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재개발·재건축 만능키 아냐" … 非아파트 공급 의지 재확인3기 신도시·매입임대 주력 … 재초환·이주비 대못 규제 계속될 듯민간 재건축 없이 수도권 135만호 공급 불가 "비아파트 사업성 낮아"
  • ▲ 서울의 한 재개발 공사 현장. ⓒ뉴데일리DB
    ▲ 서울의 한 재개발 공사 현장. ⓒ뉴데일리DB
    주택 공급난이 해소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시장에서 제기되고 있는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론에 선을 긋고 나섰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나 이주비 대출 규제 손질 없이 공공주택과 비아파트 공급에 집중하는 기존 정책 방향을 고수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모순적 정책 행보에 대한 비판도 커지고 있다. '닥치고 공급'을 외치고 있지만 정작 주택 대량 공급이 가능한 재건축·재개발은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2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하반기에도 정부 공급 정책의 무게추는 공공주택과 비아파트로 기울 전망이다. 청와대가 시장에서 제기된 재건축·재개발 활성화 요구에 대해 "만능키는 아니다"며 신중론을 제기한 까닭이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전날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재개발·재건축을 활성화하자는 결정을 하면 단기간에 공급이 더 줄어든다"며 "한 동에 1000호 있는 30개 단지가 일시에 재건축·재개발 속도를 내면 3만호는 멸실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기간으로 보면 공급을 오히려 줄이는 효과가 있다"며 "용적률을 주고 여러 가지 인센티브가 조금만 잘못 설계되면 투기 수요를 부추길 수 있다"고 부연했다.

    또한 김 실장은 "정부가 발표한 6만호 공급을 차질 없이 하는 건 기본이고 매입임대를 활성화하는 게 단기적으로는 제일 효과가 있다고 본다"며 "비아파트라고 해서 전월세 대상으로 할 수 있는 오피스텔이나 이런 쪽 공급을 늘리고 상업용 건물을 오피스텔로 전용하게 바꿔주는 이런 단기간에 즉각적 혜택을 낼 수 있는 쪽에 전념해야 될 것 같다"고 했다.

    사실상 재건축·재개발보다 공공주택과 비아파트 공급에 비중을 두는 기존 정책을 밀어붙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재건축 진행을 막는 '대못'으로 꼽히는 재초환과 이주비 대출 규제도 현행 체제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재초환은 재건축으로 얻은 이익이 조합원 1인당 8000만원을 넘을때 최대 50%를 환수하는 제도로 강남권 경우 조합원당 최대 수억원의 부담금이 부과될 수 있다.

    이주비 대출 경우 지난해 '6·27 대책'과 '10·15 대책'에 따라 규제지역인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곳은 한도가 6억원으로 제한된 상태다. 특히 2채 이상 다주택자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 0%로 대출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지난주 공급 토론회 때에도 서울 도심 공급 활성화를 위해 재초환과 이주비 대출 제한 완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들이 제기됐지만, 수용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 ▲ 아파트 재건축 공사 현장. ⓒ뉴데일리DB
    ▲ 아파트 재건축 공사 현장. ⓒ뉴데일리DB
    시장 곳곳에선 정부가 공급 정책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민간 재건축·재개발를 활성하지 않고선 '5년 내 수도권 135만가구'라는 공급 목표 달성이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다.

    이미 서울 내 정비사업은 겹규제와 사업성 부족으로 줄줄이 밀리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시 '정비사업 추진현황'을 보면 지난 3월 기준 서울 내 재건축·재개발 사업장 472곳 중 115곳(24.4%)이 아직 조합 설립 이전 단계였다. 특히 이 중 54곳은 정비구역 지정만 된 사업 극초기 단계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강남구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현재 서울에서 재건축 사업만 제 속도로 진행돼도 최대 60만가구가 순차적으로 공급될 수 있다"며 "재건축 반대 이유로 투기를 언급하고 있지만 정비사업에 따른 주거환경 개선으로 주변 집값이 뛰는 건 공공개발도 마찬가지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서초구 재건축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재건축이 단기 공급 효과가 없다고 했는데, 그러면 몇 년째 밀리고 있는 3기 신도시는 어쩔건가"라며 "재초환과 이주비 문턱이 낮아지지 않으면 주민 반대 탓에 조합 설립 자체가 어렵고 조합이 만들어진 뒤에도 비대위 난립 등으로 정상적인 사업 진행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공공주택, 비아파트 공급 정책에 대한 회의론도 커지는 양상이다. 아파트 대비 실수요 선호도가 현저히 낮은 데다 사업성도 부족해 민간 건설사 참여가 지지부진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정부가 제시한 비아파트 당근책도 공급량 자체를 늘리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토부는 20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비아파트 민간사업자에게 지급하는 토지 확보 지원금을 토지비의 최대 80%까지 높이고, 초기 자금 조달에 필요한 사업비 부담을 토지비 30%에서 10%로 낮추는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낮은 수요'라는 비아파트의 근본적 문제 해결은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A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우수한 입지와 고품질이라는 기본 조건을 충족해야 비아파트 수요가 살아나고 민간 사업자 참여도 활기를 띨 수 있다"며 "애초에 수요가 없는데 공급 속도만 앞당기는 것은 무의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