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실적 좋은 만큼 '태클' 걸 이유 없다"
-
국민연금관리공단이 현대건설 주주총회에서 기존 사외이사 재선임에 대해 찬성표를 던졌다.
당초 자회사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엠코의 합병에 부정적 시각을 보이며 이사 선임에 반대 목소리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비켜간 것이다.
◇ "'태클'걸 것" 예상 깨고…
현대건설은 14일 계동 현대빌딩에서 열린 제64기 정기주주총회에서 기존 사외이사 3명을 재선임하고 1명을 신규 선임했다. 모두 감사위원회 위원으로도 결정했다.
기존 사외이사였던 박상옥 법무법인 도연 대표변호사는 지난 1월 일신상의 이유로 퇴임했다. 대신 박성득 리인터내셔널 특허법률사무소 변호사가 새로 들어왔다.
그동안 금융권 안팎에서는 현대건설 지분 11.17%를 가진 국민연금이 사외이사 선임에 강한 태클을 걸 것이라는 진단이 많았다.
현대엠코와 합병으로 자회사 현대엔지니어링의 주주가치가 희석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얼마전 만도 주총에서 국민연금이 대표이사 선임에 반대표를 행사한 사례가 이런 전망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국민연금이 사외이사 선임을 찬성했다. 신현윤 연세대 교학 부총장과 서치호 건국대 건축공학 교수, 이승재 삼성세무법인 회장 등 기존 사외이사들이 재신임을 받게 된 셈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이들 3인은 작년 이사회의 모든 안건에 찬성표를 던졌다. 올해 1월16일 열린 현대엔지-엠코 합병 관련 이사회에서도 마찬가지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주총에서는 전년과 같은 이사 보수한도 50억원 승인건도 통과됐다. 정수현 사장 등 등기이사는 1인당 4억1천300만원, 사외이사는 7천800만원을 작년 보수로 받았다.
◇ 실적만 좋다면 '반대 위한 반대' 않아
예상과 달리 국민연금이 이번 사외이사 선임에 반대표를 던지지 않은 것과 관련, 업계에서는 현대건설의 호실적을 원인으로 꼽았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좋은 실적을 냈다는 점을 국민연금이 감안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건설업계는 대형건설사까지 모두 영업이익 급락과 적자전환의 아픔을 겪었지만 현대건설만 유일하게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증가했다. 이 덕분에 다른 건설사들의 주총과 달리 순조로운 안건 처리가 가능했다는 것.
오늘 주총에서 현대건설은 주주들에게 지난해 경영실적을 보고하며 수주 21.6조원, 매출 13.9조원, 영업이익 7920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9%, 4.6%, 4.3%가 늘어났다고 발표해 업계전체의 침체로 실적악화를 우려했던 주주들이 안심하는 분위기였다.
올해의 경영목표도 수주 22조2650억원, 매출 15조9265억원으로 14% 증가시켰고 해외비중도 지난해 64%에서 70%로 올리는 등 의욕적으로 잡았다.
작년과 올해 대형건설사의 CEO들이 대부분 교체되는 가운데 유일하게 올해도 주주총회 의장석에 오른 정수현 사장은 주주들에 대한 인사말을 통해 현대건설의 올해 경영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현대건설은 2년 연속 100억 달러의 해외수주 성과를 올린 실적에 힘입어 올해도 경영방침을 '글로벌 건설리더로의 도약'으로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미래성장을 위한 사업기반을 확보하고, 글로벌 사업역량을 더욱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이 외에도 국내외 경영환경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상시적인 위기관리 대응체계를 확립하고 효율중심의 내실경영과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강화해 위기에 대처할 계획이다.
이어진 안건처리에서 현대건설은 올해 이사보수한도를 작년수준으로 동결하는 등 비용절감 의지를 주주들에게 확인시켰고 주주들은 이를 승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