
    앞으로3~6개월에 걸쳐 찾아보기로 했다고 한다.
    기술적인 부분과 비즈니스 양쪽 측면에서 협조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기술적인 면에서는 연구원이 추구하는 방식과 <테라파워>측 방식이 유사한 부분이 있지만,
    핵심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4세대원자로를 개발하면 비용이 들어가고 지적 재산권이 생긴다.
    여기에서 발생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서로 윈윈하는 모델을 찾아야 한다.



  • 기술측면과 사업 측면의 합의점을 도출하게 된다면,
    11월이나 12월쯤 최종 형태의 모델이 나와 사인을 하게 되고 2014년부터 사업이 시작된다.

    지금 예상으로는 2014년부터 2020년까지는 설계하는 기간이다. (설계에만 7년이나 걸리는 프로젝트이다!)
    원자력 발전소는 설계가 끝나 도면이 완성되어도 짓는데만 빨라도 5년은 걸린다.
    대략 2028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체적인 비용은 1조5,000억원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어떻게 한국과 빌 게이츠가 손을 잡게 됐을까? 

    이 부분에 대해서 의아해하는 독자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대한민국이 목표로 하는 4세대원자로는 그 탄생배경이 미묘하다.
    우리나라는 원자력발전소에서 연료로 쓰고 남은 [사용후 핵연료]를 그대로 발전소 안에서 보관하고 있다.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정책이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땅에 묻어버리거나, 아니면 태워 버리는 방식이 될 것이다.

    확정된 정책이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땅에 묻기 보다는 태워버리는 소각로 용도로 4세대 원자로를 개발해왔다.
    [사용 후 핵연료]를 4세대 원자로에서 다시 태우면서 발전도 하는 그런 재활용 기술을 오랫동안 연구해온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미국과의 원자력협정에 의해 [사용 후 핵연료]를 손댈 수 없게 되어 있다.



  • 바로 이런 딜레마에 빠진 시점에서 빌 게이츠의 <테라파워>와 <한국원자력연구원>이 만나게 된 것이다.

    "테라파워에서 우리나라의 자체 인허가 기관인 KINS와 발전소 설계기관인 KOPEC 그리고 두산중공업 등 관련 시설과 기술수준이 높은 것을 인정했다.

    이렇게 테라파워와 협조하면 상당부분 한국에서 설계가 이뤄지고 부품제작이 될 것이다. 이 같은 수출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가 국내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박원석 <한국원자력연구원> 소듐냉각고속로 개발사업단장


    SFR은 냉각재로 나트륨을 쓰는 것이 특징이다.
    나트륨은 90도 안팎에서 액체로 변한다.
    이렇게 액체 상태의 나트륨을 냉각재로 쓰기 때문에 냉각효과가 매우 좋다.

    그런데 소프트웨어를 만들던 빌 게이츠는 왜 원자력 개발에 참여하게 되었을까?

     

    “빌 게이츠는 부인 멜린다와 함께 빌 앤 멜린다 재단을 만들고 전세계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많은 관심을 기울여왔다.
    빈곤국가의 여러가지 상황 개선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세계적인 석학과의 토론과 만남을 통해서 에너지가 얼마나 소중한 지를 다시 깨달았다고 한다.
    한국 사람들은 잘 못 느끼지만, 웬만한 국가에서는 전기가 부족해서 수시로 단전된다.
    이 때문에 빈곤국가 문제 해결에 에너지 공급이 매우 중요한 요소임을 발견했다.

    그래서 빌 게이츠는 어떤 방식으로 에너지를 공급할 것이지 고민하다가 원자력발전소를 대안으로 선택했다.

    그런데 동시에 원자력발전은 원자력폭탄의 원료를 생산하는 도구로도 쓰일 수 있기 때문에, 원자력발전을 하면서도 핵무기 개발에 이용되지 않을 기술로서 TWR을 선택한 것이다.
    이것은 한 번 핵연료를 원자로 안에 넣으면 20~30년간 계속 원자력발전소를 가동하는 방식이다. “

       -박원석 <한국원자력연구원> 소듐냉각고속로 개발사업단장


    하지만 아직 기존의 원자력 발전소에 비해서 경제성이 월등히 높지는 않다.
    추가로 기술개발이 이뤄져야 할 부분이다.


    “ 현재까지 나온 기술로 건설한다면,
    우리나라의 경수로 원자력발전소에 비해서 경제성은 10~20% 정도 뒤진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기존에 쌓아두고 있는 [사용후 핵연료]를 다시 연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상당한 비용절감 효과가 나타난다.
    골치를 썪고 있는 [사용후 핵연료] 처리비용이 줄어드는 효과가 난다.


