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이라도 더…" 영업정지 이전 주말 또 불법보조금 뿌려
  • ▲ 산업부 심지혜 기자.
    ▲ 산업부 심지혜 기자.
    보조금으로 우리나라 사람들 손에 들려있는 최신 스마트폰을 책임지고 있는 '이통3사'는 정부의 제재에도 거침없었다.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역대 최대의 과징금을 받았음에도 불구, 지속적으로 과도한 불법 보조금을 지급해왔다. 이에 지난 7일 미래창조과학부는 이들 이통3사에게 신규가입 금지에 기기변경 금지까지 포함한 45일의 사업정지명령을 내렸다. 

사업정지는 13일 KT, LG유플러스를 시작으로 4월 5일부터는 SK텔레콤에 적용된다. 

하지만 사업정지 전 마지막 주말인 지난 주말, 또다시 80만원대에 육박하는 불법 보조금이 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한 이통사는 사업정지 명령이 떨어진 당일 오후부터 시장과열을 주도할 계획을 세워 사업정지 전 마지막 주말인 지난 8일 오후부터 보조금 공세를 시작했다고 한다. 

이들은 정부의 경고를 무시하는 듯 온·오프라인 판매점에서 같은 모델에 동일한 보조금을 얹어 고객 유치에 열을 올렸다. 옵티머스 G프로, 베가 LTE-A, 옵티머스 G프로 등 3개의 번호이동(MNP) 모델은 80만원대의 불법 보조금이 얹어져 공짜로 판매됐다.


  • ▲ 오프라인과 온라인 판매점에서 같은 정책으로 80만원대 보조금이 지급됐다.
    ▲ 오프라인과 온라인 판매점에서 같은 정책으로 80만원대 보조금이 지급됐다.


  • 그동안 통신사들은 온라인은 본사가 아닌 대리점과 계약해 본사 관계 없이 보조금 지급이 진행돼 통제가 어렵다는 식으로 온라인 판매점 보조금에 대한 본사 개입에 대해 부인해 왔다. 하지만 해당 통신사는 온라인 판매점에 대한 자료 수집이 어렵다는 점을 이용해 이러한 일을 벌였다. 

    이번 일로 더 이상 온라인 판매점과 본사와의 관계가 없다는 부정은 어려울 듯 보인다. 

    이동통신유통협회 관계자는 "이제는 온라인 판매점 또한 본사에서 관리한다"며 "판매점에서 아무리 보조금을 준다 한들 이미 온라인에서 더 많은 보조금으로 판매해 오히려 우리가 이상한 사람이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일에 대해 "공식 석상에서는 시장 안정화에 공감한다고 하면서 내부적으로는 불·편법 영업과 과당 보조금 지급을 조직적으로 운영하는 꼼수를 결정적으로 보여주는 단서"라며 "규제 기관을 기만하는 행위의 절정"이라고 지적했다. 

    어떤 방법이든 이통사들은 포화된 시장 속 가입자 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 타사 가입자를 빼앗아 자사 가입자를 확보하기 위해 서비스 경쟁보다 '보조금 경쟁'을 선호하고 있다. 정부는 불법적인 방법의 판매를규제한다고 하지만 손에 잡히지 않는 이통3사규제에 대한 실효성 마저 의심받고 있다. 

    이동통신사업자는 정부가 지정한 규제 아래 통신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에 따른 댓가를 받아 이윤을 창출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통신사들은 최문기 미래부 장관과 만나 '정부 지침을 따르겠다'고 웃는 얼굴을 보였지만 뒤에서는 '가입자 유치, 이윤 창출'의 목적을 위해 정부를 비웃은 것이다.


  • ▲ 방통위 제재 발표 전후 일별 번호이동 가입자수 추이.
    ▲ 방통위 제재 발표 전후 일별 번호이동 가입자수 추이.


  • 사상 최대의 과징금에도 이동통신 번호이동 시장은 불법 보조금으로 과열된 양상을 보였다. 정부는 소비자 불편, 제조사·판매점의 영업 피해 등의 여러 불편에도 오로지 통신사들의 이같은 불법 보조금을 잡고 시장 안정화를 시키겠다는 일념으로 45일의 영업정지 명령을 내렸다. 

    얼마나 정부를 무시했으면 사상최대의 과징금을 부과한 이후에 이처럼 번호이동 시장이 과열될 수 있는지, 정부가 신규가입자 모집뿐 아니라 기기변경까지 금지한 45일의 사업정지 명령을 내린 당일 80만원대의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지시를 교묘하게 조직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지 정부가 스스로의 위상을 되돌아 봐야 할 것이다. 

  • ▲ 방통위 제재 발표 전후 일별 번호이동 가입자수 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