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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과 민간 사업자가 주민등록번호를 무단으로 수집하지 못하도록 한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의 시행(7일)을 앞두고 기업들도 막판 채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주요 기업들은 이미 주민번호를 수집하지 않거나 기존에 확보한 정보를 폐기하는 등 관련법 시행에 대비했지만 일부 업계에서는 주민번호를 대체할 대안이 마땅하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또 적법한 범위에서 주민번호 수집이 계속 허용되는 업체들 사이에서도 난감함을 호소하는 말이 들린다. 주민번호 수집이 금지되는 업무 등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정부의 지침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 주요 기업들 막판 채비에 '분주'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 시행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주요 기업들은 막판 준비에 바쁜 모습이다. 그나마 대기업은 가장 잘 준비된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일부 기업은 정부 권고에 따라 이미 수년 전부터 주민번호 수집을 중단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보관 중인 주민번호를 암호화하고 겹겹의 보안시스템을 더해 고객 정보 유출을 차단하고 있다. 현행 법령에 따라 자동차업체는 자동차 매매 시 신용정보 등을 제공하기 위해 고객의 주민번호를 수집할 수 있다.
현대기아차는 홈페이지 가입과 관련해서는 2012년부터 주민번호 수집을 중단했다. 또 아이핀 인증과 휴대전화 본인인증을 보완하기 위한 시스템 업그레이드 작업도 끝마쳤다.
마일리지 적립 등으로 회원 가입이 활발한 항공사들도 주민번호를 대체할 인증수단을 잇달아 도입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6일부터 스카이패스 회원 가입 시 마이핀 번호를 입력하도록 할 방침이고 아시아나 항공도 회원 가입 양식에서 주민번호를 삭제하고 마이핀 항목을 추가했다.
과거 보너스카드 회원 가입 등으로 주민번호를 수집한 적이 있는 정유업계는 일찌감치 수집을 중단했다. 여기에는 과거 개인정보 유출 사고의 홍역을 치른 경험도 작용했다.
2008년 협력업체 직원이 보너스카드 회원 1천150만여 명의 개인정보를 유출한 사고를 겪은 GS칼텍스는 지난해 7월부터 개인정보 수집을 금지했다. SK에너지는 보너스 포인트를 OK캐쉬백과 연동해 사용하기 때문에 직접 관리하지는 않지만 핀번호로 주민번호를 대체키로 했다.
건설업계서도 아파트 분양 관심고객 등록 시 주민번호를 받던 관행을 없애는 분위기다. 또 아파트 분양을 앞두고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사전 마케팅에서도 주민번호 등 중요한 개인정보를 받지 않고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대행사에 분양을 맡길 때도 개인정보 유출에 대비해 대행사가 책임진다는 내용을 계약서에 명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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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민번호 대안 없는데"…일부 업계 '난감'
이런 대기업들과 달리 업무 성격상 주민번호 처리가 필요한 분야는 곤혹스러운 모습이다. 당장 주민번호를 대체할 수단을 찾지 못해서다.
아이핀이나 휴대전화 번호 인증 등 수단이 있지만 아직 아이핀 발급 대상자가 적어 상당한 적응기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휴대전화 인증도 시스템 투자와 인증 수수료 부담이 문제다.
병원 쪽은 당장 진료 예약부터 비상이 걸렸다.
앞으로는 주민번호를 이용한 인터넷·전화 예약이 원천적으로 금지되기 때문이다. 병원들은 인터넷 예약 시스템을 통째로 바꿔야 하는 상황이다. 전화 예약도 주민번호 수집 대신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게 안 되면 환자들은 진료 예약을 위해 매번 병원을 찾아야 한다.
병원들은 진료 예약 시 주민번호를 쓰지 않으면 신원확인 오류로 환자 안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주민번호 수집 예외를 인정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서울대병원은 이름이 같은 환자가 10만 3천 명이어서 각기 다른 주민번호로 신원확인이 안 되면 개인정보보호보다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주민번호 수집이 허용된 금융업체나 이동통신사들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에 주민번호 수집이 금지되는지, 예외적으로 수집하는 경우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 지 등 구체적인 지침이 없기 때문이다.
주민번호 수집이 예외적으로 허용된 신용카드 업계는 주민번호 취급 규정이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보고 금융위원회의 유권해석을 기다리고 있다. 금융위가 항목별 유권해석을 내릴 때까지는 각 카드사가 자체 기준을 정해 운영키로 했다.
보험업계는 불가피한 경우에 한해 주민번호를 취급할 수 있으나 범위가 불분명해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콜센터 상담, 대출 모집인 등록, 자동차보험 비교 견적 등과 관련해 주민번호 처리가 불가피하다. 사고 출동, 구상권 행사 등 보상 처리와 외부 협력업체 계정 관리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은행들은 은행연합회 차원에서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주민번호 수집 금지에 대비하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금융실명제나 신용정보보호 등 법적 근거를 가진 부분을 제외하고는 주민번호를 수집하지 않을 방침이다.
이통사는 본인확인기관으로 지정돼 주민번호를 수집할 수 있지만 용도가 본인 확인으로 대폭 제한된다. 요금 연체자의 신용정보 조회나 채권 추심 등 업무에 더는 활용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미납 요금 회수율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또 변경, 해지 등 업무에 주민번호를 사용할 수 없어 명의 도용이나 휴대전화 대출 사기, 스팸 발송 등이 증가할 여지가 있다고 이통사 측은 주장했다.
이에 따라 주민번호 금지로 당분간 소비자 불편이 예상된다. 병원을 중심으로 일부 업계에선 추가 유예기간과 함께 정부 주도의 대안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사업자 입장에선 주민번호가 관리도 편하고 비용도 들지 않아 예외를 둬달라고 주장하는 것"이라며 "업계 요구로 6개월의 계도기간이 배정된 만큼 제대로 된 대체수단 개발을 추진토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