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총수들 암투병 등 그룹총수들 건강 관리 적신호이재용, 조현준, 김동관 등 그룹 전면 나서
경영권 승계 관한 방법·속도 논의 심화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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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희(72) 삼성그룹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입원하면서 고령화 된 대기업 총수들의 건강상태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를 계기로 삼성그룹 뿐만 아니라 재계 전체가 고령화와 건강문제로 경영권 승계가 가속화 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12일 재계는 이건희 회장으로 촉발된 그룹 총수 건강 악화에 따른 경영공백과 주가하락, 경영권 승계 등  그룹 리스크를 유발할 수 있는 사안들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평소 극진한 건강관리를 받던 이 회장이 이번에 심폐소생술 등을 거쳐 가까스로 '고비'를 넘긴 사례는 다른 유력 기업의 총수들에게도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는 한편 경영승계에 대한 고뇌가 본격화 되고 있다.

    조석래(79) 효성그룹 회장은 암으로 투병 중이다. 2010년 담낭암 말기 판정을 받아 절제 수술을 받은 조 회장은 최근 조세포탈 등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기소됐다.

    최근 조현준 효성 사장은 부친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뒤를 이어 14일 한일경제인회의에 참석한다. 조 사장이 한일경제인회의에 참석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일경제인협회장을 9년간 맡았던 부친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효성그룹의 경영권 승계가 본격화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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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76) 현대차그룹 회장은 외부적으로 건강함을 과시하고 있다. 지난 3월 유럽과 중국 출장을 잇따라 다녀오는 등 대내외 활동도 의욕적이다. 그러나 정 회장도 고령임을 무시할 수 없고 지난 2010년에는 국내 한 종합병원에서 정기검진을 받은 뒤 심장에서 점액종이 발견돼 제거 수술을 받은 적도 있다. 현대차그룹측도 정 회장이 지난 2006년 협심증과 고혈압 진단도 나온바 있어 방심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이와 함께 삼성이 삼성SDS 상장카드를 내놓으며 정면 돌파에 나서 현대차그룹의 경영승계에 대한 고민도 결단의 시기가 앞당겨 질 전망이다.

    현 상황에서 정 회장의 외아들 정의선 부회장이 현대모비스 지분을 갖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돈을 주고 주식을 사는 것이지만 그룹 지배력 확보를 위한 '5% 지분(약 1조5000억원)' 확보가 발목을 잡고 있다.  

    부친인 정몽구 회장이 보유한 지분을 증여받는 방법도 있으나 이 역시 막대한 현금이 동원돼야 한다. 약 2조원 정도로 평가되는 정 회장 소유 현대모비스 주식 전량(6.6%)을 정 부회장이 증여받을 경우 1조원이 넘는 증여세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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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연(62) 한화그룹 회장도 출소 이후 신병 치료차 미국행을 결심할 정도로 건강상태가 악화됐으나 지속적인 치료로 호전된 상태다. 현재 서울대병원에서 통원 치료를 받고 있다. 김 회장은 만성 폐질환과 당뇨, 우울증과 섬망 증세 등을 이유로 집행유예가 선고된 바 있다.

    이 같은 김 회장의 경영공백 장기화로 그룹의 구원투수로 나선 이는 장남 김동관 한화큐셀 전략마케팅실장이다. 김 실장은 한화그룹의 미래 먹거리인 태양광 사업을 주력으로 그룹 사업체질개선에 나서는 한편 셰일 가스와 석유 등 에너지 분야에도 보폭을 넓히고 있다.  김 회장의 차남인 김동원씨도 최근 한화그룹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인 이재현(54) CJ 회장은 운동 및 감각신경이 손상하면 생기는 희귀질환인 샤르코-마리-투스병(CMT)을 앓아 왔다. 이 회장은 지난해 8월 신장이식 수술을 받은 뒤 거부반응을 줄이기 위해 계속 면역 억제제를 투약하고 있으며 그 사이 체중도 10㎏ 이상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설상가상 이 회장이 이달 초 구속집행정지 연장 신청이 기각되면서 서울구치소에 재수감되자 CJ그룹측은 이 회장의 질환 악화 여부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CJ그룹은 미래 성장동력 확보 부재와 그룹 총수의 경영공백은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날로 커지고 있으나 이에 대한 뚜렷한 대안은 내놓치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