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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러코스터를 탄듯한 기분이다."
수년간 침체와 회복을 반복해온 대한민국號가 세월호 사태로 한순간에 추락하는 분위기를 빚댄 한 산업계 임원의 한숨이다.
'원-고 엔-저' 장기화로 허덕이는 한국경제에 '세월호 뇌관'은 내수 위축과 가계부채 확대 등 안팎의 시련으로 폭발하며 경제 상황에 대한 위기감으로 확산되고 있다. 경제·산업계 일각에서는 자칫 우리 경제가 이대로 회복불능의 상태로 고사하지 않을 까하는 극도의 불안감을 표출하고 있다.
국내경제 불안의 근저에는 더딘 경제개혁의 열병을 앓고 있는 어려운 상황과 함께 소비 침체와 수출 경쟁력 악화가 주된 요인이다.
최악의 수치로 치닫고 있는 각종 금융·외환지표는 올 한국 경제성장률 4% 달성까지 흔들어 놓고 있다. 여기에 노동계의 임단협 문제 등 노사불안 요인마저 가세할 전망이어서 경제지수가 맥을 못추고 있다.
지나친 경제위기론은 경계해야하지만 최근 우리 경제가 심상치 않으며 잘 대처하지 못하면 정말 어려운 상황으로 몰릴 수 있다는 데는 이견(異見)이 별로 없다.
◇ 잇따라 나오는 '경제 적신호' 경고=국제통화기금(IMF) 이사회는 최근 한국경제 평가보고서에서 내수침체와 대외환경 악화를 경제둔화 요인으로 꼽았다. 국내 경제·산업부문 ‘각론’에 들어가면 이같은 전망이 더욱 우울해진다.
세월호 파장으로 지난 4월 소매판매와 서비스업 생산이 감소했다. 도소매(-1.8%), 예술 ․스포츠· 여가업(-11.6%) 등이 줄어 전월대비 1.0% 감소했다. 소매판매는 소비심리 위축에 의한 의복 등 준내구재(-3.0%)와 차량연료 등 비내구재(-1.9%), 통신기기 ·컴퓨터 등 내구재(-0.3%)에서 판매가 줄어 전월대비 1.7% 감소했다. -
특히 향후 경기 국면을 예고해주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 3월 101.2로 전달보다 0.3포인트 하락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매월 0.1~0.4포인트씩 4개월 연속 오르며 지난 1월 101.6을 찍은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지난 2월 101.5에 이어 2달째 미끄러졌다.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경기 회복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등락하기도 하지만, 2개월 이상 하락한 것은 2012년 8~10월 이후 최초다.
정부는 6월 이후에도 세월호 영향이 지속될 가능성이 있고 휴가철 조업일수가 줄어 산업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수석연구위원은 최근 산업경기와 괸련 "수출이 경제 전반의 회복을 선도하지 못하는 가운데 내수마저 침체될 경우 경기부진이 더블 딥으로 진행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주 연구위원은 올 1분기 거시경제 상황을 '소프트 패치'라고 진단했다. 경기 회복 국면에서 경기 확장세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거나 침체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 지갑닫은 소비자, 내수위축 지속=유럽 신흥국 등 대외 경기불안이 계속되는 가운데 내수 침체까지 겹치며 상황을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
고려대 이만우(경제학) 교수는 "기업투자심리 격감과 함께 내수 침체는 현재뿐만 아니라 앞으로 상당기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내수경기는 뚜렷한 회복 동력이 부재한 가운데 고용과 소비개선세가 모두 제한되면서 회복세가 지연될 것이란 분석이다.
지표역시 심상치 않다. 내수와 밀접한 소비재 수입의 증가 흐름이 감소세로 돌아섰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수출입동향을 보면 4월 1~20일 소비재 수입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4% 감소했다. 1~20일 기준으로 지난 1~3월의 소비재 수입액 증가율이 각각 0.5%, 12.1%, 16.3%로 상승한 점에서 4월의 감소는 이례적이다.
