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내 제재한더더니… 차일피일 늦어지는 결론속도전 무리수·감사원 태클… 빠른 징계 발목 잡아
  • ▲ 신속하고 엄정하게 KB금융·국민은행 및 ING생명 등을 징계하겠다던 최수현 금감원장이 지금은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 NewDaily DB
    ▲ 신속하고 엄정하게 KB금융·국민은행 및 ING생명 등을 징계하겠다던 최수현 금감원장이 지금은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 NewDaily DB

    금융감독원이 KB금융·국민은행 및 ING생명 등에 대한 징계를 잇따라 연기하고 있다. 신속하고 엄정하게 제재하겠다던 초기의 공언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금감원의 징계가 늦춰지고 있는 이유와 관련, 금융권에서는 여러 추측이 난무한다. 개각 등을 의식해 조급하게 성과를 내려한 최수현 금감원장의 '무리수'라는 주장, 감사원의 개입으로 발목이 잡혔다는 분석, 애초에 이들을 징계하려는 의지 없이 시간만 보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6월 내 처리하겠다더니… 여전히 깜깜 무소식

금감원은 지난 3일 제재심의위를 열고 KB금융과 국민은행에 대한 징계를 논의했다. 이 날 심의위는 이건호 국민은행장을 소환, 19시가 넘도록 조사를 벌였지만 결국 징계를 확정하지 못했다. 이 날 출석한 이 행장 역시 "최선을 다해 소명했다"고만 말할 뿐, 별 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아 징계에 대한 큰 가닥은 잡히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금감원은 당초 임영록 KB금융 회장과 이 행장에 중징계를 동시에 사전 통보해 금융권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하지만 결론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KB건 외에도 논란이 됐던 ING생명의 '자살보험금' 지급거부에 따른 징계안과 정보유출 사태에 연루된 카드사 징계안 등 핵심 내용은 상정조차 하지 못했다.

금감원은 지난달 26일에도 제재위를 열어 같은 안건을 다뤘지만 징계대상자 소명만 듣는 데 그쳤다. 

금감원이 금융사 임직원 200여명에 대한 징계안을 6월 안에 처리하겠다고 공언한 것과는 사뭇 다른 결과다. 최수현 원장도 "금융질서 확립을 위해 법과 원칙에 따라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KB 등을 엄정 제재하겠다"고 강조했다.

금감원 한 고위 관계자는 "당사자의 소명을 듣는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는 건 어쩔 수 없다. 징계 수위 확정이 당초 예상됐던 날짜보다 지연되는 건 종종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권에서는 7월 내에도 결론이 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제재심의위 개최 날짜가 7월엔 17일, 24일 단 이틀 남았는데, 그 동안 모든 것을 결정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예측이다. 따라서 아무리 일러도 8월은 돼야 결론이 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 무리한 속도전에 감사원 '태클'까지…

금감원은 200여 명 가까이 되는 제재 대상자를 일괄 처리하겠다고 공언했었다. 그러나 이 같은 방침은 처음부터 무리였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수현 원장이 개각 시기에 맞춰 일을 처리하느라 '무리수'를 뒀다는 비판이 나왔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장·차관이 바뀌는 이 시기에 최 원장이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무리한 약속을 한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자리를 지키기 위해 지나친 욕심을 부렸다는 의미다.

ING생명 등 보험업계가 약관을 어기고 자살보험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는 내용도 보강 조사 중이다. 보험업계가 엇갈린 대법원 판례 등을 제시하는 등 반격에 나서자 이를 뒤집을 만한 법률 검토를 벌이고 있다.

감사원의 '태클' 역시 금감원의 발목을 잡고 있다. 

금감원은 임 회장이 국민카드 분사 때 국민은행 개인정보를 금융위 허가 없이 카드사로 옮기는데 관여한 혐의를 문제 삼고 있다.

하지만 감사원은 이런 행위가 법에 어긋나지 않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감사원은 최근 2011년 3월 국민카드가 국민은행에서 분사할 때 신용정보호법에 따라 승인받지 않고 국민은행 고객 정보를 가져간 것은 규정 위반이라는 금융위원회의 유권 해석에 문제가 있다는 내용의 질의를 보냈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유권 해석 자체에 문제가 전혀 없다는 답변을 보냈으나, 감사원은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에도 감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관련 제재를 유보해야 하다는 의중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금감원이 금융위 유권 해석에 따라 당시 지휘 선상에 있던 임영록 KB회장에 대한 중징계 심의를 강행하자 감사원은 종합 감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달라는 입장을 최근 금감원 부원장 등 임원들을 불러 전달했다.

◇ '징계하는 것 맞아?' 의심의 눈길도

한편에서는 "금감원이 시간만 끌고 있을 뿐, KB금융·국민은행 경영진을 징계할 의지가 없다"는 주장마저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융권 관계자는 "최 원장의 유임이 확정되지 않았느냐"며 "그 동안 자리를 지키기 위해 속도전과 같은 퍼포먼스를 했는데, 이제 그럴 필요가 없어졌으니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영대 KB국민은행노조(제3노조) 위원장은 "6월에 확정하겠다던 징계는 7월이 돼도 좀처럼 가닥이 잡힐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며 "금감원이 과연 징계 대상자들을 확실히 징계할 의지가 있긴 한 것인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