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장 감사·직무유기… 비판 여론 '부글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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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 대한 제재 결정이 연기됐다.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는 “재심의를 통해 해당 안건에 대해 좀 더 살펴볼 것”이라고 지난 26일 오후 밝혔다. 한꺼번에 200명 가까이 심의해야 하는 등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이 날 내로 결론이 날 것이라는 당초의 예측이 빗나간 셈이다.이로써 두 수장에 대한 ‘심판’은 당분간 보류됐다. 금감원 측은 물리적인 시간문제로 연기가 불가피하다고 밝혔지만, “일부러 늑장 부리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 날 심의위는 임 회장과 이 행장의 소명이 끝난 후, 오후 9시 20분께 끝났다. 카드 관련 심의는 진행하지 못한 채다.
◇ "열심히 진술했습니다만, 거취는 묻지 마세요"임 회장과 이 행장은 금감원으로부터 중징계를 사전 통보받은 바 있다. 이들은 비공개로 진행된 심의위에 이 날 출석해 각자의 소명을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임영록 KB회장은 이날 제재심의위 출석에 앞서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오늘 충분히 소명하겠다"며 "나쁜 쪽으로 생각하지 않고 좋은 쪽으로 결과가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진술을 마치고 나와서는 "저와 임직원들이 가슴 아픈 처벌을 받아 거리에 나서는 일이 없도록 최대한 선처를 해달라고 말했다"고 했다.이건호 국민은행장은 심의에 앞서 기자들을 만나 "성심껏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진술을 마친 후에는 "소명 과정이 아직 진행 중이라 오늘 다 끝나지 않았다"며 "오늘 건에 대해서는 내 입장을 열심히 설명했다"고 밝혔다.향후 거취를 묻는 질문에는 둘 다 답변을 피했다. 이 행장은 "심의위원회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거취를 논하는 건 적절치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임 행장은 거취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을 피한 채 금감원을 떠났다.◇ 시간 부족 때문에… 결론은 7월로당초 금융권에서는 제재심의가 이 날 확정될 것이라는 예측에 무게가 실렸다. KB금융이 소명 준비기간이 짧다는 점을 들어 제재심의를 늦춰줄 것을 공식 요청했지만 금감원은 이를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최수현 금감원장이 "위법·부당한 사실에 대해서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중 제재할 예정"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한 것도 근거로 여겨져 왔다.이런 예상을 뒤집고 임 회장과 이 행장에 대한 제재 결정이 지연된 것과 관련, 금감원 측은 "물리적인 시간 부족 탓에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의 한 고위 관계자는 "심의 대상 인원이 워낙 많았던 탓에, 소명만 듣기에도 시간이 부족했다"며 "제재 결정이 연기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소명·질의응답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탓에 연기는 종종 발생하곤 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제재심의위원회는 다음 달 3일 또는 17일 열릴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바는 없다"고 전했다.
◇ '늑장 심의' 비판 피하기 어려워이 같은 설명에도 금감원은 금융권 일각에서 나오는 감독 부실 책임론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윤영대 KB국민은행노동조합(제3노조) 위원장은 제재 심의가 연기된 것과 관련 "굉장히 유감이다. 금감원이 임 회장과 이 행장을 징계할 의지가 있긴 하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윤 위원장은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최수현 금감원장을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한편 윤 위원장을 비롯한 제3노조 관계자들은 이 날 오전 8시부터 금감원 앞에서 "금융당국은 임 회장과 이 행장을 사퇴시켜야 한다"는 취지로 1인 시위를 벌인 바 있다.이들은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행장이 금감원 건물에 출입할 때, "부끄럽지 않느냐. 자진 사퇴하라"며 거칠게 항의하기도 했다.전국금융산업노조 국민은행지부(제1노조)는 이 날 금감원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