전문가들은 소비재 수입 둔화는 원화 강세 흐름과도 무관하지 않지만 내수 위축에 따른 영향이 적지 않다고 분석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1분기 국내총생산(GDP) 속보치로는 전기 대비 민간소비 증가율이 지난해 1~3분기에 각각 -0.1%, 0.7%, 1.0%로 상승하다가 4분기에 0.6%에 이어 올 1분기에는 0.3%로 둔화했다.2분기 전망도 밝지 않다. 세월호 참사 이후 행사나 단체여행을 축소·취소하는 사례가 많은데다 소비심리 위축으로 카드 소비까지 급감했다. 또 부동산 거래량 회복세가 계속될지의 여부도 불확실한 상황이다.
한국은행의 4월 소비자심리지수(CSI)는 108로 3개월째 제자리걸음 한 가운데 세부지수에도 큰 변화가 없었지만, 하락한 세부지표도 일부 눈에 띄었다.
실례로 향후경기전망CSI는 3월 102까지 올랐다가 4월 101로 떨어졌다. 특히 봉급생활자는 3월 100까지 올라 1년 사이에 최고점을 형성하고선 4월엔 99로 하락했다. 기준치인 100을 밑돌면 부정적으로 보는 가구가 더 많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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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성장률 4% 난망=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 전망을 연 4% 성장으로 내다봤다. 상향 조정 이유는 세계 무역 증가세와 한국의 빠른 수출 성장세를 꼽았다.
하지만 국내 경제연구기관은 다소 어둡게 전망하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세월호 참사에 따른 소비위축으로 올해 한국 경제가 4% 성장률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윤창현 한국금융연구원장은 "세월호 사고에 따른 영향으로 소비가 1조원 이상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며 경제성장 하락을 우려했다. 윤 원장은 "정부가 이에 대응해 소비를 정상화시키려 노력하고 있지만, 세계경제의 더딘 회복세와 겹쳐 해결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민간연구기관인 현대경제연구원 역시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6%로 0.4%포인트 하향 조정했습니다. 한국금융연구원장 등 국책연구기관에 이어 민간기관들도 잇따라 성장률 전망치를 낮춰 잡음에 따라 하반기 경기는 안개속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14년 하반기 한국 경제의 하방 위험' 보고서에서 세월호 참사에 따른 경제 충격이 완화되더라도 올해 민간소비가 경제성장률을 크게 밑돌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하반기 수출과 설비투자의 완만한 개선에도 불구하고 민간소비와 건설투자의 회복세가 미약할 것으로 내다봤다.이에따라 정부와 한국은행이 다음 달 발표할 경제전망치도 낮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무역규모 비해 실속없다=국내 수출산업의 성장 둔화와 채산성 악화 등이 경기회복세를 저해하고 있다. 지난달 수출은 전년대비 다소 감소한 479억달러였다. 수입은 425억달러로 53억달러의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일평균 수출은 22억3000만달러로 역대 2위를 기록했지만 수출액은 감소했다.
'원-고, 엔-저' 확대 영향이다. 한국과 일본간 수출 경합도가 높은 자동차, 선박, 철강산업 등의 수출 부진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자동차산업의 경우 원/100엔 환율이 10% 하락할 때 자동차 수출은 12% 가량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또 수출물량 감소를 억제하기 위해 달러표시 가격을 인하할 경우 국내 기업의 수익성 악화로 악순환이 지속된다.
원화강세가 장기화될 경우, 대기업보다는 재무건전성과 환율 대응능력 등이 취약한 중소기업의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올해 뚜렷한 내수경기 회복의 전환점이 없는 상황에서 원고, 엔저 확대는 수출과 서비스업에 부정적으로 작용함으로써 국내 경기회복에 악영향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
◇ 해법은 없나=전문가들은 무엇보다 기업의 투자심리 회복과 수출촉진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과 비전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성균관대 박덕배(경제학) 겸임교수는 "올해 들어 경기 동행지수와 선행지수가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하락하며, 소비자심리지수와 기업경기실사지수 모두 개선세가 취약한 상태"라며 "반도체 자동차 등 우리 주력제품의 수출확대와 통상마찰 축소를 위해 통상외교에도 관심을 쏟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민간전문가는 "자동차 철강 통신 등 특정분야의 국내외 1인자들이 함께 모여 경쟁력강화 방안을 마련한 뒤 정부가 이를 정책으로 반영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이어 "내수회복의 열쇠인 투자 촉진을 위해 규제 개혁을 가속화해야 한다"며 "다만, 안전 관련 규제는 강화해 규제완화가 가져올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사진=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