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 주체 '사과·보상·대책' 제안서 발표...조정위 청문회식 질의응답 이어져3개 주체 모두 미래지향적 문제 해결 방법엔 동의하지만 세부적 의견차 여전히 커1월 22일 삼성전자 기흥공장 참관 후 간담회...28일 조정위 3차 기일서 3개 주체 개별 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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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 삼성직업병가족대책위원회(이하 가족대책위), 반올림(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은 16일 오후 2시 법무법인 지평 회의실서 열린 조정위원회 2차 회의에 참석해 4시간 40여분에 달하는 마라톤 토론을 벌였다. 3개 주체 모두 과거보다는 '미래지향적 문제 해결'을 검토하자는데 동의했으나 사과와 보상, 재발 방지 대책과 관련한 세부 사항에서는 여전히 엇갈린 입장차를 보였다.

    지난해 12월 16일 조정위 1차 회의 때 논의 했던대로 3개 주체는 '사과, 보상, 대책'에 대한 제안서를 가족대책위-삼성전자-반올림 순으로 20분씩 발표했다.

    △가족대책위
    가족대책위는 제안서를 통해 크게 3가지를 요구했다. 먼저 합의를 통해 일반적 손해 범위 기준을 정한 뒤 개별 보상을 따로 진행하는 2중 구조의 협상이 진행될 것을 제안했다. 전체 피해자들의 일반적 손해 기준을 정해 일괄적으로 보상한 뒤 정도나 기간의 차이 등에 따라 개별적으로 입은 손해에 대한 보상을 따로 해야된다는 것이다. 단, 개별적 협상은 개인적인 비밀이나 보상 액수 등이 공개될 경우 효율적이거나 적절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조정위 측에서 비공개로 조정해주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두번째로 삼성전자 측에서 가족대책위와 합의기준과 보상 범위와 같은 일반적 기준을 마련한 뒤 미래 발생할 수 있는 근로자나 피해자의 경우에도 보상해줄 것을 선언해 주기를 요구했다. 현재 삼성전자 측의 퇴직자 암 지원 제도 개선 등을 통해 충분한 지원을 해 줄 것으로 바랐다.

    마지막으로 가족대책위는 재발 방지 대책으로 '근로자건강재단(가칭)' 설립을 제안했다. 삼성전자에서 자금을 출현해 재단을 설립한 뒤 유해물질 정보 수집과 노출에 대한 평가, 방지 계획 수립, 직업병 발병 예방활동, 피해자 유족들의 재활 및 생활지원금 지원 등 직업병과 관련된 모든 업무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구축을 이야기했다.

    △삼성전자
    삼성전자 측은 반도체 생산라인 근무자에 대해 백혈병뿐 아니라 모든 혈액암을 보상 대상에 포함시키는 한편 담당업무와 재직 기간, 퇴직과 발병 시기 등 일정 기준을 충족시킬 경우, 업무연관성이나 인과 관계 등을 묻지 않고 모두 보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퇴직 후 10년 이내에 발병한 경우 다른 조건이 충족되면 모두 보상 대상에 포함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삼성 측에 따르면 위로금을 받더라도 별도의 산업재해 신청 가능성이 열려있기 때문에 가족과 당사자들에게 유리한 제안이라는 설명이다. 삼성은 사회 통념상 합리적 수준의 기준을 수립하고 그 기준에 부합하는 모든 사람에게 보상하며, 3~6개월 간 신청을 받아 보상금을 지급한다는 보상 원칙도 밝혔다.

    백수현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 전무는 "이번 조정을 통해 당사자와 가족들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덜도록 최대한 신속하고 합리적인 해결책을 마련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 "회사 발전 기여에 대한 보답 차원에서 노출평가·역학조사와 무관하게 신속한 보상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재발 예방을 위해 자료 보전 법정 의무 기간을 기존의 2배로 연장하고 유해화학물질 감독을 강화하는 한편 건강 연구소 통한 선제적 조사를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또 대한직업환경의학회, 한국산업위생학회 소속 전문가로 보건관리추진단 구성해 종합진단을 실시하고 고용노동부 모니터링위원회의 상시 감시와 이행 점검 통해 중립성을 보장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삼성은 조정위원 측에 반도체 생산라인 방문을 제안했다.

    △삼성전자
    반올림에서는 먼저 제보자 가족들이 가장 우선순위로 둔 '진정성 있는 구체적인 사과'를 요구했다. 삼성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잘못했고 그에 대한 확실한 사과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재발 방지 대책으로는 정보공개와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화학물질과 유해화학물질 등의 정보를 제공할 것을 요구했으며 종합 진단 실시와 화학물질안전보건위원회 설치 등 외부 감시를 강화할 것을 제안했다. 또 추후 발생할 수 있는 피해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노동조합의 설립과 활동을 방해하지 않을 것을 요구했다.

    반올림 측은 또 삼성전자 근로자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협력업체와 하청업체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도 넓게 확장돼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과관계를 따질 수 없는 만큼 구체적인 방안이나 기준을 당장 마련하는 것은 어렵지만 제한을 두고 보상을 하는 것은 지양할 것을 요구했다.

    이날 조정위 2차 회의에서 3개 주체의 제안서 발표가 끝난 뒤 질의 응답이 이어졌다. 질의 응답에서는 제안 내용 중 의미가 명확하지 않거나 기준이 모호한 부분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정확한 의미를 짚고 넘어가며 3개 주체의 의견차를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조정위 2차 회의가 끝나고 조정위원장인 법무법인 지평 변호사 김지형 전 대법관은 "보상에 있어서 3개 주체 모두 인과 관계 등을 따지지 않고 보상한다는 내용에는 비슷한 의견을 보인 것 같다"면서도 "그러나 세부적인 내용이나 구체적 사항들은 또 3개 주체 모두 조금씩 다르다"는 의견을 전했다.

    이어 "오늘 발표한 제안서와 논의 내용은 조정위가 합리적인 권고안을 만드는데 있어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될 것"이라면서 "앞으로 더욱 많은 고민과 토론을 통해 마무리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조정위는 오는 22일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공장 라인을 3개 주체 관계자들과 함께 참관할 예정이다. 각 주체별로 2명씩 라인을 참관한 뒤 현장에서 짤막한 간담회를 가질 계획이다.

    조정위 3차 회의는 오는 28일로 3개 주체별로 2시간씩 조정위와 개별 면담을 갖게 된다.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삼성전자,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반올림,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가족대책위는 조정위와 만나 오늘 발표한 제안서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나누게 된다.

    조정위는 내부적으로 법률적·산업안전보건 관련 등의 전문가 그룹의 자문을 듣는 한편 수시로 만나 3차 회의에 대한 논의를 이어간다는 입장이다.