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제조사·판매인 등 '을'만 피해 우려
고객 유치위한 마케팅 비용 굳어 이통3사 되레 이익
  • ▲ 최문기 장관은 6일 이통3사 CEO들과 만나 통신시장 안정화를 위한 간담회를 진행했다.ⓒ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최문기 장관은 6일 이통3사 CEO들과 만나 통신시장 안정화를 위한 간담회를 진행했다.ⓒ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이르면 다음주부터 이동통신3개업체의 영업정지가 시작된다. 
 
6일 미래창조과학부는 시정명령을 불이행한 이통3사를 대상으로 45일 간 영업정지, 2개 사업자 동시 영업정지를 7일 공식 발표한다고 밝혔다.
 
이번 영업정지는 '신규모집'만을 금지하는 것이 아닌 번호이동, 기기변경까지 안된다. 이런 이유로 미래부는 '사업정지'라고 칭한다. 
 
미래부에서 영업정지를 시행하는 이유는 이통3사가 시정명령을 어겼기 때문에 그에 따른 법을 집행하는 것이다. 
 
법이 존재하는 이유는 사회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사회를 사는 사람들의 권리와 의무를 위해 존재한다. 물론 공익을 위한 일로 제한을 받을 수 있지만 과연 이번 법안 집행이 얼마나 실효성을 가지고 있는 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정한 상한선인 27만원 이상으로 과도하게 보조금을 지급해 시장 혼란을 일으킨 이통3사에게 1064억이라는 사상최대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그럼에도 이통3사는 불법 보조금 지급을 계속하며 시정명령을 지키지 않았다. 때문에 미래부는 이에 대한 제재 조치로 영업정지를 결정했다. 
 
하지만 이에 따른 미래부의 법 집행인 영업정지 조치는 제조사, 휴대폰 판매인, 소비자 등에 또 다른 피해를 주게 됐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 공익 위한 제재…소비자는 봉인가.
 
미래부에서 결정한 45일 이상의 이통3사 영업정지에 대한 불편은 고스란히 소비자가 떠안게 됐다. 당분간 분실·파손 등에 대한 이유를 제외한 신규가입, 통신사이동, 기기변경은 할 수 없게 됐다. 
 
급하게 휴대폰을 개통해야 하는 경우, 통신사 만족도가 떨어져 타 통신사로 이동하고 싶은 경우, 휴대폰 이용이 불편해 바꾸고 싶은 경우 등이 생겨도 영업 정지 기간 동안에는 공익을 위해 참아야 한다. 
 
법상 허용된 행정벌의 반사효과를 국민이 보게 되는 경우가 발생한 것이다. 
 
녹색소비자연대 관계자는 "영업정지에 대한 실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또 다시 영업정지를 진행하고 있다"며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방안이 이것인가"라고 질타했다. 
 
또한 "영업정지 전에 이통3사의 의견은 듣지만 정작 소비자 의견을 들으려는 시도는 없었다"고 비판했다. 

 
◇ 제조사, 협력사도 타격
 
이번 영업정지는 제조사 역시 타격을 피할 수 없다. 2개 통신사가 동시에 영업을 멈추기 때문에 최종 68일 동안 제조사들은 재고가 쌓이게 된다. 
 
이에 LG전자와 팬택은 미래부에 기기변경만은 허락해 달라는 건의문을 제출하기도 했다. 
 
한 제조사 관계자는 "2개월 동안 판매가 중단되면 그만큼 제품이 안 팔리고 재고가 된다는 것을 말한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어 "재고가 쌓이면 그에 따른 처리비용이 또 발생한다"며 "국내 판매에 주력하고 있는 팬택는 정말 힘들어 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이번 영업정지는 제조사와 더불어 휴대폰 부품 업체들에게도 2차 피해를 끼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업계 관계자는 "휴대폰 공급이 즉각 적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지만 몇 개월 뒤에는 반드시 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휴대폰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부품 업체들까지도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전했다. 
 
 
◇ 휴대폰 판매인 "생계 위협" 주장
 
휴대폰 판매인들 역시 이번 미래부 규제에 대해 "생계 터전을 위협하는 일"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 4일 이동통신유통협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장기 영업정지가 실효성 없는 행정처분이라는 것이 이미 밝혀졌는데도 계속 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명학 협회 회장은 "규제해도 반복적으로 같은 일이 발생한다면 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안 회장은 "영업정지는 작은 판매인들의 일자리만 잃게 되는 것"이라며 "영업정지 기간 동안 볼 피해에 대한 구제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협회 측은 "영업정지로 이통3사를 규제할 것이 아니라 통신요금을 직접 내리도록 하거나 요금인가 시 불이익을 주는 방법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미래부는 이통3사에게 판매인들이 영업정지로 겪게 될 피해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미래부 관계자는 "정부에서 금전 적 지원을 하기는 어렵다"며 "이통3사를 독려해 최대한 대책을 강구하도록 하겠다"고 전할 뿐이었다. 


  • ▲ 최문기 장관은 6일 이통3사 CEO들과 만나 통신시장 안정화를 위한 간담회를 진행했다.ⓒ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 영업정지는 이통사 휴식기?
     
    증권가에서는 이통3사의 45일 영업정지가 오히려 '약'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가 돌고 있다.
     
    업계에서는 "통신 업종 전체로 보면  안정화를 가져올 수 있는 계기" 또는 "통신시장 과열에 대한 우려가 제거될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더불어 기기변경이 금지되면 통신산업 전체로 볼 때 3월과 4월에 1월 대비 각 1000억원 이상의 마케팅비용 감축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이동통신업체3사 규제가 되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상에 제조사, 판매인, 소비자 단체 모두 공감했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의 이통시장은 거의 포화된 상태이기 때문에 타사 가입자를 뺏어 오는 방식으로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때문에 보조금이라는 마케팅 비용을 들여 고객을 유치한다. 
     
    결국 이통3사에게 영업정지는 강제적으로 마케팅 비용을 들이지 않고 쉴 수 있는 기회가 됐다. 45일 동안 고객들이 낸 통신비용만 받으면 된다. 
     
    한편 이날 최문기 장관은 황창규 KT 회장, 하성민 SK텔레콤 사장,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과 만나 불법보조금을 근절할 것을 요구했다. 
     
    최 장관은 "각 사별로 불법 불투명 보조금 근절 위한 특단 대책을 수립해 대국민 발표를 해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수 년동안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법을 통해 가입자를 유치해온 이통3사가 얼마나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을 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아울러 미래부가 내린 이번 결정이 이통3사의 불법 보조금 근절을 위한 대책으로 얼만큼의 실효성을 가지고 올 수 있을 지에 대해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