    빌 게이츠가 추진하는 TWR 원자로는 우라늄을 농축하지 않는다.
    때문에 핵무기로 활용되지 않으므로, 세계적인 핵 비 확산에 매우 유용하다.
    게다가 앞으로 기술혁신을 통해 경제성을 끌어올릴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박원석 <한국원자력연구원> 소듐냉각고속로 개발사업단장


    빌 게이츠는 이같이 빈곤국가의 에너지 문제에 도움을 주면서도 핵 비확산에 기여하는 방안으로 바로 TWR을 선택하고, 에너지 벤처회사 <테라파워>를 설립했다.

    이 회사에 매년 3,000만 달러씩을 집어넣어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핵무기의 공포를 피해서 어떻게 인류에게 싼 전기를 공급할 것인가를 고민한 끝에 나온 것이다.



  • 기술적으로 보면 4세대 원자로는 한국 뿐 아니라, 인도 러시아 일본 중국도 개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빌 게이츠가 한국을 선택한 것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4세대 원자로는 한국을 비롯해서 인도, 중국, 러시아, 일본 등에서도 유사한 것이 있다. 인도의 경우, NPT에 가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 정부의 반대가 있다.

    일본 러시아 중국의 경우, 사용하는 연료의 형태가 다르다.
    우리나라의 SFR과 테라파워의 TWR은 금속연료를 사용하지만,
    이들 세 국가는 세라믹 연료를 사용한다.

    다시 말해 기술적인 유사성이 매우 크다는 점이다."

       -박원석 <한국원자력연구원> 소듐냉각고속로 개발사업단장


    SFR의 경제성이 아직은 뒤진다고는 하지만, 추가 기술개발로 좁혀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의 우리나라 원자력 발전소와 비교하면 다소 비용이 많이 들지만, 외국의 전기요금과 비교해서는 절대 경제성에서 뒤지지 않는다.

    일부 국내 학자들은 4세대 원자로 선택을 위해 SFR과 동시에 LFR도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을 한다.

    두 기술은 원자력 발전에서 나오는 열을 어떻게 식히느냐 하는 방식에서 차이가 난다.
    LFR은 (Lead-Bismuth cooled Fast Reactor)의 약자로, 쉽게 말해 액체 납-비스무스로 원전을 냉각시키는 기술이다.
    러시아에서 잠수함에 이용하기 위해 처음 개발을 시작했다.

    하지만 부식성이 강하다 보니, 액체 납-비스무스가 통과하는 파이프가 부식되는 부작용을 개선하기가 쉽지 않다.
    더더욱 치명적 약점으로 지진에 취약하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도 LFR과 SFR 두 기술을 동시에 연구하다가, 결국 토론을 거쳐 2003년에 LFR 기술을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국제공동연구로도 해결책이 안 나오고 하다 보니, SFR로 가기로 선택한 것이다.

    LFR의 경우 부식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액체납의 온도를 낮추는 방안을 도입했지만, 그렇게 하면 경제성이 매우 낮아진다.

    SFR의 경우 화재에 취약하다는 문제점이 있다.
    냉각재로 사용하는 나트륨이 물과 반응하면 폭발가 함께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나트륨과 물이 반응하지 않도록 중간에 새로운 완충장치를 설치하는 방안을 도입했다.

    <한국원자력연구원>과 빌 게이츠는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접촉해왔다.

    작년 6월, <테라파워>측에서 기술 협의를 해보자고 연구원을 찾아와서, 여러 공감대에 대해 나름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국의 제조 인프라와 설계 인프라 등에 대한 조사도 진행되었다.

    그러다 작년 7월 KAIST 장순흥 교수가 초청을 받고 빌 게이츠를 만나게 되면서 일이 급속 진전됐다.

    장교수가 빌 게이츠를 만나고 온 뒤인 작년 11월에 테라파워측이 다시 한국을 찾아왔다.
    기술베이스로 핵연료, 재료, 원자로 설계 측면에서 뭔가 같이 개발해보자는 제의를 가지고 온 것이다.
    이에 따라 공동협력 기술아이템이 도출됐다. 

    <테라파워> 측 관계자가 금년 2월초 한국에 또 와서 협의를 하다, 장순흥 교수가 "그러면 큰 협력을 위해 빌 게이츠가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에 왔으면 좋겠다"고 제의했었는데 일정이 안 맞아 참석 못하고 이번에 4월 방문이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