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적 반등해도 신고가는 어려워, 외국인 수급도 안들어와삼성전자·SK하이닉스 AI 투자 둔화·이익 성장률 둔화 경계빅테크 EPS·CAPEX 예상치 상회 여부가 반등 결정할 핵심 변수실적 기대 못 미치면 추가 하락 … 어닝서프 땐 낙폭과대 주도주 반등
  • ▲ ⓒ네이버증권. 코스피 지수가 20일선이 60일선을 뚫고 내려가는 '데드크로스'가 발생했다. 코스피는 지난해 5월부터 20일선이 60일선을 뚫고 올라가는 '골든크로스'가 발생한 이후 약 1년2개월여만에 데드크로스로 전환됐다.
    ▲ ⓒ네이버증권. 코스피 지수가 20일선이 60일선을 뚫고 내려가는 '데드크로스'가 발생했다. 코스피는 지난해 5월부터 20일선이 60일선을 뚫고 올라가는 '골든크로스'가 발생한 이후 약 1년2개월여만에 데드크로스로 전환됐다.
    한국 증시가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서 불어닥친 'AI거품론'과 중동전쟁 확산, 역대급 빚투에 따른 변동성 등으로 하락세를 이어가며 휘청이고 있다.

    코스피는 이미 고점 대비 30% 폭락한 데 이어 기술적 지표에서도 '데드크로스'가 발생하면서 중장기 상승 추세가 완전히 무너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스닥도 연중 저점을 넘나들며 700포인트대 지지선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상황이 악화하자 그간 줄곧 청사진을 내놨던 증권가마저도 하반기 한국 증시 방향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경고등을 켠 상태다.

    시장에선 글로벌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무섭게 질주해 온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도주 실적 전망치도 잇따라 하향하고 있다. 

    이제 시장의 시선은 국내 증시의 반등 여부를 가를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과 인공지능(AI) 투자 전망에 쏠리고 있다.

    빅테크의 EPS(주당순이익)와 CAPEX(자본적 지출)가 시장 기대치를 밑돌 경우 AI 투자 둔화 우려가 현실화하면서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추가 매물이 쏟아져 코스피 하락이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라는 '탐욕'을 부르는 경제 정책을 펼치더니, 꼬리(ETF)가 몸통(코스피)을 뒤흔드는 이른바 '왝더독' 현상까지 펼쳐지고, 급기야 기업들의 실적 피크론까지 수면 위로 올라올 경우 시장의 붕괴 속도는 걷잡을 수 없이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는 셈이다. 

    20일 한국거래소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피는 이달 들어 20% 이상 하락했다. 최고점인 9385포인트 대비 30% 가까이 빠진 상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이달 각각 24%, 29% 폭락하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기술적 지표에서도 추세 붕괴 신호가 나타났다. 코스피 20일 이동평균선이 60일 이동평균선을 위에서 아래로 뚫고 내려가는 '데드크로스'가 발생했다. 이는 중기적인 하락 추세로 전환되거나 약세장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대표적인 매도 신호로 해석된다. 지난해 5월 코스피 지수의 20일선과 60일선 골든크로스 이후 첫 데드크로스다.

    시장에서는 반도체 주도주가 고점 대비 큰 폭으로 하락한 만큼 향후 증시가 반등하더라도 단기간에 이전 고점을 회복하거나 신고가를 경신하는 강한 상승장이 재개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공지능(AI) 투자 둔화와 메모리 반도체 사이클 고점에 대한 경고가 이어지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하반기 이익 성장률 둔화 전망까지 맞물리고 있어서다. 여기에 투자자예탁금 감소와 외국인·기관의 수급 불안, 각종 기술적 지표까지 중장기적인 하락 가능성을 가리키면서 시장의 투자심리가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증권가에서는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 발표를 증시와 반도체주의 '마지막 반등 열쇠'로 보고 있다. 문제는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 전망치마저 낮아질 경우다. 이미 국내 증시와 반도체주가 고점 대비 크게 하락한 상황에서 빅테크의 실적 부진이나 향후 투자 전망 하향이 확인되면 하락 추세가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도 일제히 약세를 나타냈다. 특히 시클리컬 반도체 기업인 키오시아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의 주가 하락률은 영업이익률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TSMC나 엔비디아보다 컸다. 시클리컬 반도체 기업들이 현재와 같은 70~80% 수준의 높은 영업이익률을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주가에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다만 최근 반도체주의 낙폭이 펀더멘털에 비해 과도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지난주 SK하이닉스의 장중 저가 기준 최대낙폭(MDD·고점 대비 저점까지 주가 하락률)은 -43%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는 2022년 SK하이닉스가 순이익 적자로 전환했을 당시와 비슷한 수준의 하락폭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물론 실적 발표 후 셀온 및 호재 소멸 인식, 그리고 실적 예상치 하회에 따른 실망 매물 출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도 "최근 급락 과정에서 실적 우려를 선반영했고, 실적 발표 전후의 단기 수급 변동성이 중장기 추세를 결정하지는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일시적인 셀온보다 2분기 실적 시즌을 거치며 강화될 이익 모멘텀과 실적 전망의 추가 상향 조정 여부"라며 "코스피의 극심한 저평가는 물론 IT하드웨어, 반도체, 2차전지, 조선, 기계 등 주도주를 중심으로 24개 업종이 월간 기준 실적 대비 저평가 영역에 위치한 만큼 저가매수세 유입과 함께 지수 반등 탄력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시장의 시선은 7월 말부터 시작되는 미국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실적 발표로 향하고 있다. 알파벳(22일)을 시작으로 마이크로소프트·메타(29일), 아마존(30일)의 실적이 차례로 공개된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이들 기업의 CAPEX 합산 증가율(YoY)은 2026년 1분기 80%에서 2분기 전망치 83%, 3분기 전망치 92%까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4분기 전망치는 79%로 다소 낮아지지만 절대적인 증가율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AI 인프라를 중심으로 투자 수요 증가세가 이어진다면 반도체 기업들의 높은 영업이익률도 유지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빅테크 기업들의 '어닝서프라이즈' 여부도 반도체주 반등의 핵심 변수로 꼽힌다. 2025년 이후 알파벳은 분기 기준 EPS가 예상치를 하회한 적이 없었다. 매출액 기준으로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한 이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1개월 평균 주가 수익률은 각각 11%와 17%로 나타났다. 

    기업별로 반도체주에 영향을 미치는 실적 지표도 다르다. 메타와 아마존은 EPS 예상치의 상회 또는 하회 여부가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등의 주가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분석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CAPEX가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지가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 방향을 결정할 주요 변수로 꼽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 코스피는 단순한 가격 조정을 넘어 기술적으로도 상승 추세가 상당 부분 훼손된 상황이어서 단기 반등이 나오더라도 추세 전환으로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며 "결국 빅테크 기업들이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실적과 AI 투자 계획을 제시해야 반도체를 중심으로 투자심리가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반대로 EPS가 예상치를 밑돌거나 CAPEX 전망이 하향 조정될 경우 AI 투자 둔화 우려가 더욱 커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반도체주에 추가 매물이 출회되고 코스피의 하락 속도도 더욱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