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그룹 사외이사
대부분 '마네킹 거수기'

10대 그룹 사외이사들의 대주주 전횡을 견제하기 위한 이사회 역할론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10대 그룹 사외이사들의 의결권 99%가 찬성 비율을 보인 것. 이 같은 사외이사들의 행태에 YES 맨, 마네킹, 거수기 등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3일 기업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는 지난 2009부터 5년간 10대 그룹 92개 상장 계열사의 사외이사들이 상정된 이사회 안건에 대해 무려 99.7%의 찬성표를 던졌다고 밝혔다.

사회이사들이 기업 건전성 파수꾼 역할을 하는 사외이사제도 도입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마네킹 거수기' 역할을 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명목적으로는 대주주 전횡을 견제·감시해야할 사외이사들이지만 뽑아준 그룹총수와 대주주에게 반하는 의견을 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세부적 사항으로 CEO스코어는 총 1872명의 사외이사들이 4626건의 이사회에 참석해 3만7635표의 의결권을 행사했고 이중 찬성표는 99.7%인 3만7538표에 달했다고 밝혔다.

100% 찬성표를 던진 사외이사만도 전체 1872명 중 1792명으로 95.7%에 달했고, 반면에 반대표는 5년을 통틀어 38표로 이사회에 참석한 사외이사 50명 중 한 명꼴에 불과했다.

특히 LG, GS, 한진그룹 등은 사외이사 평균 찬성률이 가장 높은 그룹으로 불참을 제외한 반대와 기권표가 단 하나도 없었다.

LG는 239명의 사외이사가 4527건의 안건에 대해 100% 찬성했다. GS와 한진 역시 140명과 97명의 사외이사들이 각각 1866건, 1677건의 안건에서 전원 찬성표를 던졌다.

이어 삼성과 한화, 롯데는 99.9% 찬성표를 남발했다. 삼성도 355명의 사외이사가 100% 찬성표를 던졌으나 기타 의결권이 6건 포함됐다. 롯데는 171명의 사외이사가 이사회 안건 5173건 중 6건의 반대표를 던졌다. 한화는 사외이시가 138명 있었고 3845건의 안건에서 반대와 기권이 각각 1표, 2표 있었다.

3위로 현대자동차는 4465건 중 반대 5표, 기타 7표로 99.7%, 현대중공업이 845건 중 기권과 기타 각각 2표씩으로 99.5%의 찬성률을 보였다. 현대차와 현대중공업의 사외이사는 217명과 64명이었다.

포스코는 113명의 사외이사가 반대 11표, 기권 1표, 기타 4표 등 찬성이 아닌 16건의 의결권을 행사해 찬성률이 99.4%였다.

가장 수치가 낮게 조사된 SK조차 99.2%로 찬성률을 보였다. SK는 338명의 사외이사가 6346건의 안건 중 6298표의 찬성표를 던졌다. 반대표는 15개였고 기권과 기타가 35개였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그간 사외이사들이 대주주의 전횡을 막기는커녕 예스맨, 방패막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는데 이번 조사를 통해 객관적으로 입증된 됐다"며 "사외이사 제도의 충실한 운영을 위해 개편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