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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연금이 만도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 연임에 반대 의견을 제시하는 등 그 어느때 보다 적극적으로 의결권 행사에 나설 것으로 예측되는 등 이번 움직임이 '메기효과'로 이어질지 주목되고 있다.

    '메기효과'는 메기 한 마리를 미꾸라지가 들어 있는 어항에 집어넣으면, 미꾸라지들이 메기를 피해 다니느라 움직임이 빨라지면서 생기를 유지하는 현상을 기업 경영에 빗 댄 것으로, 강력한 경쟁자가 생겼을 때 기존 기업들의 경쟁력이 강해지는 현상을 말한다.

    한국 주식시장의 '큰 손'인 국민연금이 지난해부터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겠다는 뜻 밝혀오며 이를 실행에 옮김에 따라 3월 주총을 앞두고 타 기업들이 바짝 긴장하는 모습이다.

    7일 국민연금은 경기도 평택시 만도 본사에서 열린 제15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신사현 대표이사 부회장의 연임 안건에 대해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만도 주식 13.4%를 보유한 2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신 대표이사의 임기연장을 반대하겠다고 결의한 이유는 '기업가치 훼손과 주주권익 침해'다.

    신 대표이사가 자회사를 만들어 한라건설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바람에 주주들에 돌아와야 할 이익이 줄었다는 것.

    국민연금은 만도가 100% 자회사인 마이스터를 통해 지난해 4월 한라건설의 유상증자에 참여한 것은 부실한 모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며, 이는 만도의 장기 기업가치와 주주권익을 훼손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연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만도의 신사현 대표이사는 재선임됐다. 의결권 행사 결과는 찬성 72%, 반대 26%였다.

    이번 만도 주총이 국민연금의 뜻대로 이뤄지지 않았지만 국민연금의 '메기' 이슈는 앞으로 더욱 커질 전망이다. 잇따라 열릴 타 기업들의 주총에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가 최대 이슈로 부각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이 앞으로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기업들의 등기이사 연임에도 반대의사를 적극 개진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SK와 CJ, 효성과 LIG 등 횡령과 배임 이슈에 얽혀 있는 그룹 총수들이 한둘이 아닌 상황에서 국민연금의 기준대로라면 이들은 모두 자격이 미달된다.

    국민연금이 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상장사는 총 137개로 이 중 삼성물산, CJ제일제당, 현대건설 등 45개사는 10% 이상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10대 그룹 계열사만 해도 50여개 이상이다.

    권종호 국민연금기금 의결권 위원장은 "앞으로도 이와 같은 문제가 새기면 기준에 따라서 의결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말하는 등 사실상 '메기' 역할론을 강조하고 나섰다.

    업계 역시 이번 만도 건을 국민연금 의결권 강화 행보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현 정부의 의결권 강화 입장에 맞물려 국민연금은 지난달 의결권 행사지침을 개정, 발판을 마련해 놓은 상태다.

    연기금 한 관계자는 "만도 이사 재선임 안건은 통과됐지만, 이미 국민연금은 시장에 강한 시그널을 준 셈"이라며 "국민연금의 지분율이 높은 상장사들은 기업가치 훼손이나 주주권익 침해에 대해 더욱 신경 쓸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국민연금의 이 같은 결정은 국민연금이 2005년 마련한 '의결권행사지침 제27조3호'에 근거한다. '횡령·배임 등에 대한 법원의 판결 없이도 객관적 사실에 근거해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 권익 침해의 이력이 있는 자의 이사 선임을 반대할 수 있다'는 것으로, 자의적인 해석이 가능하다는 이유로 수차례 논란의 대상이 된 조항다. 만도의 경우 이를 바탕으로 의결권을 행사한 첫 사례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에 대해 '기업에 대한 건전한 감시자 역할'을 해야한다는 의견과, '기업들의 경영안정을 훼손할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배상근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단순히 주가가 떨어진다는 이유만으로 전체기업의 의사결정을 매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메기'가 '미꾸라지'를 다 잡아 먹어버리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