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AI데이터센터 전력수요 24.7GW … 원전 18기 규모한빛원전 부지에 원전 2기 추가 검토… 환경단체 "철회하라"12차 전기본 발표 12월로 연기… 신규 원전 여부가 핵심 변수전문가 "전력설비 없이 반도체만 원하면 사업 현실화 어려워"
-
- ▲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와 신규 원전 추진 갈등 관련 AI 이미지. ⓒ제미나이
정부가 총 1500조원을 투입하는 '3대 메가프로젝트'를 본격 추진하고 있지만 핵심 전력 인프라인 호남 신규 원전 건설을 둘러싸고 환경단체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정부는 반도체 산업단지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려면 신규 원전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환경단체들은 원전 대신 재생에너지와 송전망 확충이 우선이라며 사업 철회를 요구하고 있어 대규모 국책사업 추진의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21일 정부와 에너지 업계 등에 따르면 서남권 반도체 산업단지 후보지와 가까운 전남 영광 한빛원전 부지에 대형 원전 2기를 추가로 건설하는 방안이 거론되면서 지역 내 반원전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이에 따라 원전 건설에 대한 반대 여론이 주민들 사이에서 확산할 경우 사업 일정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정부가 추진하는 3대 메가프로젝트 가운데 서남권 반도체 산업단지에는 약 6.3GW, AI 데이터센터에는 약 18.4GW의 전력이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추산됐다. 두 사업에 필요한 전력만 총 24.7GW에 달한다. 한국형 대형 원전인 APR1400의 설비용량이 1기당 1.4GW라는 점을 고려하면 원전 약 18기의 설비용량에 해당하는 규모다.정부는 우선 호남 지역 유일한 원전인 한빛원전 부지에 APR1400 2기를 추가로 건설해 2.8GW의 기저 전원을 확보하고 재생에너지와 LNG 발전으로 부족분을 보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지난 13일 이재명 대통령 주재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전문가 의견 수렴과 대국민 공론화를 거쳐 신규 원전과 소형모듈원자로(SMR) 도입 여부를 결정하고 이를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12차 전기본 초안은 당초 9월 발표가 유력했지만 '3대 메가프로젝트' 발표로 전력 수요가 예측이 크게 늘어나면서 '12월 이내' 발표로 연기됐다.그러나 원전 추가 건설 가능성이 구체화하자 호남 지역 환경단체들이 잇따라 반대 행동에 나섰다.광주환경운동연합 등은 지난 16일 기자회견을 열고 "호남 지역에 더 이상의 핵발전소 건설은 안 된다"며 한빛원전 7·8호기 추가 건설 구상의 철회를 촉구했다.이들은 원전 증설이 "지역민의 생명과 안전을 외면한 정책"이라며 한빛원전 추가 건설 계획 철회와 한빛 1·2호기 수명 연장 절차 중단을 요구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도 '핵 없는 안전도시'를 지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환경단체들은 정부의 전력 수요 전망 자체가 가수요와 중복 수요를 포함해 부풀려졌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정부가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를 18.4GW로 제시했지만 현재 국내 상업용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약 1.57GW에 불과한 만큼 실제 투자와 입주 가능성을 더 엄격하게 검증해야 한다"고 했다.환경운동연합은 "검증되지 않은 수요를 근거로 수십조원 규모의 원전을 추진하는 것은 과학적·경제적 판단이 아니다"며 원전 증설 계획 철회를 요구했다.호남의 전력 문제는 발전량 부족이 아니라 생산한 전기를 필요한 곳으로 보내지 못하는 송전망 부족에서 비롯됐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호남은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설비가 집중된 전력 생산 지역이지만 수도권 등 대규모 소비지로 전기를 보낼 송전선로가 부족해 출력제어가 반복되고 있다.환경단체들은 송전망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원전만 추가하면 계통 병목이 심해지고 발전소 가동을 제한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때문에 신규 원전보다 국가기간전력망과 지역 내 전력계통을 먼저 보강하고 BESS를 확충해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공급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
- ▲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군 공항 인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산단이 들어설 부지. 해당 부지는 826만㎡(250만 평)로 여의도의 2.5배에 달한다. ⓒ뉴시스
반도체 산업단지 부지로 낙점된 광주 군공항을 둘러싼 환경 문제도 변수다. 지역 환경단체들은 군사시설로 장기간 사용된 군공항의 토양 오염 가능성을 조사하고 정화 작업을 거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광주환경운동연합은 군공항 인근에 장록습지와 영산강이 있고 수달과 삵 등 법정보호종이 서식하는 만큼 최소 사계절에 걸친 환경영향평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정부가 3대 메가프로젝트의 신속한 추진을 위해 기존 조사 결과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환경영향평가 기간을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데 대해서도 환경단체들은 반발하고 있다. 평가 기간을 줄이면 토양과 수질, 생태계, 멸종위기종 등에 미칠 영향을 충분히 확인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에너지 업계에서는 여권 지지기반이 강한 호남 지역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 등을 거치며 다른 지역보다 원전에 부정적인 정서가 강해진 측면이 있다고 본다.실제 11차 전기본에 반영된 신규 원전 부지 공모에서 대형 원전 2기는 경북 영덕군, SMR은 부산 기장군이 각각 선정됐지만, 호남권에서는 공모에 참여한 지자체는 한 곳도 없었다.정부가 기존 한빛원전 부지에 추가 원전을 건설하려 해도 지역사회의 동의를 끌어내는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원전에 부정적인 호남 주민들의 정서를 환경단체들이 자극해 집단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전문가들은 반도체 공장과 AI 데이터센터를 유치하려면 이를 가동할 전력설비와 송전망도 함께 받아들여야 하는데, 반도체만 찬성하고 원전은 반대한다면 사업을 현실화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정부도 장래 수요를 투명하게 검증하고 원전과 재생에너지, LNG, BESS, 송전망을 결합한 구체적인 전력 공급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며 "지역 주민에게 비용과 편익을 정확하게 알리고 사회적 합의를 만드는 과정이 속도감 있게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